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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어린이를 위한 문화 예술 공간 디자인

문화예술 경험은 스트레스로 점철된 시민들의 일상을 유연하게 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각종 거리 축제와 페스티벌, 전시, 공연, 비엔날레는 싱가포르와 같이 경쟁적인 도시국가에서 균형 잡힌 삶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싱가포르에 사는 어린이도 피해 갈 수 없다. 싱가포르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않거나, 더하다. 어떤 초등학교에 입학하느냐, 졸업 시험에서 몇 점을 받느냐에 따라 평생의 삶의 괘도가 어느 정도 정해진다고 보기에 싱가포르 어린이들은 초등학교부터 입시 스트레스와 사교육 경쟁을 겪는다.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예술 공간은 싱가포르 어린이들의 삶에 여유를 불어넣는 중요한 쉼터이다. 이번 글에서는 주기적으로 ’갤러리 어린이 비엔날레Gallery Children’s Biennale’를 개최하는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National Gallery Singapore와 미술 교육을 위한 케펠 센터Keppel Centre for Art Education, 싱가포르 예술가들이 만드는 놀이 공간 ‘아트 그라운드The Artground’를 예로, 싱가포르에서는 어린이 방문객을 염두에 둔 문화예술 공간을 어떻게 조성하고 있는지 콘텐츠와 공간 영역으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나무배 노-Dayung Sampan-갑판 위의 주도적인 선장이 돼라, 자이누딘 삼수리Zainudin Samsuri는 어린이들이 새장을 벗어나 항해를 위한 선장이 되어보도록 하는 설치물이다. / ©Designforwhat

 

 


중독 Obsession, 캔버스 유화, 용 자비엘Yong Xavier, 부킷 판장 공립 고등학교Bokit Panjang Government High School /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입시 스트레스는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진다. 양 손에 시계를 차고 책을 보고 있다. 책 귀퉁이에는 군인이 그려 있고, 교복에는 계층을 뜻하는 피라미드가 그려진 배지가 달려있으며, 기준에 맞춰 길이를 재는 잣대인 자가 놓여있다. 책에 쓰인 글자들은 자에 비춰 어그러져 보인다. / ©Designforwhat

 

 

콘텐츠 연출 특이점 / 1. 아날로그와 디지털 인터랙션의 조화

 

보통 어린이들이 문화예술 공간을 찾을 때에는 부모나 선생님, 또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형제자매와 동행한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이 반복적으로 호기심을 갖는 콘텐츠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지속적인 감흥을 갖기는 어렵다.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와 동시에 한 전시관을 방문할 때, 일부는 흥미를 갖고 머물러 있고 싶어 하고, 나머지는 지루해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보챈다면, 보호자의 입장이 얼마나 곤란할까? 갤러리 어린이 비엔날레는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새로운 재미요소를 발견하며 한 곳에 머물러있을 수 있도록, 한 전시장 안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인터랙션 요소를 변화무쌍하게 배치해둔 점이 돋보인다.

 

울트 구름과 푸른 산The Oort Cloud and the Blue Mountain (헤이즐 임-슈레겔Hazel Lim-Schlegel, 안드레아 슈레겔Andreas Schlegel)은 세상의 재미난 요소들을 축소해서 담아놓은 벽면 인터랙티브 보드이다. / ©Designforwhat 

 


케펠 센터의 워크샵 공간. 입체 조형과 디지털 3D 조형을 함께 탐구한다. / ©Designforwhat 

연령별로 보이는 다른 반응과 키높이를 고려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인터랙션 전시 요소를 배치했다. 콘텐츠끼리 동떨어지지 않고, 서로 연계가 돼있어, 부모까지 즐길 수 있다.

 

 

콘텐츠 연출 특이점 / 2. 내 것으로 체화시키는 경험

 

'강 변에 누가 있지? Who’s by the River?'는 같은 갤러리의 다른 전시관에 있는 류 강Liu Kang의 '강변의 삶Life by the River (1975)'을 주제로 만든 참여형 설치물로, 관람객이 모니터에서 원하는 캐릭터와 집을 그려 완성하면, 스크린에 투사되고, 움직인다. / ©Designforwhat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의 로비 한 켠에 마련된 활동 수레. 전시 작품에서 본 식물 모티브를 스탬프로 찍고 색칠한다. 전시를 본 것과 연관된 활동을 주체적으로 해보며 체화시키는 코너는 더욱 깊이 있는 관람을 할 수 있게 돕는다. / ©Designforwhat 

 

 

 

콘텐츠 연출 특이점 / 3. 몸의 감각을 자극, 재활용 소재 활용

 

 


천장에 매달려있는 알록달록한 풍경에 공을 던져 소리를 내는 전시물, 기회 운영Chance Operations, 송-밍 앙Song-Ming Ang / 몸의 다양한 몸의 감각을 자극하는 물리적인 경험은 활동적인 어린이들에게 호응도가 높다. / ©Designforwhat

 

 


케펠 센터의 워크샵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재활용품으로 만들기를 한다.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하면서,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 ©Designforwhat

 

 

콘텐츠 연출 특이점 / 4. 체계적이고 풍성한 보조 자료

 


보호자를 위한 정보들을 요목조목 정리해놓은 보조자료 / ©National Design Singapore

 

전시물마다의 특징과 관람 관점, 연관 활동, 전시물 주변의 특수 시설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보호자용 가이드와 다양한 어린이 관람객용 활동 보조 자료를 제공하여, 순조로운 관람을 돕는다.

 

 

공간 연출&운영 특이점 / 1. 풍성한 휴식, 수납공간

 

전시를 즐기는 것은 어린이와 보호자 모두에게 유익한 자극을 주는 동시에,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한다. 지친 어린이 관람객의 투정은 부모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그 소란은 다른 관람객들의 집중력을 떨어 뜨린다. 전시장을 나올 때까지 모두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치기 전에 틈틈이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갤러리 어린이 비엔날레에는 전시 공간과 이동 통로 곳곳에 앉거나 짐을 올려둘 수 있는 곳이 마련돼있다. 전시장의 관객 체험 코너에는 각종 소도구들이 배치되기에 전시장 운영 직원을 위한 수납공간도 중요하다. 서랍마다 라벨을 붙여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류 강Liu Kang의 강변의 삶Life by the River (1975)을 주제로 만든 ‘강변에서의 놀이Play by the River’는 모두가 부담 없이 올라타고 앉아 쉴 수 있는 설치물이다. / ©Designforwhat

 

 


 

 

 


어린이와 함께 나들이를 하면 짐이 많다. 지쳐서 보채는 아이를 앉혀놓고, 무심결에 짐을 올려놓아도 보호자 마음이 편한 ‘랜딩 스페이스Landing Space’가 중요하다.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는 옛 법원 건물을 미술관으로 용도 변경하여, 공간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곳곳에 다양한 위계의 쉼터를 마련해두었다. / ©Designforwhat

 

 

 


순조로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직원 수납 공간 / ©Designforwhat

 

 

공간 연출&운영 특이점 / 2. 탁월한 액세서빌리티Accessibility와 배려

 

휠체어나 목발을 이용하는 어린이도 문화 예술 경험이 필요하다. 인파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안전 영역을 확보하며 문화 예술 경험에 젖어들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전시물들을 액세스 가능하게 계획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보호자를 위한 안내문에 미리 표시를 해두어, 현장에서 마음 상하는 일 없도록 했다.

 


아트그라운드의 인클루시브 공연장 입구에 마련된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어린이 방문객의 보호자를 위한 큐카드 / ©Designforwhat

 

아트 그라운드에서 진행한 인클루시브 감각놀이 공연은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어린이와 자폐 어린이가 많이 찾는다. 아트 그라운드 앞문은 계단이 있어 출입이 불편하니, 휠체어 탄 어린이를 위해 특별히 뒷문을 개방하고 직원이 웃는 얼굴로 맞아준다. 휠체어 바퀴에 묻은 먼지도 무릎을 굽혀 닦아주고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모습이 인상 깊다. 자폐 어린이가 느끼는 감각은 일반 어린이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정 자극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단체가 관람하는 공연에서 자폐를 가진 아이가 돌출 행동을 할 때, 웃고 있는 보호자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난다. 그래서 보호자를 위한 큐카드를 준비했다. 전시 중에 경험하게 될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시각화했다. 보호자가 공연의 흐름과 길이를 미리 가늠하며, 아이를 달래거나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는 마음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공간 연출&운영 특이점 / 3. 철저한 위생 관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인 요즘, 위생 관리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모자란다. 누구나 만지고 느끼는 체험 전시장 곳곳에 손 소독제를 배치하고, 직원이 방문객들의 손 소독을 권유한다.

 


손 소독제와 안내문 배치 / ©Designforwhat

 

 

공간 연출&운영 특이점 / 4. 관람 예절 교육

 

전시 관람자의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의 규칙은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예절을 익혀, 문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케펠 센터 벽에 붙어있는 관람 예절 교육 안내 ‘주의 깊게 보고, 발견한 것을 이야기해보세요. 무리를 이탈하지 말고 관람하세요. 너무 빨리 지나가면 재미난 것을 놓칠 수 있으니, 사뿐사뿐 걸으며 관람해요. 다른 관람객들을 존중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요. 전시장 안에 음식이나 음료를 들이지 않아요.' / ©Designforwhat

 

 

어린이 관람객들에게는 전시장의 전시물품만 아니라, 이동통로의 의자, 계단, 커다란 조명 아래 생기는 그림자, 창문 손잡이, 재미난 패턴의 옷을 입고 지나가는 옆의 관람객 - 그 모든 것이 자극의 요소가 된다. 보호자가 방문한 공간에 조성된 그 모든 코너를 봐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을 이기고, 기다려 줄 수 있다면, 어린이는 한 코너에서도 거듭 새로움을 발견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어린이들이 새로움을 안전하게 탐험하고, 보호자의 피로를 덜어 공동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돕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주진: 하늘의 품으로 솟구쳐 오르기Stardust: Soaring Through the Sky’s Embrace, 마크 주스티니아니Mark Justiniani를 즐기는 다양한 관람객들의 자세 / ©Designforwhat

 

유리 바닥 아래에 거울 반사를 통해 펼쳐지는 끝없는 나락을 보는 16미터 길이의 이 아찔한 전시물 위를 걷는 대부분의 어른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재빨리 다음 코너로 이동한다. 하지만, 어린이 관람객들은 보고, 되돌아가고, 기어가고, 올라가고, 뒤부터 다시 시작한다. 발아래 느껴지는 높이가 무서워 보호자의 손을 꼭 잡고 걷던 어린이는 왔던 길을 다시 반복해서 걷고, 결국은 호기롭게 혼자 걷는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비슷한 공감각적 자극을 얻지만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게 되는 삶의 작은 성취를 맛보는 것은 어린이다. 문화예술 공간에서만이라도 어린이들에게 활개칠 수 있도록 해줘야하지 않을까? 책상을 벗어나 문화예술 공간에서 주어지는 탁 트인 자유와 새로운 발견을 즐기다 보면, 인생의 달콤 쌉싸름함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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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예술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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