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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디자인을 뽑는 Plagiarius Award

 

창작과 모방의 명확한 경계는 무엇일까? 매일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디자이너 혹은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을만한 질문이다. 컨셉을 만들어 나갈 때 이미 발표된 경쟁 디자인들을 살펴보는 것도, 내가 제안한 디자인과 비슷한 컨셉의 결과물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미 나오지는 않았는지 가슴 졸이며 확인하는 것도 의도에 관계 없이 비슷한 디자인을 내놓는 것을 막고 차별화하기 위함이다.



대놓고 모방하는 모조작, 가품, 흔히 말하는 짝퉁을 디자인하고, 생산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창작자들 혹은 원작을 만든 기업들의 시간과 노력을 아무 대가 없이 가로채는 것임은 물론이고, 그 제품들이 판매되어야 할 시장에서 본인들의 제품을 대신해서 팔아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것이며, 원작 브랜드의 가치까지도 하락시키고 마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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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표절 디자인 시상식이 있다. 독일의 ‘악지온 플라기아리우스 (Aktion Plagiarius e.V.)’는 창작물의 표절/모방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1977년 독일의 유명한 가구/조명 박람회 Ambiente 에서 디자이너 Rido Busse 시상식의 형태로 디자인을 복제해서 판매해온 홍콩의 회사를 세상에 알렸는데, 이 위트있는(?) 시상식이 많은 관심과 지지를 얻게 되면서 단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Plagiarius는 라틴어로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노예로 팔아넘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로마의 시인 마샬 (Martial: 40-102 AD)은 자신의 창작품을 동의 없이 거짓으로 사용한 사람의 행위를 두고 이 단어를 빌려서 ‘표절’이라고 표현했고, 시간이 흘러 영어로 지금의 ‘표절’을 의미하는 단어 ‘plagiarism’의 어원이 되었다.




Plagiarius Award 트로피 (이미치 출처: plagiarius.com/bildstrecke-2022/de/)




매년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전혀 명예롭지 않은 이 시상식에 수상을 위해 참가하는 사람은 없다. ‘황금 코’를 가진 검정 난장이 모양의 트로피를 받아가는 이 역시 없다. 하지만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지키고, 창작자의 노력을 가로채는 복제품의 근절을 위해서 이 ‘고발식’은 계속된다.


2022년에도 어김없이 진행된 표절 시상식의 결과를 보자.





1위: "KLIKK" cutlery set

 

 

(이미치 출처 (상-원작 / 하-모방): plagiarius.com/bildstrecke-2022/de/)




언뜻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제품으로 보이는 Klikk 수저세트는 스푼, 포크, 나이프가 포개져서 손쉽게 휴대할 수 있는 아주 영리한 디자인이다. 독일에서 제작 판매된 이 제품은 지속적으로 사용가능하도록 고급 소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호주의 한 여성잡지사는 고객 충성도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 디자인을 아주 헐값에 만들어 사용했고, 짧은 시간 사용후 구부러져 변형되는 싸구려 플라스틱 제품으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2위: Pressure gauge



(이미치 출처 (좌-원작 / 우-모방): plagiarius.com/bildstrecke-2022/de/)



기계 내부의 압력을 측정하는 게이지는 산업기계, 자동화 기계, 로봇,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 모든 현대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장치이다. 극한의 온도와 압력을 견디면서 정확한 수치를 제공해야하는 제품답게, 독일 WIKA의 압력계는 이 분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방글라데시에서 만들어진 이 모조품은 WIKA의 고유 로고뿐 아니라 ‘Made in Germany’라는 품질의 상징인 생산지 표시까지 거짓으로 따라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품질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다. 부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을 기본이고, 이로 인해서 부적절하게 조절된 압력에 의해서 사고 혹은 인명피해까지 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모방이다. 실제로 WIKA는 이러한 위험성때문에 자신들의 제품을 복제하는 사례에 아주 강경하게 대응한다.

 




3위: Ball Bearing


 

 

(이미치 출처 (좌-원작 / 우-모방): plagiarius.com/bildstrecke-2022/de/)

 

 



 

기계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볼베어링도 모방의 대상이다. 독일의 유명한 기계 부품 회사 Schaeffler의 볼 베어링 제품은 중국의 Giant 사에 의해 오차 없이 복제되었다.제품의 모양새는 물론이고, 포장 디자인, 딜러 인증서, 데이터 코드, 은행 정보까지도 모두 뻔뻔하게 복사/위조 되어서 많은 고객들에게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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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부터 3위까지의 본상 수상작들 외에도 입선작들까지 뽑은 Plagiarius 재단의 무자비함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과 끈질김에 박수를 보내며, 세상에서 복제품이 사라지는 날까지 그들이 매년 선발 고발하는 수상작들에 괌심을 가져보자. 입선작 모두는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창작물에 관한 지적재산권 관점에서 보았을 때, 너무도 무책임한 이 말이 악용될 경우, 땀흘리고 밤새워 만들어낸 누군가의 창작물이 가치를 잃고, 그들의 생계가 타격을 입고, 시장이 망가지고, 가품을 사서 사용한 소비자들의 안전마저 위협받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도 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창작자들이 누군가가 만든 멋진 작업물에 영감을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창작자가 영감과 모방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하기를, 결과적으로 그 창작물이 모(방)작이 아닌 그것 그대로 새로운 창작물이기를 바란다.

 

 

 

 

 

 

 

참고 사이트 / 자료

 

plagiarius.com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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