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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음식이라기엔 Too Good to Go.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한국의 가을처럼 햇살은 따뜻하게 바삭하고, 공기는 기분 좋게 날카롭고 차다. 그마저 남아있던 햇살도 이제 점점 더 짧아져서 화창한 하늘을 그리워할 겨울이 돌아오고야 말 것이다. 해가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면 한 겨울에도 선글라스에 수영복 차림으로 발코니에 나와서 맥주를 마시는 독일인들이 겨울이면 일조량이 부족해서 비타민 D 처방을 받아야했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몸소 경험함으로써 (거기서 마시는 맥주는 더 맛있더라는…) 그제야 비로소 공감하게 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오랜 시간 외국에 살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순간들을 적잖이 마주하게 된다.

독일 대부분의 도시는 저녁 8시면 마트를 포함한 모든 가게의 문을 닫는데, 쇼핑이 불가능해지는 그 시간에 길을 걷다 빵집 앞을 지날 때면, 낮에 팔던 빵들이 그대로 진열되어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독일 사람들은 설마 이 많은 빵들을 내일 다시 팔지 않겠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다음날 되팔더라도 사기 싫고, 그날 그날 폐기처분 한다고 하더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 것 같아 동조하기 힘들 것 같다.  

 


이미치 출처: unsplash (public domain)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이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단체로 선정되었는데, 그들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 생산되는 전세계의 음식 중 3분의 1은 그날 우리의 뱃속으로 모두 사라지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한다. 이는 ‘매일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 중 3분의 1을 충당하려면 음식물 쓰레기 봉투 값으로 얼마나 낭비하게 될 것인가.’ 의 단순히 우리 가계부에 미치는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밥상의 수만큼 곱해진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매일 우리가 밟고 있는 땅 속으로 그리고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 누군가는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고 있는데, 우리는 먹을 수 있지만 오늘을 넘기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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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은 마음씨가 좋아

최근 필자에게 생긴 새로운 취미. 그것은 바로 ‘매일 팔고 남은 빵이나 케이크를 사는 일’이다. 누가보면 자선사업이라도 하냐고 물을 수 도 있겠지만, (부끄럽게도) 내 배를 불리기 위함이다. 뮌헨 시내의 많은 빵집, 카페, 도넛/디저트 가게, 마트, 과일가게, 식당 등에서 매일 판매하고 남을만한 음식들을 미리 원가보다 저렴하게 예약제로 내놓는데, 앱을 통해 평소 퇴근길에 오가는 혹은 선호하는 매장의 알람 설정을 해두었다가 선착순으로 해당 상품을 구매하면 된다. 커뮤니티가 크게 형성이 되어서 리뷰를 통한 Rating 시스템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혹여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먹지 못하는 음식을 판매하는 일은 절대 없고, 당일을 넘기면 ‘어차피 폐기처분’ 해야만하는 여전히 ‘질 좋은 음식’들을 3분의 1가격 (더 저렴한 곳도 있다)에 판매함으로써,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의 이름은 “Too Good To Go”.

 


이미치 출처: Too Good To Go 

2015년 덴마크의 젊은이들에 의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서비스 시작 5년도 안되는 빠른 시기에 막대한 자본의 펀딩과 의식있는 젊은이들의 서포트를 바탕으로 현재 유럽에만 350명의 직원을 두게 되었다. 판매와 소비의 가치교환을 바탕에 두고있지만, 경제활동 너머의 의식을 두드리는 Too Good To Go는 어느새 서유럽 전역의 대도시에 급속도로 퍼져서 커다란 사회운동과도 같은 움직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모두 “Too Good To Go”

Boulangerie Dompierre, 퇴근길에 5분 정도를 시내 방향으로 조금만 돌아가면 뮌헨 최고 (필자의 주관적 기준) 프랑스 베이커리를 만날 수 있다. 맛이 최고인 만큼, 가격 또한 최고여서 크로아상, 에클레어, 플래인 브리오쉐와 절반 바게뜨만 담아도 20유로를 훌쩍 넘어버리곤 한다. Too Good To Go 사용 이후, 이 퇴근길 루트를 자주 이용하게 된 이유는, 같은 맛과 같은 양을 5유로 가량에 살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판매자가 쓰레기를 버리는데 써야할 돈은 아끼고 오히려 벌 수 있기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동참하고, 그렇게 낭비될 수 도 있었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는 보람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더! 내가 구매한 음식이 나에게 너무 많은데 여전히 먹을 수 있는 상태라면? 앱을 통해서 음식이 필요한 누군가 (이웃, 자선단체 등)와 내가 구매한 음식을 나눌 수 있고, 혹은 내 구매에 1유로 (파운드)를 보태면 그만큼의 음식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나눔 옵션이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주머니는? 원래 지불할 음식의 가격보다 적은 양을 보다 현명한데 쓰기때문에,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간단하지만 천재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용하는 방법 역시 간단하다. 

1.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설치한다.

2. 거주하는 지역을 설정하고 (위치 기반 자동), 결제 수단을 설정한다.

3. 원하는 매장에 원하는 메뉴를 당일 영업 마감 전에 미리 예약한다.

4. 예약된 시간에 해당 매장에 가서 앱에 예약 정보를 보여주면 미리 포장해둔 음식을 내어준다.

5. 집에 돌아와 (배가 고프다면, 오는 길에) 맛있게 먹는다.

6. (선택) 친구들과 배도 지갑도 즐거운 Too Good To Go 파티를 즐긴다. 

 




이미치 출처: Too Good To go (press release)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Too Good To Go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온라인 인프라의 규모 (와 보급도), 현명한 소비 문화의 정착, 저녁이 있는 삶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Too Good To Go 혹은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가 정착하기 좋은 상황이라 생각한다.

내 스마트폰 안에 설치된 앱들 중에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Too Good To Go. 현명한 소비, 공유 경제, 음식물 쓰레기와 음식난의 감소, 동시에 쓰레기로 인해 생기는 지구 온난화의 감속 등 장점은 셀수 없고, 단점은 생각할 수 없는 이 서비스가, 전세계로 퍼져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보상 받는 사회운동이 될 수 있기를, 비슷한 노력들이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미치 출처: Podcast

Source: Too Good To Go 서비스의 영국 Co-founder, Jamie Crummie의 Podcast 인터뷰 바로가기 

 

 

리포터_양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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