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 칼과 스프레이 페인트, 사다리를 든 구조대가 나타났다.

이들은 프랑스 국립 장식미술학교 l’ENSAD학생들이다. 칙칙한 지하철 역을 구하기 위해 기존의 대형 인쇄 광고물 일색인 지하철 플랫폼을 (PARIS지하철은 주요 관광지 몇 곳만 제외하곤 냄새와 먼지 등 … 우울함이 유명하다) PYRAMIDES(피라미드) 라는 지하철역 이름에 걸맞게 멋지게 변신 시킨다.

이 작업이 일어날 때쯤 예전 리포트 에서 소개한바 있는 아랍문화원 에서는 파라오들에 대한 신성한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피라미드 역에서도 또 하나의 파라오의 현대적 해석(?) 쯤으로 말할 수 있는 훌륭한 학생들의 전시가 여린 샘이다.

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LAURENT UNGERER, 장식 미술학교 교수, C’Alum에 의해 먼저 공동으로 기획 되었고, 파라오를 연구하는 단체에 자문을 얻었으며 아랍 문화원의 승낙을 받았고 또한 지하철 공사 RATP의 협조도 얻어야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중의 효과를 노렸다고 할 수 있는데 혁신적인 파라오에 관한 전시회 홍보효과와 학생들의 직접적인 프로젝트 참여가 그것이었다.

L""ENSAD 졸업반 학생들이 참여하여 자료수집과 연구를 하였다.
16개의 기존의 3mx4m의 대형 인쇄광고물(paris지하철의 광고물은 아직 모두 종이로 된 포스터 형식의 광고물이다)자리를 활용 하였는데 각각은 16명의 이집트 왕에 관한 각각의 synmbol을 찾아서 현대화 시킨 것이다.
이집트 왕조를 3개의 시대별로 분리시켜서 1주일씩 시대별 상징을 나타낸 것인데,
1차는 기존의 인쇄광고물 속에서 한 부분에 조금씩 스며드는 글자 심벌을 이용하여 1차 시대를 만들었고
2차는 본격적으로 기존 광고판에 도색과 전성기의 이집트 문명 금도금을 이용한 작업이었고,
3차 는 마지막 시대의 왕조를 상징 하면서 현대와 조화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상징화 시킨 것이다.

작업은 정확히 정해진 규격 안에서 계획 되었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단체나 그룹의 사람들이 무언가 하나의 일을 하기에도 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전시는 교수, 학생, 지하철 공사, 아랍 문화원 의 완벽한 협력 아래 이루어 질 수 있었다고 생각되며 학생을 직접 참여 시키는 이러한 시도는 그 자체 만으로도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 역은 서로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잠시지만 함께 머무는 공간이다.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옆 사람을 몰래 힐끔힐끔 쳐다 보기도 하고 괜히 광고물을 보기도 하는 멋쩍은 광경은 빠리나 서울이나 마찬가지다.

아주잠시 머무는 공간이지만 지하철 벽화를 보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건네었을 것이다.그리고 플랫폼의 분위기 또한 사람들의 침묵 속에 늘 그러한 썰렁하고 칙칙한 다른 역과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늘 그랬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깨고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유발하게 했다는 것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므로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의 작업은 이미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요소 하나로 사람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

디자이너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

PHOTO BY Lee Joung 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