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매 년 8월마다 2주간 시내 한복판의 브라스 바사-부기스Bras Basah-Bugis 문화유산 구역의 차 없는 거리에서 나이트 페스티벌을 연다. 이번 해에는 인파가 모여 음식을 즐기면서 휴식을 취하는 페스티벌 마을(Festival Village)을 기점으로 6곳에서 연극과 라이브 퍼포먼스와 함께, 6점의 대형 프로젝션 맵핑, 15점의 조명 설치물, 5개의 실험작을 선보였다. 브라스 바사-부기즈 지역에 위치한 뮤지엄 파사드에 대형 프로젝션 맵핑을 하고, 거리를 조명 설치물로 채우는 것이 매 해 페스티벌의 주요 콘텐츠지만, 이번 해에는 팬데믹으로 활동하지 못했던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을 대거 섭외하여 페스티벌 장소를 무대처럼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나이트 페스티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을 세 가지 소개한다.
1.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적인 다양성과 기술의 융합: 다양한 배경과 표현 양식을 지닌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설치물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싱가포르 나이트 페스티벌은 싱가포르를 구성하는 민족들의 모국어인 네 가지 언어(위에서부터 차례로: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타밀어)로 표기한다.
공식 행사명:
Singapore Night Festival
新加坡仲夏夜空
Pesta Malam Singapura
சிங்கப்பூர் இரவு விழா
글리치스 오브 유Glitches of You
디자인: 아만다 탄Amanda Tan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컴퓨터 시스템 안의 오류가 화면 상에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글리치glitch 현상을 시계가 달린 스탬포트쇼핑몰 전면에 프로젝션 맵핑했다. 다양한 문화가 상충하는 현대상과 코즈모폴리턴으로 자라난 작가 개인의 감성을 싱가포르의 뮤지션 인트리구앗Intriguant이 사운드스케이프와 어우러진 픽셀 아트로 표현했다.
녹턴NOCTURNE(부제: 워털루와의 대화Conversations with Waterloo)
디자인: 나우팔 주맛Nhawfal Juma'at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워털루 센터에 누군가와의 열정적인 토론, 계속 엿듣고 싶어지는 주변 사람들의 대화, 사람들의 정신계와 시간 개념을 확장하는 형이상학적인 접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테라리움TERRARIUM
디자인: 오 미디어 그룹Aux Media Group, 바이너리 스타일Binary Style, 페이퍼신테시스PAPERSYNTHESIS, 바이오스BIOS_리빙Living NFTs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싱가포르 국립 디자인 센터에 설치된 복합 설치 작품으로, 정원에서의 피크닉을 모티브로 접은 입체 종이 구조물에 역동적인 게임 아트와 패턴이 덧입혀져 복합적인 현실을 구현했다.
2. 역사와 맥락: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거리들의 맥락에 맞는 작품을 선정해서, 페스티벌 콘텐츠를 강화했다.
스토리 프롬 포비든 힐Stories from Forbidden Hill
디자인: 맥신텐시티Maxin10sity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금단의 언덕을 배경으로 14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대 싱가포르의 건국 신화, 박물관과 인접한 포트캐닝공원에 자리했던 통치자의 식솔을 위한 온천탕 모티브, 말레이시아의 바당Badang 영웅담을 고대 암각 미술 기법으로 표현했다. 헝가리의 미디어아트 스튜디오가 작업한 프로젝션 맵핑 작품으로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파사드에 드리워졌다.
페쿤두스Fēcundus
디자인: 스월직 칭 촐 렝Twardzik Ching Chor Leng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페스티벌이 열리는 구역 이름인 ‘브라스 바사Bras Basah’가 ‘물에 젖은 쌀’을 의미하는데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품이다.
시티 오브 북스City of Books
디자인: 피시 자팔Fish Jaafar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페스티벌이 열리는 브라스 바사는 한 때, 책방이 즐비했으나 점차 문을 닫고 있다. 종이책에서 E-북으로 변하는 시대 흐름을 종이책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미드나이트 쇼 앳 캐피톨Midnight Show at the Capitol
디자인: 모조코MOJOKO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복고 감성의 퍼포먼스가 선보여지는데, 옛날 싱가포르 극장 간판에서 볼 수 있던 오색찬란한 이미지를 콜라주 형식으로 구현했다.
터널 그라피티Tunnel Graffiti
디자인: 리네트 퀙Lynette Quek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군사 요지로도 사용되었던 포트캐닝Fort Canning의 땅굴 벽면 그라피티에서 영감을 받아, 도시 안 터널에 AR 그래피티 작품을 선보였다.
캐세이 호텔Cathay Hotel(부제: 잃어버린 빨간 신발의 저주The Curse Of The Missing Red Shoe)
디자인: 버티컬 서브마린Vertical Submarine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60년대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미스터리 하게 헤어진 연인에 관한 이야기를 극으로 올렸다.
내 나무 지붕 아래Under My Tree Roof
디자인: 클로에 마나세Chloë Manasseh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포트캐닝 나무 터널과 포트캐닝공원의 상징인 나선형 계단을 배경으로 싱가포르의 식생과 조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태계를 표현했다.
3.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 팬데믹을 지나려는 시점에서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메시지와 시내에서 벗어난 외진 거리를 밝히는 설치물이 인상 깊다.
닻이 없는 바다An Ocean Without The Anchor
디자인: 스피크 크립틱Speak Cryptic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건물들이 서로 기대고 있는 형상을 가진 라플스시티Raffles City 건물을 한밤 중의 바다를 밝히는 듬직한 등대로 비유하고, 팬데믹 이후 뉴노멀로 나아가는 망망대해 같은 현실에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한 작품이다.
이러고 나서, 우리가 계속 낯선 사람이 될 수는 없어요 We can no longer be strangers after this
디자인: 퍼셉션Perception3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이번 페스티벌의 테마는 ‘재탄생Rebirth’이다. 마치 드라마 대사와 같은 메시지가 적힌 이 작품은 포스트 팬데믹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지난 삼 년을 돌아보게 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대를 회복하게 한다.
#싱가포르나이트페스트#SGNIGHTFEST
디자인: 판유나이티드Pan-United @Singapore Night Festival 2022
재활용된 저탄소 콘크리트 소재를 18겹 씌워 만든 7미터짜리 포토죤으로, 한 글자가 60킬로에 육박하지만, 대낮의 태양광을 받으면 가볍고 신선한 느낌, 밤에는 화려한 조명물로 변신하여 보는 이의 기분을 환기시킨다.
싱가포르는 실외에서 마스크 쓰는 것이 자유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8월 29일부터는 의료 기관을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도 선택사항이 된다. 서서히 팬데믹 이전처럼 삶을 돌아가려는 움직임인데, 싱가포르 나이트 페스티벌은 움츠러들었던 디자인, 예술, 공연계와 시민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차민정(싱가포르)
designforwhat@gmail.com
Konstfack, Experience Design Interdisciplinary Studies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PLUS Collabo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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