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거친 생명력이 느껴지는 담대한 보태니컬 스타일로 싱가포르와 동남아의 주요 이벤트와 장소를 디자인하던 ‘디스휴미드하우스This Humid House’가 프랑스 파리를 기점으로 활동무대를 유럽으로 확장한다.
프랑스 파리의 컨셉 스토어 ‘위류 레 쿠류Heureux Les Curieux(직역: 행복한 구경꾼)’에서 이번 해 2월 말에 선보인 설치작업, ‘블렌디드 텅Blended Tongue(직역: 혼합된 언어)’ / 이미지@THIS HUMID HOUSE
재료 선정과 배색에서 특유의 자유로움과 대담함이 엿보이는 디스휴미드하우스의 보태니컬디자인 / @PHILIP HO, THIS HUMID HOUSE
프로젝트 맥락을 다학제적으로 이해하고, 특유의 문화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Jovian Lim, THIS HUMID HOUSE
디스휴미드하우스의 팀원들 중에는 랜드스케이프 아티스트나 정원사, 조각가처럼, 색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스튜디오를 시작한 2017년 이래, 건축디자인 배경을 가진 스튜디오 창립자 존 림John Lim을 주축으로 회화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유와 예술성, 건축물에서 얻는 조형과 공간미가 혼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유럽산 꽃을 가지런히 모아 포장지로 감싸던 기존의 꽃꽂이와 차별화되게, 디스휴미드하우스는 싱가포르의 복합적인 지형적, 문화적 맥락 안에서 프로젝트를 다학제적으로 분석하고,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한 식용 채소부터 들풀까지 경계가 없는 소재의 대담한 배치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독특한 디스휴미드하우스의 디자인 스타일은 이미 명성을 얻어, 뉴욕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모노클, 월페이퍼, 라 리퍼브리카 등 유수 매체의 지면에 등장하고, 루이비통 시티가이드에도 소개된 바 있지만, 다양한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디자인 협업을 통해 작품에 서사를 부여하는 비정형적인 화훼 용기를 디자인하고, 해외에서 재료 공수가 쉽지 않던 팬데믹 초반부터 싱가포르 안에서의 재료 조달률을 높이기 위해 직접 농장 재배를 시작하는 것 같은 폭넓은 행보는 스튜디오의 존재감을 더욱 각인시킨다.
해외 운송이 어려워진 팬데믹 초기부터 직접 정원을 가꾸며, 재료 자체 조달률을 높이고 있다. / @ ISABELL HANSEN, THIS HUMID HOUSE
파리의 새로운 스튜디오는 프랑스에서 유년기를 보낸 스튜디오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랑소와 오자와Francoise Ozawa가 운영한다. 스튜디오의 첫 작업이 된 전시, ‘블렌디드 텅Blended Tongue’은 싱가포르디자인카운슬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 스튜디오 소속 디자이너와 프랑스 유명 보태니컬 디자이너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파리에 스튜디오를 새로 열면서 그 어떤 스타일에 대한 계획도 세우지 않았지만, 유럽과 동남아에서 구한 다양한 식용 식물과 이색적인 화훼, 싱가포르와 프랑스의 다양한 아티스트 작품의 조합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설치작업이 완성됐다. 앞으로 디스휴미드하우스의 파리 스튜디오는 유럽 소재의 다양한 브랜드의 론칭행사, 예식, F&B 장소 디자인 프로젝트를 담당할 기대감에 차있다.
프랑스 파리의 컨셉 스토어 ‘위류 레 쿠류Heureux Les Curieux(직역: 행복한 구경꾼)’의 쇼윈도우 설치를 구경하는 행인 / @CAMILLE MCOUAT, THIS HUMID HOUSE
프랑스의 첫 윈도우 디스플레이에는 싱가포르와 프랑스의 축하 연회와 종교적 의례 요소를 디스휴미드하우스와 프랑스 보태니컬아티스트의 특유의 언어를 혼합하여 풀어냈다. 아티스트 쉐이연 푸아Shayne Phua의 독특한 차 주전자와 중국계 문화권에서 장수를 의미하며 생일 축하 연회의 모티브로 활용하는 복숭아 오너먼트를 주축으로, 싱가포르의 종교적 제단 위에 자주 등장하는 닫힌 연꽃을 닮았으면서도 봄 내음이 가득한 프랑스의 아마릴리스 봉우리를 이색적으로 배치했다. 싱가포르 소재 말레이시아인 아티스트 카라 이네즈Kara Inez의 은쟁반 위에 실리콘 혀를 올린 강렬한 오너먼트 ‘마틸다Matilda’와 빈센트 오리네Vincent Olinet의 녹아내리는 케이크 작품까지 어우러져 독특하다.
파리의 프로젝트에 연출된 프랑스 아티스트의 작품 중, 하나인 '요구르트 크림Crème de yaourts(25x25x30cm, 폴리스틸렌, 아크릴 레진, 폴리우레탄)' / @Vincent Olinet
파리의 프로젝트에 연출된 싱가포르 아티스트의 작품 중, 하나인 '쉬폰 피오니Chiffon Peony(24x10x21cm, 도자에 유약, 2019년작)' / @Shayne Phua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새 순이 돋은 동양의 버드나무 가지와 서양의 아마릴리스, 동남아의 거대한 바나나 잎, 양감이 충만한 고대 조형미가 느껴지는 프랑스와 싱가포르 작가의 다양한 도자 작업이 어우러지며, '혼합된 언어'를 선보였다.
작업 중인 팀원들 / 이미지 위@Vogue Singapore, 아래@MARITHA MAE
디스휴미드하우스의 작업은 항상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 적절히 배치된 문화적, 역사적, 종교적 요소를 발견하게 되면 발걸음을 멈추고 음미하게 한다. 자신들의 작업 미디어는 생명을 가진 식물로, 절삭하는 순간 더 빠른 소멸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유한성을 지닌 소재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맥락적 작업을 위한 방대한 리서치를 항상 거치는 스튜디오의 작업 과정은 철학적이고 진지하다. 싱가포르의 디자인, 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유럽에서도 다양한 다학제적 프로젝트를 이어갈 디스휴미드하우스의 작업에 기대감이 생긴다.
차민정(싱가포르)
designforwhat@gmail.com
Konstfack, Experience Design Interdisciplinary Studies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PLUS Collabo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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