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과 코코넛 부산물로 섬유를 가공하는 넥스테보Nextevo가 싱가포르의 건축가가 만든 라운지 웨어 브랜드 노스트NOST와 협업을 진행했다. 싱가포르의 패션 브랜드 노스트는 동남아시아의 전통적인 직조와 바틱 염색 기술을 활용한 건축적인 라운지웨어를 생산한다. 노스트의 대표 펠리시아 토Felicia Toh는 편안한 라운지웨어와 생활용품의 디자인도 건축적인 구조와 패턴에서 영감을 찾는데, 직물 선택에서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다가, 파인애플과 코코넛 수확 후 발생하는 부산물에서 섬유질을 추출한 천, 팔프PALF를 생산하는 회사, 넥스테보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 공동 협력은 싱가포르의 정부에서 진행한 ‘굿 디자인 리서치’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전통적인 수공법으로 실을 자아내는 모습 / 사진@NOST
패스트 패션은 원가 절감을 위해 합성 섬유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며, 폐기물과 화석 연료 발생으로 환경에 해를 끼친다. 슬로우 패션을 표방하는 노스트가 1킬로그램의 파인애플을 수확하면 발생하는 2킬로그램의 파인애플 잎사귀 섬유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그들의 디자인 가치관에 맞는 일이다. 파인애플 농가에서 폐기해야 하는 잎사귀로 20~30퍼센트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돕는 넥스테보와 협업하는 것은 농촌과 수공업 공동체 모두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까지 낳는다. 의미와 지속 가능함을 동시에 얻는 셈이다.
시간과 품이 무한정 들어가는 수공업자들이 대량생산으로 빠르게 생산하고 판매하는 공산품 시장에서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팬데믹을 거치면서, 천연 섬유의 원가가 거의 세 배는 올라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노스트는 풍부한 열대 농업의 부산물, 팔프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넥스테보-노스트-농가-수공업 공동체를 잇는 나름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험하는 이유다. 현재는 얇은 것에서 중간 두께의 팔프 원사와 텐셀과 면을 넥스테보 소유의 태국 내 방직 공장에서 섞어, 노스트 상품군에 어울릴 직물을 다양하게 짜고, 노스트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수공예 섬유 산업 공동체와 연결해서 매력적인 디자인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태국의 파인애플 농가 / 사진@NEXTEVO

건물 양식 중 하나인 아치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바틱 캡Batik cap(사진 왼쪽)과 싱가포르의 래플스 호텔에서 볼 수 있는 아치(사진 오른쪽) / 사진@NOST

지속 가능한 팔프 혼방 섬유에 현대적인 건축 양식 패턴을 전통적인 바틱 염색 기법으로 올려 제작한 홈웨어/ 사진@NOST
싱가포르의 래플스 호텔, 파크로얄 피커링 호텔, 샵 하우스와 같은 랜드마크에서 볼 수 있는 건축 양식에서 섬유의 패턴을 도출하고, 그에 걸맞은 바틱 캡을 제작했다. 수공으로 팔프 혼방 섬유에 남긴 바틱 패턴은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멋을 자아낸다. 모두가 바틱 공예 종사자인 가족과 빠르게 의사소통하며 소량의 섬유를 수공으로 자아냈다.
참고로, 싱가포르의 넥스테보는 파인애플 잎사귀와 줄기에서 추출한 팔프PALF와 코코넛 껍질에서 추출한 코이어Coir 섬유로 원사와 직물, 매트리스나 베개 충전재를 생산하는 회사다. 열대과일 최대 생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 부산물을 지속 가능한 패션 원자재로 바꾸며, 농촌 마을에 부가소득을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 모델로 소개한 적(관련 글) 있다.

인도, 페다나 지역의 까람까리 블록 프린팅 장인의 집에서, 노스트의 대표 펠리시아Felicia와 테사Tessa(사진 가운데) / 사진@NOST
노스트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타 동남아 국가의 협업 공동체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아름답고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섬유를 제작하고 봉제까지 검수한다. 현재, 인도 페다나와 자이푸르에 기반한 블록 프린팅 공방, 인도네시아 페카롱안 지역의 바틱 공방, 인도 아쌈 지역의 봉제 공장과 협업 중이다. 50여 명의 직원 가족의 삶을 지원하며 두 세대를 걸쳐 같은 수공업을 잇는 가족 공방이나 취약 계층이나 어려운 형편에 처한 여성들에 합당한 교육을 지원하고 직업 훈련과 트라우마 치유 과정을 시켜주는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부족한 디자인 업무와 마케팅을 지원해서, 해외 시장으로의 연결 통로를 내는 노스트와 넥스테보의 사업 모델에서 디자인의 공동체성을 발견한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 PLUS Collaboratives 경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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