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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 브랑리 박물관의 지옥으로의 초대

전시의 서문은 "유령은 결코 죽지 않는다.(Un fantôme ne meurt jamais.)“라는 말로 시작된다.  

 

2018410일부터 지난 715일까지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에서 열려 성황리에 마친 ‘아시아의 지옥과 유령’(Enfers et fantômes d’Asie) 전시 곳곳에 씌여있던 문구이다.  

 

 

 

Enfers et Fantômes d’Asie 포스터 ©Musée du Quai Branly

 

 

전시 개최 이래 방문객 수가 같은 시기에 프랑스에서 개최된 전람회를 통틀어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였고, 무료 입장이 가능했던 ’지옥의 주말’(Un week-end d’enfer) 기간에는 관람을 위한 대기 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되었던 것을 보면, 최근 유럽 사회 전반에서 이민자를 향한 거부감이 가증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여전히 아시아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문화와 대륙에서 유령이란 이미지는 세상을 떠도는 죽은 사람의 움직임이고, 이치에 어긋나는 존재이다. 

케 브랑리 박물관의 아시아 문화 유산 국장이자,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인 줄리앙 루소(Julien Rousseau)는 망자가 주는 공포심이라는 세계 공통 분모를 포착하여,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구전에서 특징지어지는 귀신을 프랑스에 소개하고자 하였다.

 

 

 

전시회는 세 가지 테마로 나뉘어졌다. 

 

 

Enfers et Fantômes d’Asie 전시장 내부 ©Yumi JEONG

 

 

 

첫째로, 도둑과 사기꾼이 기름 가마에서 튀겨지며, 중상 모략가들의 혀를 잘라내는 ‘지하 세계’를 불교 철학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카르마(Karma)적 사상이 바탕이 된 연옥과 환생에 대한 동양의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안내하였다.

 

여기서 나타나는 유령은 신과 사자에 가까운 존재이며, 인간을 벌할 수 있는 형이상학적인 존재로 비춰진다.

 

 

 

Peinture du fantôme d’Oiwa ©Musée du Quai Branly

 

 

 

Utagawa Kuniyoshi, La Princesse Takiyasha et le spectre-squelette, 1844 ©Victoria & Albert Museum

 

 

 

두 번째 섹션에서 묘사된 귀신의 형용은 보다 대중적이고 세속적이다. 일본의 오이와(Oiwa)나 태국의 낭낙(Nang Nak) 등과 같이, 연극과 영화 등 대중 매체에 빈번하게 차용된 유명한 괴담에서 등장하는 유령들을 소개한다. 

 

 

영화 mè nak phra Khanong의 포스터 ©Musée du Quai Branly

 

 

즉, 비정상적이고 폭력적인 죽음에서 비롯된 결과로, 추악한 얼굴로 구천을 떠돌며 복수를 하는 다소 세속적이고 한 맺힌 귀신들이 관람의 주 테마였다.

 

 

 ©Musée du Quai Branly, Photo by Claude Germain

 

 

L'Ogresse de la forêt Phi Mè Nay, Thanongsak Pakwan ©Musée du Quai Branly, Photo by Yumi JEONG

 

 

 

마지막으로는, 위험한 영혼을 추방하기 위한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의식인 유령 사냥의 코너로 구성되었다. 

악령을 쫓는 퇴마 의식을 소재로 한 작품들의 소개와, 이와는 반대로 마귀를 숭배하는 집단에 대한 이야기를 대립적으로 보여주면서 오컬트적인 재미까지 배가하였다.

 

 

 

Enfers et Fantômes d’Asie 전시장 내부 ©Yumi JEONG

 

 

전시는 구전의 배경이 되는 소설 및 종교화나 민속화를 토대로 재구성된 영화, 연극, 만화 혹은 비디오 게임들을 진열하면서 서구 관객들의 머릿 속에 자리잡은 대중 예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의 지옥과 유령 전시회를 통해 환상과 세속의 경계를 교차하며 발견된 새로운 우주는, 현대 예술 미디어에 보편적으로 스며든 동양 문화 콘텐츠의 근간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 밖에도 디제잉을 동반한 호러 음악회와 각국의 공포 영화 상연 등으로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방향을 피하고 전시에 풍요로움을 더하고자 시도했다.

 


Enfers et Fantômes d’Asie 전시회 ©Yumi JEONG

 

 

이번 전시의 귀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온 관람객의 관점에서 전시회는,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아시아의 유령이라고 지칭하기에는, 일본과 태국 설화에 과하게 치우쳐져 있었으며, 깜짝 놀라기에는 미흡했고, 유쾌하게 웃어 넘기기에는 음습했다. 

이미 동양 문화를 자주 접한 성인들이 즐기기에는 조금 진부한 구석이 있었던 반면, 어린 아이들이 관람하기에는 꽤나 잔인하고 충격적인 부분이 있음에도 문화라는 포장 아래 영유아의 관람이 허용된 것은 정신적 트라우마의 발생 가능성을 너무 쉽게 간과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언급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은 방문객들의 호황을 누렸으며, 갤러리를 디자인한 큐레이팅의 부분에서 괄목할 만했다. 거대한 조각품과 영상 미디어를 시각적으로 알맞게 배치한 점, 여러 가지 조명 기법으로 빛과 그림자를 적절하게 이용한 점 등은 이론의 여지 없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와 더불어, 타 문화를 오역없이 이해하고자 배경 지식을 샅샅이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공백없이 진열된 방대한 자료를 통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동양 문화에 대한 프랑스 인들의 열광적인 호기심을 재확인하는 계기임과 동시에,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아시아와 유럽의 심상적 공분모를 발견하는 기회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람할 가치가 있었던 전시였다고 볼 수 있다.

 

 


 

- Musée du Quai Branly - Jacques Chirac : http://www.quaibranly.fr/

 

 

 

 

 

리포터_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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