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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 들어간 오브젝트A Year Made Object


일 년이 들어 만들어진 오브젝트들 / 사진@Singapore National Heritage Board

 

팬데믹을 살고 있던 싱가포르의 한 디자이너(이본 탐Yvonne Tham, 앰퓰렛Ampulets)는 ‘시간이 오브젝트라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고, 그 옛날 타임캡슐을 묻어두던 시대의 이미지와 인스타그램으로 손쉽게 접하고 전하는 현시대의 이미지는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더불어, 나름의 사이클을 가지고 흘러가는 반복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자연계의 시간과 공간 감각이 팬데믹으로 흐트러졌다는 결론을 얻는다. 그래서, 주변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에게 각각의 시간과 공간을 기록하기 위한 타임캡슐을 만들어보라는 미션을 주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는 두 가지 작업 방식이 주어졌다. 첫째, 최대 12개의 오브젝트를 만들 수 있고, 둘째, 정확한 프로젝트 시작과 끝을 날짜로 기록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일 년 중 특정한 달과 연관이 된 작업을 하고, 결과물에 그 달을 이름으로 붙일 것. 그렇게 작년 8월에 시작한 창조적 놀이는 이번 해 10월까지 이어졌고, 열여섯 명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달이 모여, ‘일 년이 들어간 오브젝트a year made object’라는 전시가 되었다. 

 

 

 

 


9월 / 디자인@데이지 토Daisy Toh, 사진 및 편집@조비안 림Jovian Lim과 제리 고Gerry Goh

싱가포르에서는 보기 어려운 ‘슬립 캐스팅Slip-casting’ 방식으로, 고체 점토를 액체로 만들고, 다시 고체로 만들며 형태를 빚었다. 다양한 색감의 레이어가 형성되는 과정은 시간을 형상화한다. 2002년 9월에 대만으로 유학을 떠난 아티스트는 본인이 자신이 있던 슬립 캐스팅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고자 다짐하며, 마지막으로 슬립 캐스팅 방식의 도자기를 만들었다. 마지막 인사이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2월 / 디자인@응 시잉Ng Saying

2월에 29번째 생일을 맞은 작가는 ‘눈 깜박하면 십 년이 훌쩍 지난다’는 큐레이터 이본 탐의 말에 ‘두 번 깜박하지 마세요’라고 농담 어린 반응을 했다. 시간과 기억을 꽉 채워 넣고 날려 보내지 않도록, 라탄을 엮어 만든 뚜껑이 달린 토기를 빚었다.

 

 

 

 


3, 5월 / 디자인@김 초이Kim Choy

3월, 싱가포르에서 외출이 통제되었던 락다운 기간 동안 사람들은 두려움에 사재기를 했고, 슈퍼마켓 달걀 코너가 텅 비어 있을 때가 있었다. 달걀 30만 개가 들어있는 특별 컨테이너가 태국에서 출발하여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싱가포르의 장관 찬 춘 싱Chan Chun Sing은 마중을 나갈 정도였다. 공예가 김 초이는 이를 남기기 위해, 단풍나무를 깎아 달걀을 만들었다.

 

5월, 해외에서 목재를 공수하기 어려워지고, 주춤거리는 로컬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싱가포르의 디자인, 예술계에 퍼지고 있을 때라서, 싱가포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앙사나Angsana 목재로 의자를 만들었다.

 

 

 

 


1월 / 디자인@김 초이Kim Choy

팬데믹이 심각해지기 직전 2020년 1월에 가족 여행을 다녀오며, 딸에게 스케이트장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한 작가는 팬데믹 기간 동안 스케이트 의자의 대체품으로 안락의자를 만들었다.

 

 

 

 


1월 / 디자인@마벨 탄Mabel Tan

장난기가 가득해서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못하던 유년기의 마벨 탄을, 어머니는 ‘근질거리는 엉덩이itchy butt’라고 부르셨다. 그런 어머니께서 작년에 뇌졸중을 겪으시고, 거동이 어려운 상태가 되셨다. 고통스러운 시간에도 장난기를 잃지 않기 위해, 상징성을 가진 재활 방석을 만들었다.

 

 

 

 


4월 / 디자인@씨니 응Xinnie Ng과 림 치잉Lim Chiying (이쇼 라보Issho Labo)

팬데믹으로 기존의 일상적 리듬이 깨어지면서 찾아온 모호함은 기존의 관점과 시간 개념을 흔들고 새롭게 했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올지, 얼마나 세찰지 모르지만, 그때마다 진동으로 반응하며 소리를 내는 풍경을 만들었다.

 

 

 

 


4, 6, 7, 10, 11, 12월 / 디자인@납웡 촤추엉Nabwong Chuaychuwong

2021년에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것을 잃고, 작가가 거주 중인 태국의 치앙마이에 팬데믹과 더불어 심각한 공기 오염이 이어졌다. 최악의 상태에서 희망을 찾으며 이어간 작업물이다.

 

 

 

 


8월 / 디자인@나타 와나파고Natta Wannapago

돌아가시고 숲에 묻히신 어머님이 흙, 비, 공기와 같은 자연물로 돌아가신 것을 상상하며, 티 타월을 염색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동안, 최대한 일상적으로 숲을 천천히 거닐면서,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버섯과 이끼를 발견하고, 염색 작업의 모티브로 활용했다.

 

 

 

 


12월 / 디자인@ 노린 로Noreen Loh (미운 Miun)

예술과 디자인의 영역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다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미운은 창작 에너지가 소멸된 것을 느꼈다. 어릴 적 절에 가서 보던 금부처상을 떠올리며, 부처를 닮은 자신의 형상을 만들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자신의 형상 아래에는 자신을 힘든 상황에 처하게 한 작업물을 묻었다고 한다. 어쨌든 살아가고, 창작하는 과정에서 기쁨과 자유를 되찾게 될테니까.

 

 

 

 


4, 5, 7, 11월 / 디자인@ 탄 지 시Tan Zi Xi (메시 므씨Messy Msxi)

중국의 전통 도자기에는 특정 시간과 공간이 형상화되어 있다. 팬데믹으로 역대상 최고로 고요롭고 평화로운 개인적 시간을 보낸 작가는 일상을 기록하는 개인적 도자기를 만들었다.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오브젝트인 카탈로그 북(위)와 카탈로그 북을 활용한 전시 연출(아래) / 사진@designforwhat

월 별로 작업을 담은 독립적인 카탈로그들이 타임머신을 의미하는 개폐형 상자 안에 소복하게 들어있다. 각 작업의 독립성과 다채로움, 작가들의 쌓인 시간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 기록물이다. 카탈로그 북을 벽면 텍스트와 전시 캡션으로 사용한 경제적인 전시 연출이 돋보였다.

 

 

 

 

 


전시장 풍경 / 사진@designforwhat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디자이너 이본 탐은 시간이 오브젝트라면, ‘거칠게 엉켜있는 타래A wild, intractable tangle’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단절되어야 했던 팬데믹 기간이었지만, 개인의 조각난 시간이 아닌, 모두의 시간으로 2022년을 함께 살아냈으니 말이다.

 

 

 

 

차민정(싱가포르)
Konstfack, Experience Design Interdisciplinary Studies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PLUS Collabo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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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송구영신 #싱가포르디자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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