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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d in Korea: Yun Berlin, 한국 안경의 독일 정복기

 


적당히 조용하고 필요한만큼만 다이나믹한 뮌헨에서 15년째 디자인으라며 살고 있는 필자에게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좋기도 싫기도한 곳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독일인, 외국인 포함)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뮌헨을 사랑하는 곳은 베를린을, 베를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뮌헨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개인적 경험에 제한적으로 기반한다). 뮌헨에 비해 베를린은 다이나믹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하고, 흥미로운 것들이 넘쳐나지만 다소 어지러운 느낌이랄까. 어린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았던 필자에게는 그 반대의 이미지인 뮌헨이 더 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베를린은 독일, 아니 유럽 내에서도 손에 꼽히게 매력적인 도시임이 분명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살고, 느려(터진) 독일 대다수의 도시들에 비해 새로운 것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받아들여지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분위기와 비례하게 수많은 스타트업 혹은 벤쳐 사업들이 독일 시장의 첫 관문으로 베를린을 택한다. 젊고 역동적이며 자유로운 도시이다.



독일에서 가장 젊고 도전적인 이 도시에 2016년 한국의 안경 브랜드가 처음으로 선을 보였고, 성공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베를린 출신의 독일인 동료에 의해서다. “베를린 가장 핫한 쇼핑거리에 가면 정말 매력적인 안경 브랜드의 플래그쉽 스토어가 있어. 처음에는 엄청 고급스러운 일본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한국에서 왔다더라. 젠틀몬스터가 한국 브랜드인 걸 알았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지. 한국은 정말 디자인을 잘하는 것 같아.” 동료의 극찬에 이 브랜드를 모르고 있던 나조차 어깨가 으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베를린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언젠가 안경점 때문에라도 가봐야지…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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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한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서울이 아닌 독일 베를린 한복판에서 처음 그들의 비지니스를 시작한 Yun Berlin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간단한 정보를 알면 좋을 것 같다. Yun Berlin은 2015년에, 30년 이상 안경 제조업에 종사한 아버지 윤철주와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던 딸 윤지윤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아버지와 딸의 콜라보라니… 시작부터 굉장한 스토리다. 




 

Yun Berlin의 창립자 아버지 윤철주(우)와 딸 윤지윤(좌) (이미지 출처: harpersbazaar.co.kr/article/45363)




Yun Berlin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는 첫번째 속도이다. 보통 검안을 거쳐 본인에게 필요한 렌즈와 안경테를 고른 후, 공장에서 제작에 걸리는 시간과 받아보는 시간을 감안하면 며칠에서 ( 독일처럼 서비스가 답답할 만큼 느린 나라에서는)  길게는 몇주까지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경 제조업의 노하우를 담아 공장 제작 공정을 ‘인 스토어 프로덕션’이라는 컨셉으로 축소화한 생산라인을 매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이 제작 시간을 20분으로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20분이라니, 커피 한 잔 마시면 새 안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독일의 소비자들이 놀랄 수 밖에 없는 로켓 제작이 아니겠는가. 





Yun Berlin 매장 내부: 20분 만에 제작된 안경들이 계산대로 배달되는 컨베이어 벨트
 

 (이미지 출처: wwd.com/accessories-news/eyewear/koreas-yun-eyewear-focuses-on-berlin-success-10711806/)




윤철주, 윤지윤 부녀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Yun Berlin의 안경에 대한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2020년 패션매거진 Bazzar와의 인터뷰 (링크)에 따르면, Yun Berlin이 생각하는 안경은 시력 교정을 위한 의료용품이기에 그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외관과 사용성면에서는 흔히들 생각하는 패션보다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안경을 패션용 소품 혹은 하나의 악세사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에 균형을 맞춰주고, 일상의 매 순간에 필요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라고 정의하는 시선이 남다르다. 




 

Yun Berlin의 안경 모델들 중 일부 (이미지 출처: yun-berlin.com)



Yun Berlin의 안경들은 모두 담백하다. 몇몇 브랜드들처럼 눈에 띄는 시그니쳐 터치가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조용하고 깔끔한, 조용하지만 절대 무겁지 않은 느낌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대부분의 안경들이 대충써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간결하고 조용하며 고급스러운 Yun Berlin의 색채는 고스란히 매장의 디자인 컨셉과 웹사이트 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에도 잘 반영되었다.   

특히 베를린에서의 시작을 알린지 5년만인 2020년에 서울의 성수동으로 금의환양한 Yun Seoul의 공간/브랜딩 디자인은 요즘 가장 각광 받고 있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중 하나인, 라보토리 (Labotory: labotory.com)에서 담당했고, 그 결과 세상 어느 누구도 본 적 없는 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안경점이 탄생하게 되었다. 베를린 샵의 브랜딩에 실질적인 본사가 위치한, 한국의 색채를 적절하게 녹아낸 공간이다. 안경을 보러 갔다가 공간을 보고 돌아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Yun Berlin의 매장 내부 (이미지 출처: craigbarrow.com/projects/yun)

 

 

Yun Seoul의 매장 입구 (이미지 출처: yun-seoul.com)

 

 

Yun Seoul의 매장 내부 (이미지 출처: yun-seoul.com)

 

 

 

베를린에서 시작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안경 브랜드 Yun은, 그들의 세심하고 깊은 철학과 디자인, 서비스로 독일인들을 매료시켰다. 그들의 안경에대한 꿈이 실질적으로 자라난 곳인 한국의 서울에서 세계를 향한 또 다른 발걸음을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브랜드 Yun이 그들의 디자인 색채처럼 조용지만 진실되고 담백한 행보를 이어나가길. 세계 곳곳의 도시 이름 앞에 쓰여진 Yun이라는 이름의 간판들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 사이트 / 자료 

yun-berlin.com

yun-seoul.com

harpersbazaar.co.kr/article/45199

foundry.berlin/cases/yun/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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