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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틴 그릭 (Konstantin Gricic): 2022년을 수놓은 작품과 전시들

 

독일에서 디자인을 업으로 삼으며 살아온 시간도 어느새 15년 가까이. 그동안 독일에 사는 것이 좋았던 적도 그렇지 않았던 적도 많이 있지만, 디자이너로서 독일에 산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이유로 꼽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에 있는 많은 디자인 동료, 선후배들이 부러워했던 것은 유명한 디자이너를 샵에서 길에서, 혹은 디자인 행사장에서 만났던 경험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디자이너를 고르자면 처음은 고인이된 잉고마우러 (Ingo Maurer), 뮌헨 슈바빙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그의 작업실 옆 쇼룸에서 반쯤 접은 신문을 손에 쥐고 동년배 할아버지와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던 광경이 기억난다. (잉고 할아버지, 제가 그때는 말을 걸 용기가 없었어요. 부디 하늘에서도 재미난 디자인 많이 하고계시길 바랍니다.) 또 하나의 광경은 MCBW 디자인 행사장에의 무대 위에 고고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서 패널들과 토론하던 콘스탄틴 그릭 (Konstantin Gricic)의 모습이다. 집게와 중지 어딘가로 안경을 치켜 올리며 옆은 미소로 대화하던 모습과 포스는 길을 걷다 멀리서 발견해도 디자이너처럼 보일 것 만 같은 아우라를 지녔었다. 역시 개인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Konstantin Gricic (이미지출처: vitra.com)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콘스탄틴 그릭의 작업실은 뮌헨 시내에 있었다. 친숙한 느낌의 잉고 할아버지와는 다르게 이름과 외모 모두가 차갑게 느껴졌던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느낌은 여전하다.) 터라 ‘언젠가는 노크하고 찾아가봐야지.’라는 마음에서 언.젠.가.는에 늘 힘을 주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현재 그의 작업실은 베를린으로 이전했고, 사실 마음만 있으면 찾아갈 수 있는 거리의 도시지만, 여전히 이상한 두려움과 함께 ‘언젠가는’ 이라고 한번 더 뒷걸음질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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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시대에 뒤쳐지고 있는 걸까?’라며 콘스탄틴 그릭에 대한 관심을 접어두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테판 디아즈, 사이먼 부세와 같은 비교적 젋은 세대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미디어에 더 많이 노출 되었고, 콘스탄틴 그릭이라는 이름의 선명도가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였구나. 오랜만에 찾아들어간 그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2022년 한 해동안 그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오직 2022년 기준으로 그의 웹사이트 (konstantin-gric.com)에 정리된 작업만 보면 두가지 가구, 하나의 인스톨레이션 작품, 두차례의 전시 (그외에 디자인과 교수로 작업한 전시 하나)를 진행한 콘스탄틴 그릭의 한해를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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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CHAP STOOL / Vitra (LINK)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비트라 (Vitra)가 사랑하는 디자이너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만한 콘스탄틴 그릭. 이미 이전해에 비트라와 함께 LOCKER BOX를 런칭했고, 그의 디자인 경력 중 비트라와의 인연은 상당히 많다. LOCKER BOX의 런칭 이후, 한해가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초에 선보인 CHAP STOOL은 (실제 디자인 작업 기간은 2021년으로 추정) 이전 LOCKER BOX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어보인다. 알루미늄 하우징에 재생 폴리프로필렌 하우징에 알루미늄 튜브로 골조를 대고, 폴리에스터 패브릭으로 마감해서 집 안 (일하는 공간)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소품의 수납 박스로 디자인된 LOCKER BOX와 어울리도록 100% 재생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 CHAP STOOL은 간결한 기하학 조형으로 집 안의 일터에 콘스탄틴표 위트를 불어넣는다.  



 

Vitra Locker Box (이미지 출처: vitra.com)

 



 

 

 

 

Vitra CHAP STOOL (이미지 출처: vitra.com)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작은 트레이는 보관시에는 스툴의 하단부에 수납되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가벼운 색색의 스툴은 아주 간결하게 쌓여서 또 다른 전시효과를 일으킨다. 적용된 색상들은 Flos의 MAYDAY 램프를 연상시키며 콘스탄틴 시그니쳐 색상 (네온 오렌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02. HIVES / Mutina (LINK)


이탈리아의 Mutina는 디자인 가구와 소품뿐 아니라, 디자인 타일과 벽재 등 실내 건축과 인테리어 내장 제품으로도 유명한 브랜드이다. Mutina가 콘스탄틴 그릭에게 의뢰하여 만들어진 HIVES는 기원전 4000년경 부터 지구상에 존재하여 지금까지 가장 오래도록 건축재로 활용되고 있는 벽돌이다. 전형적인 테라코타 재질과 색상의 이 벽돌 디자인은 두개의 정육각형을 이어서 만들어졌고, 눕히고 세우는 두가지 조립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조형과 빛의 투과효과를 만들어낸다. 




 

Mutina HIVES (이미지 출처: mutina.it)

 



 


 

Mutina HIVES (이미지 출처: mutina.it)




 03. HIVES / Mutina (LINK)


콘스탄틴 그릭 외에도 나오토 후가사와 (Naoto Fukasawa), 뵨 달스트럼 (Björn Dahlström), 클라우디오 벨리니 (Claudio Bellini)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제품을 만드는 이탈리아 가구업체 PLANK는 최근 콘스탄틴 그릭과의 협업제품 BENCH를 선보였다. 가능한 모든 장식적 구조적 요소를 제외하고 최대한 경제적이고 공간활용이 좋은 디자인으로 완성된 BENCH는 제품의 생산, 배송, 그리고 사용자의 조립과정에서 불필요한 것들이 모두 간략해진 테이블-벤치 세트이다. 나무가 가진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최대한 지키고자 노력했으며, 선과 면으로만 보이는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Plank BENCH (이미지 출처: plank.it)



BENCH는 지난 Salone del Mobile 밀라노에서 첫 선을 보였고, 콘스탄틴 그릭이 직접 제품의 발표를 했다. 해당 영상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LNIK)





04. 전시들


선보인 디자인 가구들 외에도 다양한 전시 활동으로 2022년을 풍성히 만들고 있는 콘스탄틴 그릭. 

올해 1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베를린의 미술관 Haus am waldsee에서는 콘스탄틴 그릭의 기획 전시 New Normal이 많은 관람객을 맞았다. 오늘날 아무런 거부감없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광경들 (예를들면 책상위에 놓여있는 스마트폰)은 얼마전까지 정말 이상하고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이었던 경우가 많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일상 속 모습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처음에는 어색했던 상황들이 이내 친숙한 모습이 된다. 언젠가 아주 아무렇지 않은 모습일 수 있을만한 괴상망측한 광경들을 어울리지 않는 가구와 물건들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것이 이 전시의 컨셉이다. 우리가 살아갈 내일에는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금은 아주 이상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었다. 



 

New Normal (이미지 출처: wallpaper.com)

 


 

New Normal (이미지 출처: metropolismag.com)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의 명작 “Ceci n’est pas une pip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에서 이름을 따온 “Ceci n'est pas un mur” (이것은 벽이 아니다.) 전시는 Salone del Mobile 밀라노 기간동안 Giustini/Stagetti 갤러리에서 열렸다. 콘스탄틴 그릭은 그의 작품 소개에 마그리트를 인용하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상들에 대한 인식에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때 전시된 한정판 가구인 WALL은 건축디자인의 모형과도 같은 이미지인데, 벽을 가득 메울 만한 크기 이면서 선반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조형적 여지를 마련해 두었다. 같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DAYBED는 한면은 침대로, 한면은 의자로, 또 다른 한면은 선반이자 책상으로 보이는 디자인이다. 하나의 제품 안에서 일상에서 보이는 것들의 형상이 지닌 목적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학습된 이미지가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Ceci n'est pas un mur (이미지 출처: giustinistagetti.com/)

 




 

 

Ceci n'est pas un mur - WALL (이미지 출처: giustinistagetti.com/)




 

Ceci n'est pas un mur - DAYBED (이미지 출처: giustinistagett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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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작품과 전시를 통해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콘스탄틴 그릭의 올해 선보인 작품들은 모두 1-2년 정도의 작업 기간을 거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내년에 선보일 가구 콜렉션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을텐데… 올 한해 수놓은 작업들을 보니, 당장 베를린행 기차를 타고 작업실 문을 두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들여보내줄리도 없고) 그의 다음 디자인의 공식 런칭을 기대하며 기다리기로 하자. 






 

 

 

참고 사이트 / 자료 

konstantin-grcic.com

vitra.com

mutina.it

plank.it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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