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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도 화창하길: Glatz

날이 좋다. 낮은 확연히 길어졌고, 하늘이 파랗게 높아진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이 늘어나고, 햇살은 따뜻하며 바람은 살랑거리며 꽃향기를 실어 나른다. 봄이 왔다.  


유난히 춥고 길고 회색빛의 겨울을 버텨낸 독일인들에게 봄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걸치는 옷이 줄어들거나 창 밖으로 초록색이 많아지는 것 이상의 의미이다. 창문을 활짝 열어 따뜻한 공기를 집 안으로 초대하는 것이고, 집 안의 조명대신 햇살 아래서 책을 읽는 것이며, 소파 옆에 쭈구리고 있던 화분들을 발코니로 옮겨 숨쉬게 해주는 것임과 동시에 최대한의 햇살이 내 피부에 내려 앉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독일의 봄에는 확연히 늘어난 웃음 소리가 창을 넘어 거리로 전해지고, 아직은 쌀쌀함에도 최소한의 옷만 걸치고 발코니에 누워 책과 함께 프로세코를 마시는 사람들로 집집마다 생기가 넘친다. 이 시기가 되면 집 근처 바우막트 (Baumarkt: 건축 자재와 집안 데코레이션, 인테리어 소품과 아웃도어 제품을 판매하는 대형 마트) 주차장은 발코니와 정원용 가구, 바베큐 용품 등을 사려는 SUV와 Van들로 가득 찬다. 드디어 긴 겨울을 지나 봄이라는 것이 확실히 오고 말았다. 

    

발코니와 정원을 꾸밀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아웃도어 가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앉아서 식사를 하다가도 누워서 책을 읽고 낮잠을 청할 수 있는 폴더블 의자 (선베드)와 탁자,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칵테일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소파, 비가 오면 젖을 수 있는 패브릭 소재의 가구와 소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캐비넷, 그리고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하는 파라솔 등이 떠오른다. 본 편에서는 독일의 봄을 알리는 아웃도어 가구 중에서도 긴 역사와 정체성을 가진 파라솔-선쉐이드 브랜드 글라츠 (Glatz)를 소개 하겠다.

 

엄밀히 말하면 글라츠는 독일 브랜드가 아니다. 독일어 문화권에 속한 알프스 산맥을 경계로 독일과 국경을 마주하고, 오랜 역사 속에서 독일의 가족이자, 친구이자, 경쟁자이면서 적이기도 했던,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위스의 브랜드 글라츠의 시작은 이번에도 역시나! 같은 이름의 창업자 알버트 글라츠 (Albert Glatz)에 의해서다.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난 한국은 혼돈과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면,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의 바젤 (TMI: 현재는 비트라 뮤지엄으로 유명하다)에서 알버트 글라츠의 우산 가게가 문을 열었다. 그 해 나이 25세에 불과했지만, 그의 작은 작업장에서 그는 우산과 여성용 양산을 만들고 수선했다.  




 

직접 제품을 제작하는 55세의 알버트 글라츠 

(이미지 출처: tagblatt.ch/ostschweiz/frauenfeld/gut-beschirmt-vor-sonne-und-maennern-ld.1218218)




 

알버트 글라츠의 우산 가게 1916년 (이미지 출처: 125.glatz.ch/en/)





창업자 알버트 글라츠와 그의 아내가 인생을 바친 우산 사업은 그들의 다음 세대로 이어졌고, 그 중에서도 장남인 알버트 주니어에 의해서 더욱 발전하게 된다. 기계공이나 측량사가 되고 싶었던 알버트 주니어는 우산 만드는 법을 배웠고, 그의 관심사였던 우산의 구조와 기술에 대한 기술에 대한 연구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글라츠의 제품이 나아가는 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지니스와 외국어의 고등 교육을 받은 알버트의 아내 프리다 (Frida Spahn)는 회사의 회계와 세일즈를 맡았고, 그 덕에 알버트 주니어는 생산라인의 간소화, 신개념 우산 구조의 개발에 모든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구조에 대한 연구는 알버트 주니어의 배경이 측량사였다는 사실과 만나 세계 선쉐이드 역사에 커다란 혁신을 불러온 ALEXO®의 개발을 이뤄냈다. 엔지니어들과 측량사, 건축가들이 야외에서의 측정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태양과 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었고, 또한 이러한 자연 현상이 측량의 질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직접 경험한 알버트 주니어는 1931년, 측정을 하는 동안 측량사들의 장비를 태양과 비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로 움직일 수 있는, 나아가 측량 나침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항자성을 지닌 재질을 사용한 조인트 (연결 구조)를 발명하게 되었다. 측량사들의 우산/양산을 위한 이 구조의 개선이 지금까지 수많은 우산형 선쉐이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허받은 발명이 된 것이다. 알렉소 구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다음 링크로 가보자.   




 

 



알버트 글라츠 주니어가 발명한 Alexo 기어 조인트와 이후 적용되어 만들어진 파라솔 (이미지 출처: 125.glatz.ch/en/alexo-die-legende)





글라츠 2세대 부부는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를 일찌감치 시작한다. (다 계획이 있구나.) 그들의 장남은 일찌감치 기계공학을 배웠고, 딸은 우산 재봉 기술을 배웠으며, 삼남은 비지니스 교육을 받아 경영을 물려받았고, 막내는 회사의 운영 관리자로 활동하다가 글라츠의 전신이었던 도시의 시의원이 되었다. 이렇게 철저히 계산된(?) 교육을 통해 가업을 물려받은 세번째 세대에 이르러 글라츠의 혁신은 한차례 더 빛을 발한다. 1959년, 3세대 글라츠 가문은 세계 최초의 프리암 (Free-Arm) 차양막인 Pendalex를 출시한다. 정확한 구조는 사이드 마스트 (Side mast - 옆에 있는 기둥/우산대)로 불리며, 기존의 쉐이드가 차양막의 중심에 기둥을 가진 우산의 오래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중심이 되는 지지대인 기둥에서 뻗어나온 두번째 가지가 차양막을 매달고 있는 구조이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글라츠는 모든 휴대용 우산과 양산 생산을 중단하고 정원용 파라솔에 집중하게 된다.





 

세계 최초 Side Mast 구조를 가진 Free Arm 차양막 Pendalex  (이미지 출처: glatz.com/en/about-glatz/about-glatz)





자, 이쯤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고, 알고 있는 모든 선쉐이드를 떠올려볼 때가 되었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 부착된 저가형 쉐이드가 아닌 정원과 호텔, 리조트, 고급 레스토랑의 야외 좌석에 놓인 쉐이드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열에 아홉은 알렉소 기어나 사이드 마스트 구조, 혹은 두가지가 혼합된 구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지금으로부터 1931년과 1959년도에 글라츠에 의해서 개발된 방식이며, 길게는 90년 이상 짧게는 65년의 시간동안 변함없이 가장 중추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조이다. 현존하는 차양막 시장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오랜 시간동안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추구해온 글라츠라는 브랜드가 세대와 세대를 이어 간직해온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글라츠는 125년을 기념하는 웹사이트와 함께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또 다른 125년의 시간을 혁신으로 가득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서 품질과 디자인으로 가장 인정받고 사랑받는 차양막 브랜드 글라츠의 125년 기념 웹사이트는 다음과 같은 명언으로 시작한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의 장인정신을 가진 여러 기업들이 먼 길을 계획하며 영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Tradition is not to preserve the ashes, 

but to pass on the flame 

(Gustav Mahler, 1903)


 


전통은 재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불을 전달하는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 1903)


 

 

 

참고 사이트 / 자료 

glatz.com/en/about-glatz/about-glatz/history

125.glatz.ch/en/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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