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 디자인 프라이즈(The Design Prize)’ 유통 부문 골든 마돈나 상을 받은 디자이너 존 마가리티스(John Margaritis)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그룹 뉴욕 선샤인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예술, 디자인, 패션, 건축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디자이너 존 마가리티스는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의류 브랜드 디키즈(Dickies)와 손잡고 색다른 프로젝트 ‘선 다이드 인 텍사스(Sun Dyed in Texas)’를 진행했다.

디키즈는 저렴하고 튼튼한 워크웨어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정평 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으로 워크웨어가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받으며 캐주얼 브랜드로 10·20세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디키즈는 원래는 자동차 관련 회사였으나, 1922년 의류 회사로 전향하여 지금까지 워크웨어, 데님, 캐주얼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75년 이상 입을 수 있는 견고한 품질과 편안함’을 모토로 가격대비 내구성과 탄탄한 퀄리티로 인정받아왔다. 약 100년 가까이 패션 브랜드로서 사랑받고 있는 디키즈는 2000년대에 들어서 꼼데가르송, 스투시와 같은 브랜드와도 협업하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이다. 

이런 디키즈와 존 마가리티스가손잡은 ‘선 다이드 인 텍사스’ 프로젝트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황량한 사막 위에 작은 집과 광고판을 설치, 디키즈에서 실제로 의류 제작 시 사용되는 원단을 이용해 날씨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디키즈라는 패션 브랜드 광고뿐만 아니라, 설치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도 가지는 해당 프로젝트는 브랜드의 100년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존 마가리티스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모든 건축물을 제작했으며, 디키즈 브랜드 본사가 있는 텍사스의 사막에서 조립 완성되었다. 특히 작은 집과 광고판은 각각 다른 양의 태양을 받아 퇴색하는 속도가 각기 다르도록 고안되어 자연이 섬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해당 프로젝트는 존 마가리티스의 건축가적인 면모와 동시에 브랜드의 가치를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탄탄한 내구성과 퀄리티로 환경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예전부터 꾸준히 섬유 폐기물을 최소화해온 디키즈의 모토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당 프로젝트에 사용된 모든 섬유는 2022년 뉴욕 선샤인과 디키즈 협업 컬렉션으로 업사이클링될 예정이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된 목재 역시 뉴욕의 팝업 스토어에 재사용될 예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환경적 가치를 지키며, 재미있는 설치물을 선보였다.

예술-패션이 브랜드의 가치를 표현해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는다. 단순히 이목만 끌기 위해 의미 없는 협업 프로젝트와 홍보 보다는, 브랜드의 모토를 심도 있게 드러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이어 나간다면, 디키즈처럼 100년 넘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자사만의 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키가 되어 줄 것이다.

강기향(미국 / 뉴욕)

gihyangkang@gmail.com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패션디자인학과 졸업

(현) Meijer 아동복 테크니컬 디자이너(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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