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메종앤오브제 파리 FW 2024》에서 만난 CMF 유망 기업 ① The Good Plastic Company
《메종앤오브제 파리 FW 2024》에서 만난 CMF 유망 기업 ② Stoneleaf
《메종앤오브제 파리 FW 2024》에서 만난 CMF 유망 기업 ③ 3D Cork
《메종앤오브제 파리 FW 2024》에서 만난 CMF 유망 기업 ④ Alpange
《메종앤오브제 파리 FW 2024》에서 만난 CMF 유망 기업 ⑤ Anga
저밀도 폴리에틸렌을 재활용해 대리석을 닮은 상판으로 완성했다. ©Anga
“플라스틱에서 판타스틱 대리석으로”
프랑스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대리석을 추구하는 앙가(Anga)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Low-density polyethylene) 리사이클링 브랜드로, 알렉상드르 알리미(Alexandre Alimi)와 밸런타인 다르쿠르(Valentine d’Harcourt)가 2019년 론칭한 뒤, 작년 메종앤오브제 내에서 주목할 만한 신진 브랜드를 엄선해 소개하는 퓨처 온 스테이지(Future On Stage)에 초청, 포브스 30 언더 30(Forbes 30 Under 30)*에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비닐봉지, 포장용 투명 필름 등에 사용되는 저밀도 폴리에틸렌은 가볍고 유연해 가공이 용이한데, 이러한 소재적 특성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가구, 소품, 내장재로 재탄생시키며 새로운 가치를 전합니다.
*포브스가 매년 30세 미만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는 30명의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하는 제도
앙가의 알렉상드르 알리미(좌)와 밸런타인 다르쿠르(우). ©Anga
다음은 앙가의 공동 설립자이자 브랜드 경영을 담당하는 밸런타인 다르쿠르와의 인터뷰입니다.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브랜드의 차별점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디자이너인 알렉상드르는 프랑스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 뒤 저밀도 폴리에틸렌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아트 오브제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에서 파이낸스를 전공한 뒤 그와 같이 앙가를 설립했으며, 경제성을 이유로 가구 및 실내외 건축용 소재로 품목을 전환했습니다. 대리석을 닮은 시트 형태의 제품은 매우 가벼우면서도 잘 깨지지 않으며, 수려한 디자인에 생태학적이고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두루 만족스러웠기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유럽 내에서 저밀도 폴리에틸렌을 사용하는 유일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앙가’라는 브랜드명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대중의 편견을 극복하고 폐자재처럼 무가치한 요소에 다시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저밀도 폴리에틸렌은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며 프랑스에서는 매년 8만 톤의 저밀도 폴리에틸렌이 재활용되지 않는데, 프랑스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23%로, 유럽 평균인 30%에 비해 낮다고 알고 있습니다.
별도의 염료 없이 원자재의 색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Anga
원하는 색의 원자재를 선택하면 그와 동일한 색의 패널을 완성할 수 있다. ©Anga
일 드 프랑스 지역에서 모든 원자재를 공급받나요?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탄소 발자국을 고려할 때 회사가 위치한 일 드 프랑스에서 원자재를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재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령, 위치는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노르망디의 공급 업체 한 곳에서 “좋은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근거리의 공급자 10곳과 거래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품질의 쓰레기”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원자재를 선택하는 기준도 설명해 주세요.
한 마디로 ‘깨끗한 폐플라스틱’을 의미하며, 산업용과 소비재용 폐기물을 구분해야 합니다. 가령, 농업용 폐플라스틱의 경우 오염된 소재를 세척 및 건조해야 하는 추가 공정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슈퍼마켓에서 파는 6개 묶음 생수용 포장 용기는 별다른 오염원이 없는 깨끗한 폐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소 발자국을 고려해, 우리가 컨트롤 가능한 수준의 소재를 납품하는 공급자와의 거래가 중요합니다.
마블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하는 앙가의 패널. ©Anga
플라스틱 폐기물을 대리석을 닮은 패널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 앙가만의 혁신은 무엇인가요?
정보 보안을 이유로 전 과정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색상을 지닌 원자재를 분류 및 파쇄한 뒤 가열용 프레스에서 용융(일반적으로 고체가 가열되어 액체가 되는 변화를 의미) 및 성형하고, 약 8시간 동안의 쿨링 기간을 갖습니다. 이후 플라스틱 패널의 표면을 디지털 커팅기로 일부 그라인딩 하면 자연스러운 대리석 패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작업 중, 공기 방울 생성이나 재료 자체의 물리적인 반응과 같은 어려움이 있으나,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며 고품질 신소재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천연 대리석의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베인을 표현하기 위한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대리석 고유의 타임리스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요, 소위 ‘마블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구현하고자 하는 컬러의 원자재를 넣은 뒤 앞서 언급한 대로 액체화된 재료를 잘 섞고 커팅하면 그 단면에 자연스러운 대리석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패키지를 사용할 경우 빨강색, 흰색, 검은색이 어우러진 패턴을 생성하게 되는 것이지요. 빨간색과 흰색이 믹스되어 분홍색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 원자재의 특성상 열을 가해도 색이 섞이지 않고 각자 고유의 색을 유지하게 됩니다. 때문에 별다른 색소가 필요 없이, 구현하고 싶은 색상의 자재만 구하면 됩니다.
(좌에서 우로 순서대로) 듄, 피에르 드 라브, 아르티크 컬렉션의 원자재. ©Anga
(좌에서 우로 순서대로) 듄, 피에르 드 라브, 아르티크 컬렉션의 완성된 모습. ©Anga
앙가의 대표적인 컬렉션의 원자재를 공개할 수 있나요?
듄(Dunes) 컬렉션은 슈퍼마켓을 포함한 식품 산업에서 수집한 화이트 필름을, 푸른빛이 매혹적인 아르티크(Arctique)는 수산업에서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사용합니다. 용암석을 뜻하는 피에르 드 라브(Pierre de lave)는 이벤트 산업에서 공수합니다. 예를 들어, 메종앤오브제를 대중에게 공식 오픈하기 전, 전시품을 보호하기 위해 씌우는 검은색 플라스틱 커버를 생각하면 됩니다.
기본 사이즈와 오더 메이드를 위한 최소 주문 수량이 있나요?
12mm와 25mm의 2가지 두께에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라믹 타일 사이즈인 450x450mm, 600x600mm 등 다채롭게 구성됩니다. 가장 큰 패널은 1,350x1,350mm으로, 현재 대형 프레스를 개발하고 있어 조만간 1,250x2,500mm 사이즈의 빅 슬랩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보통 연간 1만 장의 패널을 생산하며,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최소 주문량은 20㎡입니다.
아크릴 코팅으로 무유광 표면 마감 중 선택 가능하다. ©Anga
앙가의 제품은 내구성, 수명주기 측면에서 인조 대리석, 테라조 같은 건축 자재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인조 대리석, 테라조에 비해 플라스틱은 상대적으로 무른 소재이긴 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표면을 아크릴 소재로 코팅하며, 무•유광 옵션으로 제공합니다. 이는 향후 재활용에도 문제없습니다. 앙가의 소재는 열성형이 가능하고 나무처럼 쉽게 절단할 수 있으며, 사용자 니즈에 오더메이드 되는 다재다능성을 지닙니다. 또한 대리석에 비해 무게가 훨씬 가벼워 핸들링하기도 쉽습니다. 대리석이나 목재도 그 등급별 가격이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기존 석재에 비해 경쟁적이 있다고 여깁니다.
무어 디자인과 협업한 테이블 디자인. ©Anga
다양한 구성의 스트로비(Strobi) 컬렉션. ©Anga
이제까지 주요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알려주세요.
네덜란드, 영국 등지에서 호텔을 포함한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3월부터는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건축 복원 프로젝트인 빌라 메디치(Villa Médicis)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자세한 사항은 현재 공개하기 어려운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또, 작년 9월부터 B2B 가구 브랜드 무어 디자인(Moore Design)과 함께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협업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소재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에 따라 앞으로 주방 및 욕실 상판용 제품 라인업 및 B2C 타깃의 제품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로 판매 중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과 아시아에 공장을 세우면 현지 마켓에 적극 대응하기 수월하고 장거리 배송 시 각종 애로 사항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디자인 전문기자
한국·일본·프랑스 최초 디자인 전문지 포함 국내외 주요 매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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