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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전의 역사: 중소 브랜드 바로 알기 1편 - Grundig

 



세계 전자 제품 무대에서 삼성과 LG 전자를 빼면 거론할 이름이 없어야 할 정도로, 한국의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왔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그들의 이름을 분주히 알리는 동안, 현대 전자, 대우 전자와 같은 안타깝게도 잊혀진 이름들이 있다. 또한, 코웨이, 아이리버 등 특화된 제품군에서 ‘우리가 제일 잘해.’라며 긴 시간동안 그들의 역사를 써오고 있는 기업들도 있으며, 동양 매직으로 시작된 주방 대형 가전 기업을 인수하며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난 SK 매직과 같은 브랜드도 있다. 거기에 리스트에는 없지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국내 혹은 아시아 시장에서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브랜드들까지, 한국이라는 이 작은 나라에도 이렇게 많은 가전 제품 메이커들이 존재하는데, 그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독일이라는 나라는 어떨까?



브라운, 보쉬, 지멘스와 같은 글로벌 대형 브랜드들 외에도 Gaggenau, BSH, Miele, Liebherr, Teka, AEG, Krups, Medion, Neff, Vorwerk 등 많은 이름들이 필자의 뇌리를 스쳐간다. 이 모든 브랜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너무나도 방대한 양의 글과 공부의 양이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하나씩 천천히 선별해서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첫번째 브랜드는 (두번째 편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꽤나 매력적인 역사를 가진 Grundig (그룬딕)이다. 




독일의 많은 오래된 가전 브랜드가 두 차례 세계대전의 역사 속에서 라디오를 생산하는데서 그 역사를 시작했 듯 그룬딕 역시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그 시작을 함께 한다. 또 하나의 지극히 예상 가능한 사실은 브랜드 창업자의 성이 그룬딕일 것이라는 것인데, 그렇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창업자 Max Grundig에 의해서 (이름도 그 흔한 막스라니… 우리 나라의 철수같은 이름이다.)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지방에서 만들어졌다.  




종전 이후 폐허가 된 독일을 대신 통치하던 연합군의 감시로 완제품의 라디오를 생산/판매할 수 없었기에 막스 그룬딕은 직접 조립할 수 있는 DIY 라디오 키트를 판매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Heinzelmann (하인젤만) 라디오는 (당시 유일한 창구였던) 라디오를 통한 정보를 원했던 많은 독일인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 참고로 그룬딕의 75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하인젤만의 오마주 제품인 하인젤만 스페셜 에디션이 발매되었다. 하인젤만의 성공으로 더 큰 생산부지가 필요해진 그룬딕은 창업 2년 만인 1947년에 생산부지를 확장 이전했고, 1948년 드디어 완제품 라디오 제품인 Welklang을 만들게 된다. 



 





 

오리지널 하인젤만 (이미지 출처: Wikipedia / en.wikipedia.org/wiki/Grundig)

 



 

75주년 기념 하인젤만 리미티드 에디션 (이미지 출처: fidelity-online.de/grundig-heinzelmann/)






시간이 흘러 어느새 1949년이 되고, 그룬딕은 라디오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간다. 그렇게 1950년대를 향해 가던 즈음,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Grundig Boy (그룬딕 보이)가 세상에 나왔다. 휴대용 라디오를 표방한 그룬딕 보이 1세대는 주파수 게이지만 없으면 서랍장 맨 밑에 먼지 쌓여있는 공구박스처럼 생겼다. 실제로 필자는 처음 인터넷으로 발견한 그룬딕 보이를 보고 누군가 빨간 공구박스에 포토샵 장난을 했거나, 수평자가 내장된 공구박스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나 친숙한 모습때문이었을까? 그룬딕 보이는 이렇게 휴대성을 가진 라디오 중에서도 독보적인 생김새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수 많은 그룬디 보이, 나아가 이름의 그룬딕 OOO 보이로 세계관을 이어가는 인기 라인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1949년 1세대 그룬딕 보이 (좌) / 1958년 그룬딕 포켓 트랜스미터 보이 (우) 

(이미지 출처: aes-media.org/historical/html/recording.technology.history/tape5.html)






가정용/휴대용 라디오 제품 개발에 멈추지 않고, 전문가용 오디오 제품으로 그들의 포트폴리오을 넓히는 노력을 이어갔고, 기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테이프 레고커나 고급 오디오 제품들이 줄지어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이런 투자와 개발을 바탕으로 독일에서 유럽 전역, 그리고 미주 시장에 까지 그룬딕의 명성은 독일에서 온 오디오의 강자가 되어있었다. 






 

1951년 1세대 그룬딕 리포터 테이프 레코더 (좌) / 1955년 그룬딕 뮤직 케비넷 7080 (우) 

(이미지 출처: aes-media.org/historical/html/recording.technology.history/tape5.html)



 

 


시간이 흘러 어느새 1949년이 되고, 그룬딕은 라디오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간다. 그렇게 1950년대를 향해 가던 즈음,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Grundig Boy (그룬딕 보이)가 세상에 나왔다. 휴대용 라디오를 표방한 그룬딕 보이 1세대는 주파수 게이지만 없으면 서랍장 맨 밑에 먼지 쌓여있는 공구박스처럼 생겼다. 실제로 필자는 처음 인터넷으로 발견한 그룬딕 보이를 보고 누군가 빨간 공구박스에 포토샵 장난을 했거나, 수평자가 내장된 공구박스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나 친숙한 모습때문이었을까? 그룬딕 보이는 이렇게 휴대성을 가진 라디오 중에서도 독보적인 생김새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수 많은 그룬디 보이, 나아가 이름의 그룬딕 OOO 보이로 세계관을 이어가는 인기 라인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1960년 초소형 휴대용 라디오로 출시된 그룬딕 미니 보이 1세대의 포장, 매뉴얼, 제품 

(이미지 출처: jamesbutters.com/grundigminiboy.htm)





1세대 그룬딕 보이로 라디오/오디오 시장에서 무게있는 행보를 나아가던 그룬딕은 1953년에 최초로 텔레비전 수신기가 포함된 오디오 기기를 발매하면서 오디오의 영역에서 비디오의 영역으로 그들의 시장을 넓혀간다. 이외에도 컬러 프로젝터를 최초로 만들어 내면서 조금씩 죽어가는 라디오 시장에서 TV/비디오 시장으로의 이동을 모색해 나간다.  




 

리모컨이 탑재된 독일 최초의 컬러TV 수신기 1981년 (이미지 출처: Wikipedia / en.wikipedia.org/wiki/Grundig)




 

독일 최초의 컬러 프로젝터 Cinema 9000의 광고와 제품 1981년 

(이미지 출처: obsoletetellyemuseum.blogspot.com/2011/09/grundig-super-color-cinema-9000-gsc900.html / auctionet.com/en/2053425-tv-grundig-super-color-cinema-9000-sk-1980-with-screen)





독일 프리미엄이 한 몫을 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비디오/오디오 브랜드가 된 그룬딕은 1970년대를 거치며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그룬딕을 표방하는 세계의 여러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생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이어오면서 그들의 최고 경쟁자 중 하나인 필립스에게 지분을 조금씩 내어주면서 그룩딕 가문의 힘이 쇄약해지다가 1984년에 이르러 최대주주 자리를 필립스에 내어주게 된다.




필립스에 주인의 자리를 빼앗긴 후에도 그룬딕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어진다. TV 시장에서도 16:9 비율의 TV를 1993년에 이미 만들어 냈고, 오디오 시장에서는 mp3 디지털 음원 플레이어 제품을 출시하며 이동하면서 음악을 소비하는 새로운 세대의 니즈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더 막강한 품질과 브랜드 파워로 무장한 세계의 강자들 (삼성, LG 포함)에게 설 자리를 빼앗기면서 비디오/오디오의 디지털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더디고 무뎌지게 되었다. 결국 2003년에 파산 신청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가 영국과 터키의 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이후 비디오/오디오 분야의 무한 경쟁에서 잠시 눈을 돌려 청소기, 면도기, 주방 가전 등 여러 가전제품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종합가전 브랜드로의 변화를 노려보지만, 역시 그마저 녹록치 않았다. 

 


그렇다고 그룬딕이 역사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독일 시장에서 중저가 가전 브랜드로 사랑 받고 있으며, 2007년 터키계 가전 회사에 완전히 인수되면서 터키 시장에서는 독일 브랜드라는 프리미엄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 수 많은 기록들을 써내려가면서 오디오와 비디오 시장에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기술을 불어넣었던 그룬딕. 가전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룬딕의 지분이 상당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라는 커다란 파도에서 잠시 좌초되어 레이스에서 이탈한 명가 그룬딕의 부활을 응원하는 적지 않은 수의 팬들 중 하나다. 



 


 

 



 

 

 

 

 

참고 사이트 / 자료 

wikipedia

grundig.co.uk/about-grundig/history

obsoletetellyemuseum.blogspot.com/2011/09/grundig-super-color-cinema-9000-gsc900.html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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