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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집, 축적된 기억: 서도호 Walk the House, Tate Modern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는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Do Ho Suh)의 대규모 개인전 Walk the House가 열리고 있다. 30년 넘게 그가 천착해온 ‘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시간, 기억, 정체성, 그리고 이주라는 주제를 다층적으로 연결해내는 구조적 경험의 장이라 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번 리포터에서는 전시를 구성하는 주요 작업들을 중심으로 그의 공간적 서사와 감각적 구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Tate@Suhdoho@JeonTaegSu
@Tate@Suhdoho@JeonTaegSu

 

서도호의 ‘집’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다. Walk the House 전시는 서도호에게 있어 집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서 기억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감각적 구조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전시는 작가의 어린 시절 자택이었던 서울의 한옥을 기반으로 한 작업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2013–2022)으로 시작된다. 그는 한옥의 벽, 바닥, 기둥 표면을 한지로 감싼 후 흑연으로 문질러 그 질감과 형상을 떠낸다. 이 과정은 단순한 복원이라기보다 시간이 스며든 건축의 기억을 하나하나 문질러 떠내는 의식에 가깝다고 전한다. 기억의 피부를 덧입히는 듯한 이 작업은 그 자체로 기억의 물리화된 제스처이며 사라지는 것들을 손끝으로 붙잡아내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감각과 구조의 중첩: 일상의 디테일에서 드러나는 정체성

전시의 중반부로 들어서면 서도호의 또 다른 대표작인 Perfect Home: London, Horsham, New York, Berlin, Providence, Seoul(2024)이 등장한다. 이 설치는 작가가 실제로 거주 했던 여섯 도시의 집을 하나의 구조물로 결합한 대형 작업으로 단순한 공간의 중첩을 넘어서 삶의 단편들을 건축 언어로 엮어낸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지점은 이 집들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단순한 벽이나 문이 아니라 문 손잡이, 전등 스위치, 콘센트 등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인 디테일이라는 점이다. 자칫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이 물리적 흔적들은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를 살아낸 작가의 감각과 기억을 물리적으로 증폭시키며 집이란 공간이 단지 거주의 기능을 넘어서 정체성과 감각의 형성 기반이 되는 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집은 곧 다리 - 서도호의 Bridge Project(1999– )

전시의 마지막 가장 조용하면서도 상징적인 공간에는 서도호의 장기 프로젝트인 Bridge Project(1999– )가 자리한다. 이 작업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오랜 시간 구상되어온 하나의 상상된 구조로부터 출발한다. 서울, 뉴욕, 런던 세 도시를 잇는 가상의 다리 위에 자신이 살아왔던 집들을 차례로 연결해 세운다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장소의 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다리는 작가에게 있어 시간과 장소, 기억과 정체성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려는 하나의 실존적 다짐이라 했다. 그는 그 위에 살았던 공간들을 올리며 실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집을 건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상 속 건축은 이주민으로서의 불완전함, 정체성의 유동성, 그리고 집을 잃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 반복되는 과정에 대한 은유이자 저항의 몸짓이라 전달했다.

 


@Tate@Suhdoho@JeonTae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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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e@Suhdoho@JeonTae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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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집, 축적되는 기억 - 과거 전시와의 연결성 서도호는 2000년대 초부터 런던, 뉴욕, 베니스 비엔날레, 그리고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계 각지에서 다수의 전시를 통해 이주, 경계, 그리고 정체성을 주제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여왔다. 그의 작업은 늘 집을 매개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물리적 장소와 감정의 축적 사이의 간극을 탐구해왔다. 특히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집 속의 집, 2018년 런던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에서 전시된 Passage/s 등은 이번 Walk the House와 유사한 개념을 공유한다. 그가 오랜 시간 거주해온 도시의 건축들을 반투명한 직물로 재현하고 관람객이 그 안을 실제로 걷게 만드는 방식은 공간과 기억의 동시성을 촉각적 경험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일관된 조형 언어를 보여준다. 그러나 테이트 모던에서의 이번 전시는 그 모든 흐름들을 하나의 서사적, 구조적 완성체로 통합해 낸 가장 총체적 전시라고 평가되고 있다.

https://www.tate.org.uk/whats-on/tate-modern/the-genesis-exhibition-do-ho-suh

https://www.instagram.com/dohosuhstudio/?hl=en

 

 

공경미(영국)
-브루넬대학 브랜드전략디자인 석사 졸업
-CADADesign 디자이너
-Selfridges Future Food Hall-전략 및 비전/공간디자인
-TIn building by Jean Geourge, NYC - VMD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런던 베이스로 한국 및 런던 클라이언트들과 공간디자인, VMD / 공간 전략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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