‘심플리파이, 소재를 단순하게Simplify: Unclutter your materials’ / ©Chris Lefteri Design Ltd.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는 ‘복잡하게 하기는 쉽지만, 단순하게 하기는 복잡하다.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하는 것은 소수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재 전문가 크리스 레프터리Chris Lefteri가 운영하는 크리스 레프터리 디자인은 한 가지 소재로 단순하게 만들었지만, 탁월한 디자인으로 널리 쓰임 받고 있는 제품 사례들을 모아, 전시 ‘심플리파이, 소재를 단순하게Simplify: Unclutter your materials’로 엮었다.

녹스 열쇠고리 / ©Chris Lefteri Design Ltd.

핸드그레이HANDGREY의 열쇠고리는 인장 강도가 매우 높고, 연성은 낮은 5등급 티타늄(EDM 와이어 컷 TI6AL4V)을 이용했다. 티타늄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스터리 한 금속 소재이다. 가볍고, 강하고, 부식이 잘 되지 않고, 인체에 해롭지 않아서, 의학 용품 또는 스포츠 용품 제작부터 일상에서 사용되는 연장 소재로도 사용한다. 2차원 절단 공정으로 만들어진 열쇠고리의 단순한 형태가 아름답다.

종이 클립 / ©Chris Lefteri Design Ltd.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클립이 존재하지만, 모두 황동 도금 강선을 구부려 생긴 구조의 긴장감과 마찰력을 기본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츠게 빗 / ©Chris Lefteri Design Ltd.

츠게 빗(Tsuge Japanese comb)은 주홍빛을 띠고 입자가 고운 일본산 회양목을 이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손에 쥐었을 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준다. 츠게 빗은 엉킨 머리를 빗어내더라도 빗살이 부서지지 않는다. 회양목의 가느다란 살로 쉽게 쪼개지고, 적당히 잘 구부러지는 성질을 이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프링 가위 / ©Chris Lefteri Design Ltd.

덴마크 브랜드 노메스Nomess의 스프링 가위는 단조(열을 가하거나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속에 충격과 압력을 가하는 공정) 스틸 막대 하나를 단순하게 꼬아, 스프링과 손잡이에 날카로운 가윗날까지 갖춘 작품이다.

양말 / ©Chris Lefteri Design Ltd.

추운 지방에서 탄생한 울 소재 양말은 발을 따뜻하게 하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에서 만들어졌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양말 인형, 크리스마스 장식, 아이폰 보호 커버 등으로 그 쓰임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

팬텀 보울 / ©Chris Lefteri Design Ltd.

담긴 물체가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팬텀 보울은 자동차 엔진 필터를 만드는 산업 공정에서 사용하는 열 압착 폴리에스터 망(Heat Pressed Polyester Mesh)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시티 맵 / ©Chris Lefteri Design Ltd.

폴리에스터 섬유 100%인 스펀(Spun Polyester)을 이용해서, 찢어지지 않고 수분에 강한 지도이다. 재료의 선택은 제품의 내구성만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사용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용한 후에 접혀있던 선을 따라 다시 접을 필요 겨, 그냥 손 가는 대로 구겨 주머니에 넣으면 그만이다.

디자인은 복잡하게 풀어갈 수도, 단순하게 풀어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수많은 선택항들은 우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제품에 적합한 소재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맞물려있던 여러 가지 디자인 해결과제들이 연쇄적으로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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