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축제 ‘아이 라이트 싱가포르i Light Singapore’가 싱가포르 도시 재개발 공사The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URA) 주최로 내 달 말까지 열린다. 전 세계의 조명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인터랙티브 조명 설치물이 도시의 저녁을 수놓는다. 2010년에 시작한 페스티벌이 해가 지날수록, 환경과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조명 연출 장비,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참여 작가들로 발전됐다. 싱가포르 건국 60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해 페스티벌 주제는 ‘To Gather’로, 페스티벌 디자인에 싱가포르 국가 색채인 붉은색이 주조색으로 쓰였다. ‘빨간 점’이라는 별명을 가진 국가답게, ‘붉은색으로 사랑과 열정을 표현하며, 끈끈한 피처럼 사람들을 한데 모아 힘을 응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주요 업무 지구인 ‘래플스플레이스’에 설치된 ‘수호자들The Guardians’ / 디자인@Matthew Aberline & The Beautiful and Useful Studio(호주),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공업지구의 숨통인 래플스플레이스 공원에 태양열로 발광하는 재활용 소재와 임시 팽창 구조물을 세워, 생명력 있는 열대 동식물을 표현했다. 유엔, 세계무역센터와 호주 발전소박물관 등과 협업 경력이 있는 작가의 작업물은 임시구조물에 화려한 식물 패턴을 입히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대지와 생명체가 연결되는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복합 업무, 관광 지역인 ‘마리나베이’에 설치된 ‘피아노워크Piano Walk’ / 디자인@Amigo & Amigo, Otis Studio(호주),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마리나베이샌즈 행사 광장에 연출된 야외 피아노 설치물에 행인이 걸으며 내는 소리는 공동의 음악이 탄생한다. 전통적 피아노에 내장된 펠트 망치, 황동 현과 나무 음향판을 야외용 소재로 바꾸고 보행자들의 눈에 노출해 색다른 이미지로 해석했다. 십 분마다 한 번씩 존맥휴즈John McHugh (Otis Studio)의 곡이 흐르면, 행인들이 음을 더해 각기 다른 멜로디를 짓는다. 50여 개국에서 빛 설치물을 연출한 경력이 있는 그룹의 인터랙티브 작품이 밝고 경쾌하다.

NTUC 건물 옆 잔디에 연출된 ‘나랑 초원을 걸어요Take a walk through the meadow with me’ / 디자인@Megan Tan, Tan Shao Xuan(싱가포르),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사람이 다가가면 빛이 나고 음악이 흐르는 인터랙티브 설치물로, 반응을 즐기려는 사람이 모여드는 매력이 있다. 버려진 아크릴 폐기물로 만든 꽃이 놓인 잔디밭은 이제 정원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확장된 반응이 흘러나온다. 이 작품은 싱가포르 건국 60주년을 맞아, 싱가포르디자인진흥청에서 진행하는 ‘디자인에 의한 국가Nation by Design” 프로젝트 참여작 중 하나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싱가포르 디자이너이자 디자인학도인 두 작가는 기술과 시각 예술을 결합해서 사람들이 감정을 가볍게 환기하고, 재미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다학제적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클리포트광장에 연출된 ‘원소의Elementary’ / 디자인@Tonoptik(몬테네그로),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납작한 스크린에 빛, 깊이, 물리, 제어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착시 영상이 떠오르며, 도시 환경에 물을 들이고 추상적인 반사가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작품 안의 질서에 따라, 외부의 자연물과 행인들의 형상이 아름답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패턴으로 나타난다. 국제적인 수상 경력이 있는 미디어아티스트의 작품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철학적인 명상에 빠져들게 한다.

레드닷디자인뮤지엄 근처에 폰툰 데크에 설치된 ‘도시 신명Urban Oracle’ / 디자인@Ultravioletto(이탈리아),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24개의 단어가 데크의 경계에 빛나면서, 싱가포르강에 반사된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한다.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싱가포르의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인공지능으로 형성한 메시지가 심장박동의 속도로 나타난다. 옛날 사람들은 종교적 신명과 영감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삶의 조언을 인공지능에서 얻는 사람들이 생긴다. 문화 정체성과 환경의 변화를 드러내는 설치물이다.

싱가포르 강에 설치된 ‘반전 폭포Reverse Waterfall’ / 디자인@UxU Studio(대만),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폭포는 시대와 연령 상관없이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수 천 개의 LED 유성관을 손수 연결하여,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UOB광장 파사드에 재연했다. 중력으로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달리, ‘반전 폭포’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대만등불축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설치작업을 하는 작가는 건축, 디자인, 예술을 조화해서 전형적인 장소에 새로움을 더했다.

캐버노흐다리에 설치된 ‘천 개 꿈의 다리Bridge of 1,000 Dreams’ / 디자인@Studio Toer(네덜란드),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서로 다른 손과 마음을 뜻하는 천 개의 대나무 막대기로 꿈이 반짝이는 통로를 만들고, 싱가포르의 디자인 스튜디오 바이너리스타일Binary Style가 디자인한 국가 모티브를 입혔다. 싱가포르디자인진흥청에서 진행하는 ‘디자인에 의한 국가Nation by Design” 프로젝트 참여작 중 하나로, 해외 작가와 현지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이뤄진 작업이라 뜻깊다.

사우스비치에 연출된 ‘사우룩스Saulux’ / 디자인@SPLACES.STUDIO(몰타),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빽빽하게 난 버드나무줄기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따뜻한 빛 효과가 나타난다. 방수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마이크로컴퓨터가 센서로 가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빛과 소리 신호로 바꾼다. 바람에는 일정한 규칙이 없으니, 설치물 역시 항상 변한다. ‘매일 같은 일상 같지만,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음’을 상징한다. 예술가, 과학자, 기술자를 연결하고,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을 조화롭게 활용하여, 자연과 사람이 환경에 어우러지는 일상의 빛, 소리, 운동 경험을 창작하는 신생 스튜디오의 작업물이다.

사우스비치에 설치된 ‘이건 화면이 아니야This is Not a Screen’ / 디자인@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싱가포르), 이미지© i Light Singapore 2025
호주머니 속 휴대전화 스크린, 컴퓨터 스크린부터, 벽면 스크린까지,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으로 선별되고 큐레이션 된 화면 속 세상에서 산다. 빛을 투영하는 재활용품 스크린을 조합해서 색다른 현상물을 연출했다. 각도에 따라 하나의 이미지도 다르게 보이고, 스크린이 회전하고 빛이 왜곡되면서 보는 사람의 관점이 변한다. 보편적 경험일지라도 보는 개인에 따라 다른 정보로 읽힌다. ‘무엇을 보느냐’와 ‘어떻게 보느냐’, 두 가지 질문을 스크린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던진다. 건축학과 학생들의 모임인 작가들의 진중한 대화와 일상에 대한 묵상이 형상화된 예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매력에 새로움을 덧입혀 주의를 환기시키고, 도시민들의 삶, 일, 여가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공을 들인다. 주요 랜드마크에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줄을 잇던 이전 년도와 달리, 건국 60주년을 맞이한 이번 해의 작품들은 규모와 설치 기법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아이라이트 싱가포르 설치물들은 앞으로 한 달 동안 도시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 PLUS Collaboratives 경험디자이너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의 내용은 designdb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