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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OF SHISEIDO - 「세르쥬 르땅스 전 ~몽환 여행의 기록」

긴자(銀座). 동경에서 긴자는 어른들의 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긴자를 거닐다보면 다른 곳보다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노부인이라든지, 고급 살롱의 마담인듯 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은 일본 근대문화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목조건물이 전부이다시피 했던 동경에서 정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서양화된 벽돌건물의 구획조정이 된 거리이다. 지금은 외국 명품 브랜드의 샵으로 가득한 고급 상점가이지만, 일본 근대의 패션과 문화는 이곳에서 태동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시세이도는 긴자의 역사와 함께하고 영향을 끼친 대표적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시세이도(Shiseodo)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을 대표하는 화장품회사이다. 문화를 중시하는 기업 경영으로 130여년에 걸쳐 일본의 디자인 문화를 이끌어가는 선두자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1872년 창업 당시부터 디자인을 중시하는 기업 방침을 확고히 하고 서양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일본의 디자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긴자에 위치하고 있는 House of Shiseido의 윈도우 디스플레이. 계절과 전시회에 맞추어 디스플레이하고 있다. 2004년에 본사 빌딩에 개관하였다.

‘하우스 오브 시세이도’는 동경 긴자에 자리잡고 있는 시세이도의 기업문화전시관이며 시세이도가 가꾸어 온 독자적인 문화를 발신하는 공간이다. 2계층의 공간에 전시관과 라이브러리, 아카이브 스페이스, 미니 시어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만 레이 전」, 「기(氣)와 놀다」, 「긴자 포토 스토리」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시세이도의 문화와 맥락을 함께하는 전시들이 다양하게 개최되어 왔다. 지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세르쥬 르땅스 전(7월 26일~ 9월 18일)에서는 시세이도의 이미지를 만들어 온 한 아티스트의 미의식의 전모를 볼 수 있었다.


하우스 오브 시세이도의 입구.




1층 전시장과 2층 전시장을 잇는 계단. 전시장이 두군데이기 때문에 두 곳다 사용하는 이번 전시에서는(평소에는 두 가지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2층으로 갈 수 있도록, 계단과 벽을 검정색으로 덮고, 조명을 보라색으로 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2층의 라이브러리. 기획에 맞추어 선정한 서적과 시세이도와 관련된 자료 등을 분류해서 소장하고 있다.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으며 대여는 할 수 없지만 유료 복사대를 갖추고 있다.


일본의 역사와 함께한 시세이도의 변천사를 기록한 표의 일부이다.


데이터 베이스. 상품, 선전제작물 등의 기업자료와 함께 소장사진이나 서적, 미술품등을 검색할 수 있다.


미니 씨어터. 시세이도의 영상작품을 선택해서 관람할 수 있는 영상 부스이다.


세르쥬 르땅스(Serge Lutens)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시세이도의 해외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맡아왔다. 각 계절의 프로모션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그의 이상적인 여성상이 표현되었고, 그것은 단순히 상품을 선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일 뿐만아니라 정해진 테마에 의해서 창조되는 예술작품이라고 할만한 것들이다. ‘작품자체가 나 자신이다’ 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 자신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시세이도에서 전개했던 프로모션의 요소를 배재하고, 예술작품으로서 그의 예술관이 전개되는 오브제와 이미지, 악세사리와 영상 등을 한 곳에 모아 재구성하였다.

르땅스는 크리스찬 디올에서 메이크업 라인을 개발하는 등 패션계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아티스트였다. 시세이도와의 만남은 일본이라는 지금까지 접한 적이 없는 문화, 예술, 미의식과 그가 품어왔던 이미지의 조화와 융합이라는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가 표현하는 여성상은 독특하면서도 동양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새하얀 피부, 길고 올라간 눈, 새빨간 입술, 가느다란 팔 다리 등.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의 새로운 조화가 아름다움이 지니는 절대적인 관념을 변함없는 보편적인 미의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회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꿈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만들고 싶다. 관람자가 자신의 밤을 느낄 수 있도록’이라는 그의 의도가 그대로 표현되고 있는 전시회장은 온통 검정으로 뒤덮인 공간에서 이루어져, 암흑의 세계로 여행하는 느낌이 드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좁은 길을 지나면 넓은 공간이 나오는 구성이었는데, 이것은 어두움과 괴로움의 통로를 거쳐서 넓은 공간, 즉 해방된다는 작가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걸어온 예술로의 여정을 엿보는 듯한 전시 공간이다.



그의 컨셉 컬러는 블랙이다. 전시회를 온통 뒤덮은 검정과 보라색이 미궁과 같은 공간 속에 영상 작품을 포함한 시세이도의 이미지를 만들어 온 60여점의 작품이 작품 속의 오브제, 악세사리와 함께 재구성되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이라는 물건으로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닌, 몇가지의 창조물을 통해서 철저한 예술표현을 계속하고 있는 그의 정신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작품의 선택, 보여지는 방법, 회장 디자인, 조명 등이 이 테마를 근거로 설계되었다. 젠(禪)의 정신, 흑과보라, 각(angle)과 직선을 중시, 과도한 것을 배제함 등이 르땅스가 희망한 디테일이다. 표현방법으로는 임팩트의 강함을 중시하였다.






작품과 더불어 작품에 쓰여진 오브제 등이 전시되어 있다. 놀라운 점은 이들 오브제와 메이크업, 의상과 배경 디자인, 촬영에 이르기까지 르땅스 본인이 직접 제작하여 완성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그 자신의 절대가치를 부가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있는 것인데, 대단한 완벽주의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작품의 퀄리티에 대해 ‘나는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작품은 시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모티브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시이다. 이 전시는 시의 세계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중앙: Le Rythme de la danse en étincelles rouges. – 빨갛게 반짝이는 댄스의 리듬, 1994 )






시세이도의 광고를 포함한 영상작품들. 시세이도의 메이크업 브랜드인 Inoui의 cf영상과 2편의 단편영화 「Les stars('74) 」, 「Suaire('76) 」를 일본최초로 공개하고 있다.



레이스 , 1995
Feuillages, feuilles, de quelle main, cæur, folie est nee cette dentelle a reuer la natureen ombres, encre, du nuit? Qui inscrit ce poeme sans mot et vivant sur la peru?
(잎사귀, 많은 잎사귀. 그림자, 잉크, 밤을 둘러입은 자연을 꿈꾸는 레이스는 대체 어떤 손과 마음, 어떠한 광기에서 태어난 것인가. 피부에 숨쉬는 이 언어 없는 시를 누가 기록할 것인가.)

[웹에서 문자가 깨지는 관계로 정확한 불어표기를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




레이스 , 1992
Sa question est la mienne.
(나도 그녀와 같은 것을 묻고싶다.)



장미, 1980
Rose enddamie; tes epines me tuent.
(잠자는 장미여, 너의 가시는 나를 죽인다.)



Calligraphie,1995
Sur fond de songe noir, ce mensonge de leures.
(검은 몽상을 배경으로, 이것은 입술의 거짓말.)


매일매일 수많은 광고와 이미지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이토록 예술가와 한 기업이 서로를 존중하며 깊이있게 펼쳐 나아가는 컬러버레이션을 보는 것은 드믄 일일 것이다. 빠르게 지나치는 유행을 쫓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미의식 아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자적 세계를 만들어내어 항상 신선하고 언제봐도 새로운 그의 작품을 보며 감탄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 르땅스의 창작 세계는 향기의 세계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의 예술세계의 엣센스라고 할 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전시회를 방문한 날은 태풍이 동경을 지나가는 날이었는데, 날씨만큼이나 임팩트가 큰 하루였다.

긴자에는 하우스 오브 시세이도 뿐만 아니라 ggg(긴자 그래픽 갤러리), 리쿠르트 G8갤러리 등, 재미있는 그래픽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가 많습니다. 동경에 방문하시면 꼭 한번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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