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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방Quite Room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안에 자리한 장애 어린이들의 쉼터, 조용한 방Quiet Room / @Lekker Architects레켈아키텍츠 (Ong Ker-Shing, Joshua Comaroff, Chen Shunann, Lua Jinwei, Lim Yide)

 

주변이 시끄러워 견딜 수 없을 때, 우리는 조용한 곳이나 익숙한 것에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같은 자극도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이 모두 다를 테지만, 몸과 마음의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감각은 더욱 특별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장애 어린이들의 감정이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아 돌발 행동으로 표출될 때, 보호자와 주변인들은 당황스럽다. 그리고 장애 어린이들은 당황스러움을 넘어선 고통과 좌절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사고를 예방한다고 장애 어린이들을 집 안에서만 보호하면, 인지활동 능력 발달이 무뎌지기에 안전한 장소에서 유익한 자극은 필수적이다.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는 안전하고 유익한 미술관에서 장애 어린이들이 과다 자극을 받을 때, 숨어들 수 있는 조용한 방이 있다.

 


 


조용한 방은 적절한 색과 빛과 무게감이 있다. 차분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지만 과하지 않다. / @Lekker Architects

 

조용한 방the Quiet Room은 치매노인,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인클루시브Inclusive 디자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레켈아키텍츠Lekker Architects의 작품이다. 은은한 조명과 단단한 쿠션으로 내부 공간의 모든 면이 채워져서, 방 안에 있는 사람을 공간이 안아주는 것 같은 감흥을 준다. 쿠션들은 완벽한 퍼즐처럼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쿠션들의 모서리와 맞물리는 간격을 유려하게 처리하여, 지나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밀도가 느껴지는 조용한 방은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특유의 유리 천정으로 이뤄진 높은 천고, 흐트럼없이 배열되어 긴장감을 자아내는 예술작품들, 세련된 광택을 자랑하는 대리석으로 마감된 탁 트인 실내, 재미거리를 찾아 밀려드는 인파와 대조된다. 망망대해 속의 외딴섬이랄까?

 


밀도 있게 쿠션들이 채워지며 만들어낸 곡선 / @Lekker Architects

 

쿠션들은 벽면과 바닥면에 벨크로로 고정되어 있어, 청소를 위해 들어낼 수 있다. 표면이 비닐로 마감이 되어, 요즘 같은 때에 소독제로 닦아도 무방하다

 


 

 


공간을 재구성하고, 놀이와 휴식을 함께 즐기는 어린이 관람객과 보호자 / @Lekker Architects

 

각 쿠션의 형태는 나름의 의미와 쓰임을 지닌다. 원통형 쿠션은 안절부절못하는 어린이가 쿠션을 껴안고 차분해질 수 있게 하고, 세모, 네모 형태의 쿠션은 서로 쌓아 올리면서 내부의 환경을 바꿔나가는 활동으로 집중력을 되찾게 한다. 조명에 쿠션과 같은 톤의 색감을 입혀, 안온한 조도를 유지한다. 차분한 색감과 균형 있는 조도의 LED 조명이 쿠션의 밀도와 소음 상쇄 효과와 어우러져, 특유의 폭 안긴 느낌을 연출한다.

 

 

안온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숨바꼭질할 때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오목한 자리, 알코브Alcove / @Lekker Architects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은 2016년부터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지속해오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는 특수학교 아동들이 인파를 피해 조용한 아침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조용한 아침들Quiet Monings’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과정을 통해 장애어린이들의 예민한 시각, 청각, 촉각을 특히 배려한 환경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조용한 방은 그 결과물 중의 하나이다. 조용한 방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자폐 어린이들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인파가 가져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금 전시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위험요소가 없는 부드럽고 작은 방 안에서는 쿠션으로 인해 소음이 상쇄되어, 어린이의 휴식 중에 보호자도 염려 없이 한 숨 돌린다. 에어컨 소음, 형광등과 할로겐 조명의 미세한 깜박임, 낯선 얼굴을 가진 인파의 움직임을 감당하지 못해 주변에 피해가 된다고 장애어린이를 훈계하지 않고, 과다한 자극을 제거한 비눗방울 속 같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조용한 방 안의 빛 그림자와 도형을 정리한 도식 / @Lekker Architects

 

장애어린이와 보호자가 7.26평 방에서 느끼는 안정감은 미술관 전체에서 느끼는 재미 못지않게 중요하다. 눈에 띄어야 선택받는 디자인의 세계에서, 감각이 특별히 예민한 사람들을 위하여 스스로 돋보일 수 있는 요소를 모두 제하는 것은 배려와 자신감이다. 뉴 노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2020년 한 해를 어렵사리 넘기고 있다. 바이러스 때문에 애써 조용히 지낸 것 같은데도 지구촌에는 시끄러운 뉴스거리가 유독 끊이지 않았다. 세상의 많은 자극들이 각 사람에게 동반하는 수없이 많은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 뉴 노멀 시대에는 더욱 필요할 것 같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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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켈아키텍츠 #인클루시브디자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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