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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디자인 1: 옥토버페스트와 BIG 6

필자가 중학생이었던 20세기 언젠가의 일이다.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던 ‘풍진’이라는 전염병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는데, 미열과 발진/통증 등의 증상을 가지고 생명에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전염력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여느 중학생들처럼 어떻게하면 수업을 빠질 수 있을지에 창의력을 쏟았던 필자가 당시에 가졌던 바람- ‘풍진이라도 걸려서 학교 안가면 좋겠다.’- 은 기적처럼 봄방학 하루 전 날 이뤄졌다. 원없이 뛰어놀 수 있었던 기회를 방구석에 드러누워 날려버렸던 당시의 기억이 물론 즐겁지만은 않지만, 어찌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마스크를 쓰고 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비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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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사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좁게는 개인 운신의 폭이 말도 못하게 제한적으로 바뀌었다면, 심할 경우는 시간도 공간도 모두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우울과 희망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하고 있는동안 1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우리는 그간 즐기던 많은 것들을 내려놓는 것에 익숙해졌다.


독일인들에게, 그중에서도 맥주를 사랑하는 뮌헨 시민들에게 2020년은 더욱 슬픈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0년이 넘는 오래전부터 전통으로 지켜져온 옥토버페스트 (Oktoberfest) 맥주축제가 역사상 25번째로 취소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인데, 맥주가 삶의 크고 중요한 일부분인 많은 독일인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이리라. 개인적으로 더이상 그 대단한 맥주축제그 즐겁기보다는 시끄러워져버린 필자는, 열두번째 경험하는 옥토버페스트의 취소 결정에 강한 지지를 표했지만 어떠한 오해도 사고 싶지 않았던터라 그 환호는 조용히 마음 속에만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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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이 넘게 이어져 내려오는 옥토버페스트의 맥주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법칙이 존재한다.

첫째, 모든 맥주는 정해진 규정에 맞게 양조되어야 하는데 예를들면 약 6 % 알코올 성분을 가져야 하며, 물, 보리, 홉, 효모 만 포함 된 ‘순수’한 상태의 맥주여야 한다. 

둘째, 축제에서 (옥토버페스트 행사장에서) 유통되는 모든 맥주는 뮌헨시 내에서 양조되어야만 한다.

 

그 기준에 따라 전통적으로 옥토버페스트 맥주를 생산하는 ‘Big Six (6)’ 양조장이 존재하는데, Augustiner (아우구스티너), Hacker-Pschorr (하커 프쇼어), Löwenbräu (뢰벤브로이), Paulaner (파울라너), Spaten (슈파텐), Hofbräu (호프브로이), 이렇게 여섯 곳이다. 

 


이미치 출처: 옥토버페스트 포스터 "Sechs Richtige. (Six right ones.)" / Münchner Stadtmuseum, Sammlung Stadtkultur  

 

 

이미치 출처: Augustiner (필자 편집) 

Augustiner (아우구스티너): 독일의 맥주 역사는 종교개혁이 있기 전까지 (고대?) 독일의 국교였던 천주교의 영향과 관계가 깊다. 당시의 수도사들은 음료 외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금식 기간을 대비하여 맥주를 양조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때 탄생하고 발전된 맥주 양조법이 오랜 역사를 통해서 현재 독일 맥주에 영향을 준 것이다. 까마득히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328년, 당시 뮌헨의 가장 큰 수도원 중 하나였던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 (Augustianian Monastery)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맥주의 양조법을 계승/발전 시켜온 맥주 브랜드이다. 엠블럼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아우구스티너 맥주를 뮌헨 최고 맥주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 요세프 바그너 (Joseph Wagner)의 이니셜인 J.W와 함께 회사의 기원에 걸맞도록 천주교 주교의 지팡이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택함으로써 브랜드의 시작과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이미치 출처: Hacker-Pschorr/Paulaner (필자 편집) 

 Hacker-Pschorr (하커 프쇼어): 비교적 늦은 시기인 18세기 말에 하커 (Hacker) 가문과 프쇼어 (Pschorr) 가문의 혼인을 통해 탄생하게된 하커 프쇼어 맥주는 두 가문을 상징 문양 두개가 나란히 놓인 이미지를 그들의 엠블럼으로 삼았다. 현재는 파울라너 그룹에 속한 브랜드이다. 

 

 

이미치 출처: Löwenbräu (필자 편집) 

Löwenbräu (뢰벤브로이): 독일어 Löwen은 사자 (Lion)의 복수형태이다. 1383년에 시작한 뢰벤브로이 맥주와 사자의 관계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최초의 양조장이 있었던 주소 17 Löwengrube 였다는 설에 큰 가능성이 실린다. 사자라는 브랜드 이름을 택하고 그 엠블럼은 루벤스를 비롯한 많은 화가들에 의해서 그려진 성화 ‘Daniel in the lions' den (사자굴의 다니엘 - 성경 속의 예언자)’ 에서 표현된 사자의 이미지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치 출처: Paulaner (필자 편집) 

Paulaner (파울라너): 아우구스티너와 마찬가지로, 수도사들이 본인들의 음용을 위해 만든 맥주가 현재의 파울라너 맥주가 되었다. 1634년, 뮌헨에서 활동한 수도사인 성 프란시스 파올라 (Saint Francis of Paola)는 동료 수도사들과 함께 맥주 양조를 했고, 음식을 구하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것이 유래가 된 파울라너 맥주는 현재 독일을 대표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맥주 브랜드 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미치 출처: Spaten (필자 편집) 

Spaten (슈파텐): 1397년 만들어진 슈파텐 맥주는 청량한 맛과 함께 회사의 소유권이 가장 많이 바뀐 맥주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한때는 프란치스카너 (Franziskaner) 이후 뢰벤브로이 (Löwenbräu)에 속하게 된 슈파텐은 영어로 Spade, 삽을 의미하는 독일어이다. 맥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원료 중 하나인 맥아를 퍼담는 ‘삽’에서 브랜드명을 따온 만큼, 엠블럼 역시 직관적으로 삽의 이미지를 그려넣었다.

 

이미치 출처: Hofbräu (필자 편집) 

Hofbräu (호프브로이): 1589년 뮌헨을 대표한 귀족 중 하나인 공작 빌헬름 5세 (Wilhelm V)는 왕실에 조달할 맥주를 가까운 곳에서 만들기 위해 왕실 정원 바로 옆에 커다란 양조장을 만들었다.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이 커다란 양조장은 후에 막 발효된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으로 발전했고, 이것이 그 유명한 호프브로이 하우스가 된 것이다. 왕가/귀족의 맥주라는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답게 엠블럼 역시 왕관의 형상으로 그 품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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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세계 최고의 맥주 축제 옥토버 페스트의 두가지 불문율, 독일 양조법을 지킨 가장 순수한 상태의 뮌헨 맥주만 사용된다. 어찌보면 아주 폐쇄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의미를 지키고자 하는 독일인들의 전통 사랑이 느껴진다. 이 옥토버페스트에서 사용되는 여섯개의 맥주 브랜드 Big Six의 역사적인 유래에 뿌리를 두고 길게는 700년 가까이 지켜져오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는 오랜 시간동안 지켜져온 독일 맥주 전통에 대한 사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나 많은 브랜드들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또는 리뉴얼 과정 속에서 그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700년의 시간은 단순히 700번의 해가 바뀐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리포터_양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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