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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Antony Gormley 'WITNESS' - 조각으로 존재를 사유하다

갤러리 화이트 큐브 런던은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초기 납 조각 작품을 조명하는 WITNESS: Early Lead Works 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곰리가 1970년대 중반 냉전 시대의 긴장감 속에서 시작한 조형 실험이 그의 예술 세계를 어떻게 뿌리내리게 했는지를 보여 준다. 안토니 곰리는 현대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인간의 몸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조각한다. 몸을 공간 안에 놓고 그 몸을 통해 중력, 시간, 기억, 세계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한다고 전한다. 곰리는 조각을 단순히 물질을 다루는 기술이 아닌 존재를 사유하는 방법으로 끌어 올렸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납, 철, 점토, 공기 같은 다양한 재료를 다루면서도 늘 '몸'이라는 주제에 충실 했던 그의 작업은 대중과 비평가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곰리의 작업은 거창하거나 인위적이지 않다. 오히려 소박하고 자연스럽지만 존재의 뿌리를 깊게 건드리기 때문에 현대미술계에서 그의 전시는 늘 뜨거운 찬사를 받아온다.

 


Witness II (1993) @whitecubegallery

 

이번 전시에 선보인 초기 납 조각들은 물질을 통해 인간 존재를 사유하는 곰리의 시도를 잘 보여 준다. 1층에 전시된 Land Sea and Air I (1977–79)에서는 아일랜드 해변에서 발견한 화강암 바위를 바탕으로, 땅, 물, 공기를 각각 담은 세 개의 납 형태를 만들어냈다. 물질을 감싸고 숨기는 이 과정은 단순한 형태 재현이 아니라 물질을 상상과 정신으로 전이 시키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Natural Selection (1981)에서는 자연물과 인공물을 납으로 감싸 크기 순으로 배열했는데 그 가운데 거위알과 수류탄이 거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생명과 폭력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전했다. Seeds II (1989/93)에서는 총알을 곡물처럼 쌓아 올려 생명과 파괴가 겹쳐 있는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곰리에게 재료는 단순한 조형 수단이 아니다. 그는 납과 같은 무겁고 밀폐된 재료를 통해 무게, 기억, 시간 같은 인간적 경험을 물질화 한다. 납은 차갑고 무겁지만 곰리의 손을 거치면서 오히려 숨겨진 감정과 존재의 흔적을 품게 된다. 이 점에서 그는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조각가가 아니라 존재를 빚는 조각가에 가깝다고 한다.

 


Land Sea and Air I (1977–79) @whitecubegallery@antonygormley


Natural Selection (1981)@whitecubegallery@antonygormley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면 곰리가 자신의 신체를 본뜬 납 조각들이 이어진다. Close I (1992)은 지면에 엎드린 몸을 납으로 밀봉한 작품으로 몸과 지구가 서로 맞닿아 있음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보여준다. Untitled (Listening Figure) (1983)에서는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통해 몸이 외부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곰리는 개인의 신체를 통해 우주의 깊이를 탐색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Home and the World II (1986–96)에서는 걷고 있는 몸 위에 거대한 집 형태가 얹혀 있다. 이동성과 정착성, 자유와 구속 사이의 긴장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몸이야말로 세상과 관계 맺는 하나의 공간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전했다. 전시의 마지막에 자리한 Witness II (1993)는 전시 제목을 따온 작품이다. 납으로 봉인된 이 작은 앉은 인체 조각은 겉보기에 고요하지만 작은 귀 구멍을 통해 세상의 소리를 흡수하며 여전히 세계와 깊이 교감하고 있다. 곰리는 여기서 정지를 단순한 고립이 아닌 깊은 몰입의 살아 있는 상태로 재해석 했다. 이번 'WITNESS' 전시는 무거운 납 조각들 사이에서 생명과 감각, 시간과 기억이 흐르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곰리는 이 조각들을 가리켜 과거로부터 온 선물이자 미래를 향한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whitecubegallery@@antonygormley


Home and the World II (1986–96) @whitecubegallery@@antonygormley


Close I (1992)/ Untitled (Listening Figure) (1983) @whitecubegallery@antonygormley

 

https://www.whitecube.com/gallery-exhibitions/antony-gormley-masons-yard-2025

 

공경미(영국)
-브루넬대학 브랜드전략디자인 석사 졸업
-CADADesign 디자이너
-Selfridges Future Food Hall-전략 및 비전/공간디자인
-TIn building by Jean Geourge, NYC - VMD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런던 베이스로 한국 및 런던 클라이언트들과 공간디자인, VMD / 공간 전략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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