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상에서 구할 수 있는 흔한 재료를 조립하여 만든 소도구 시리즈 중, 부엌 저울 / 디자인: 예 샤오쑤안Ye Xiaoxuan

오늘날, 물건은 짧게 머물다가 이내 버려진다. 시장에 즐비한 제품 중에는 접합 부위를 숨기거나 특수 나사로 조립하는 공정을 거쳐, 망가져도 사용자가 임의로 뜯어보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리를 맡기는 번거로움과 비용, 기다리는 시간과 불편함을 생각하면, 새 물건을 사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손쉬울 때가 많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전자기기를 사면, 사용설명서처럼 자세한 수리 설명서가 들어있었다는데, 지금의 현실은 그때와는 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환경은 더 망가졌다. SF 영화에 보면, 주인공이 긴박한 상황에 주변에 버려진 물건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호기롭게 위기를 넘기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대부분의 물건을 수입하는 싱가포르는 Covid-19가 가장 심각했던 작년 여름에 극심한 사재가 현상을 겪었다. 물건의 풍요를 지나, 물건의 가뭄을 겪게 되는 것이 SF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닌 시대를 살게 되었다. ‘Forager Things’라는 테마는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의 나올 법한 재기 넘치는 디자인의 모음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산업디자인학과Division of Industrial Design와 디자인과 환경학과School of Design and Environment 2~4학년 학생들은 일상의 물건들을 조합해서 실제로 작동하는 물건을 만들어보는 프로젝트인 ‘Compositional Products’를 진행했다. 지도 교수는 한스 탄Hans Tan으로, 결과물은 현재 싱가포르디자인센터에서 전시되고 있다.

후추 그라인더Pepper Grinde / 디자인: 브랜든 옹Brandon Ong

소형 청소기Vacuum / 디자인: 펭 고지Feng Guozi 

탁상 조명Table Lamp / 디자인: 니샤 탄Nysha Tan

비눗방울 기계Bubble Machine / 디자인: 샬롯 호Charlotte Ho

키네틱 전등Kinetic Lamp / 디자인: 클로에 챈Chloe Chan

음악 시계Musical Clock / 디자인: 위니 림Winnie Lim

휴대용 선풍기Portable Fan / 디자인: 예 지아지에Ye Jiajie

거품기Frother-Whisk / 디자인: 예 지아지에Ye Jiajie

부엌 저울Kitchen Scale / 디자인: 예 샤오쑤안Ye Xiaoxuan

적합한 재료를 발로 뛰며 찾아, 직접 작동하도록 만들어보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3D 렌더링으로 모든 파트를 미려하게 다듬어내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창작 의지와 지적 자극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드뱅크의 2018년 ‘What a Waste 2.0’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은 매일 0.74 kg의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그 쓰레기들이 모여 바다 한가운데에 섬이 생겨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이기에, 있는 것의 조합에 새 가치를 담는 시도가 신선하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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