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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 일이 되면

싱가포르에서는 대통령 배 디자인 어워드(President*s Design Award Singapore) 역대 수상자를 연사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본업으로 삼거나 본인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웨비나, ‘The P*DA X Education&Career Series -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of a visual communication career(영상 보기)’를 진행했다. 초청된 연사는 아이야EYEYAH!의 대표 스티브 라울러Steve Lawler, 프레스 룸The Press Roo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켈리 챙Kelley Cheng, 키네틱Kineti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스트리 눌사림Astri Nursalim, &래리의 래리 페Larry Peh로, 본인들의 커리어 시작과 대표적인 작업의 뒷 이야기에 후배 디자이너들을 위한 조언을 곁들였다.



아이야EYEYAH!의 대표, 스티브 라울러Steve Lawler


“저는 예술적인 분위기의 영국 남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이탈리아의 파브리카Fabrica에서 주요 사회 이슈들을 대담한 이미지로 울림 있게 표현하는 훈련을 받았어요. 그리고 매거진을 계속 발행하고 있어요. ‘아이야!’는 사회 이슈와 관련된 정보를 흥미로운 그래픽으로 제공하는 청소년 대상 매거진이에요 (연관 글 읽기). 




켄 갈랜드의 1963년 선언문. 소비적인 광고에만 치중하지 않고,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디자인을 더욱 추구하겠다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사진가들의 선언이 담겨있다. / @DesignSingapore Council





스티브 라울러가 추천한 역대 영화감독들. 디자이너들에게 이들의 영화를 찾아보기를 권했다. 
/ @DesignSingapore Council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시대정신과 스타일을 익히기 위해서는 기라성 같은 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그래픽 디자인의 목적을 위해서는 영국의 디자이너 켄 갈랜드Ken Garland의 1963년 선언문을 찾아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전시, 콘퍼런스, 다른 디자이너의 작업 등 본인에게 영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흡수하고 다양한 실험을 해보며 본인만의 도메인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또 비슷한 사람들과 계속 연결되세요.”




프레스 룸The Press Room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켈리 챙Kelley Cheng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저는 10대 때부터 좋아하는 밴드의 음반 커버를 무료로 디자인해 준 경험이 있어요. 컴퓨터 툴을 다루지 못하던 때라 혼자 사진도 찍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그 당시에는 싱가포르 대학교에 디자인 관련 학과가 그리 많지 않을 때라, 건축을 전공했지만, 그래도 그래픽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건축을 주제로 한 그래픽 매거진 ‘이쉬Ish’를 만들었어요. 스스로 매거진을 발행하면서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전해있던 시대도 아닌데, 싱가포르 너머 해외 동종 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어요. 


스튜디오를 꾸려 나가다 보면, 고통스러운 클라이언트 연말 보고나 임대료와 직원 월급 챙기기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그러니 금전적인 성공이나 명성을 추구하며 너무 성급하게 시작하지 않길 조언합니다. 스튜디오 운영을 위해, 이윤이 남는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다 보면, 영혼이 시드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프레스 룸에서는 가난한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는 돈 생각하지 않고 맡아서 해요. 왜냐하면, 아티스트 클라이언트들은 대체로 마음이 열려있고, 디자인 전권을 작업자들에게 주거든요.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서, 혹자들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가장 쓸모없는 직업이라는 말을 하지만, 저는 그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 좋은 디자인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인가요? 


디자이너로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커뮤니티와 디자인 생태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더 어린 사람들을 멘토링 하여, 함께 나아가며 역사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기에, 최대한 많은 토크에 나가고,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그러다가 가끔 놀랄 때가 있는데, 젊은 디자이너들이 싱가포르의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주요 인물들을 전혀 모를 때예요. 그래서 최근 들어, ‘Studio SML 2021’라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싱가포르의 디자인 역사가 다음 세대로 전승될 수 있도록, 싱가포르의 원로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프로젝트 정보를 집대성하는 작업이에요. 독자적으로 시작했는데, 다행히 싱가포르 정부에서 지원을 받게 되었네요. 





싱가포르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위해, 싱가포르의 원로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프로젝트 정보를 집대성하는 프로젝트, ‘Studio SML 202
1(이미지 위)’와 티저용 설치물(아래) / @DesignSingapore Council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업으로 삼으려는 분들에게 일 밖의 다른 취미를 여럿 가지기를 꼭 조언합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이 많이 줄기도 했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어요. 직업인으로서의 여러분의 삶이 지속 가능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취미는 일에 영감을 주기도 하고, 커리어를 유지해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키네틱Kineti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스트리 눌사림Astri Nursalim 


“저는 싱가포르에서 디자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학자금 대출금에 쫓기는 디자인 전공 학생이었어요. 대출금을 급히 갚아야 하는데, 계산을 해보니 싱가포르 달러로 월급을 받는 것이 환율상 유리하더라고요. 그래서 무턱대고 제 방에서 캠으로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 싱가포르의 디자인 회사 몇 군데에 보냈어요. 카메라 앞에 바지춤을 가져다 대고, 지퍼를 내리자마자 모자이크 장면이 나오면서 ‘저 대차게 디자인할 수 있어요. I CAN DO BALLSY WORK.’라는 문구가 나오는 짓궂은 영상이었는데, 취직이 됐어요. 



뛰어난 역량과 겸손한 인성을 가진 팀원들과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행운이에요. 싱가포르가 작년에 락 다운하면서 사무실에 못 나가게 되고, 슈퍼마켓도 편히 못 가면서 일상이 온라인 쇼핑으로 흘러가게 되던 때, 팀원들과 함께 원격으로 일하면서, 배달원들을 위한 응원의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디자인했어요(연관 글 읽기). 이번 해 수상작 ‘별로 편리하지 않은 편의점The [Not-So] Convenience Store’은 지구 환경을 담보로 누리고 있는 일상의 편의를 생각하며 일반적인 편의점에서 착안해서 만든 팝업 스토어인데, 여러 번 재사용하는 친환경 제품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자리였고요. 






‘별로 편리하지 않은 편의점The [Not-So] Convenience Store’은 일회용보다는 불편하지만, 지구환경에는 득이 되는 친환경 제품들을 모아 판매한 콘셉트 스토어이다. 
/ @DesignSingapore Council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함께 협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해요. 요즘에는 SNS 채널의 개인 메시지로도 작업 의뢰가 오고 가고, 그런 식으로 네트워크가 활장될 수도 있어요. 아무리 어필을 해도, 답이 안 올 때에는 낙담하지 마세요. 디자이너가 마음에 들어도, 협업 때가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언제가 좋은 때일지 모르니,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볼 대상에 맞춰가며 다양하게 구성해서, 계속 연락을 취하세요.” 




&래리의 대표, 래리 페Larry Peh 


“저는 패션과 타이포그래픽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처럼 구글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던 시절이 아니라, 잡지에서 멋진 것을 발견하면 그 작업을 한 사람을 조사하는 식으로 공부를 했지요. ‘좋은 디자인은 사그라들지만 메시지는 남는다.’는 신념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영혼을 찾아가는 과정이지요. 이제는 디자인이 아름다움을 넘어,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과 같이 융합적인 것으로 변모하고 있어요. 메시지와 목적이 중요해졌죠. 팬데믹을 맞아, 작업 현장을 실측하거나, ‘유저 저니 맵핑User Journey Mapping’ 같은 것을 원활하게 못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그렇지만 조금 기다리면, 기술의 도움을 받아가며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클라이언트를 만나거나, 포트폴리오를 보내오는 디자인 구직자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왜?’라는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술이나 스타일보다, 본연의 목적성에 충실한 메시지에 집중해보세요. 





&래리의 기존 로고와 새로운 로고. 팬데믹은 스튜디오의 본질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 @DesignSingapore Council



&래리는 브랜딩 작업을 주로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영혼이 살아있는 브랜드의 목적PURPOSE은 '열정Passion, 독특함Uniqueness, 맥락Relevance, 사람People, 소유성Owna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윤리성Ethics'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마켓을 추구하는 시대이지만, 본인의 독특함과 지역성을 고수하는 것도 중요해요. 자신의 근원을 탐구하고, 더욱 깊어지세요. 그리고 아무리 멋져 보일지라도, 이전 사람들과의 관계를 끝내버리지 마세요.” 




웨비나 후반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5~10여 년 뒤의 싱가포르 디자인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연사들은 메타버스와 함께 그래픽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더불어, 디자인 전공자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나면서 디자인 시장 안의 경쟁에 높아지고, 클라이언트들이 디자이너에게 더 저렴한 디자인과 무한 수정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영 디자이너들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디자인을 가늠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하루 중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모든 것이 그래픽 디자인인 시대를 살면서, 디자인의 본질과 목적을 고민해보고, 디자이너로서 살아가기 위한 자기 점검을 해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싱가포르 디자이너 네 사람의 조언이 그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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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정(싱가포르)
Konstfack, Experience Design Interdisciplinary Studies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PLUS Collabo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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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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