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베타피쉬는 어항 하나에 한 마리씩만 키울 수 있는 관상어다. 다른 물고기를 보면, 공격하고 죽이기 때문이다. 베타피쉬는 지루함도 견디지 못한다. 주인이 종종 거울을 어항에 넣고, 자기를 비춰줘서 공격성을 분출하도록 놀아주지 않으면, 너무 심심한 나머지 자기 꼬리를 물어뜯고 죽는 수가 있다. 베타피쉬가 특유의 오페라가수의 드레스 같은 꼬리와 지느러미를 활짝 펼치며 건강하게 사는 데에는 적당한 시각적 자극이 필요하다. 인터스케이프는 어항에 투명한 반사체를 설치해서 베타피쉬가 헤엄치며 스스로 시각적 자극을 받게 고안한 장치다.

그러데이션 거울Gradiation Mirror은 어항 밖의 풍경을 어항 속으로 잔잔하게 끌어드리는 장치다. /@Eian Siew

개화 장치The Bloom Tool는 베타피쉬의 색을 만개한 꽃처럼 활짝 펼치는 거울이다. /@Eian Siew
인터스케이프의 반사체는 투명한 어항에 스며들며, 베타피쉬에만 눈이 집중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시각적 자극은 베타피쉬만 받는 게 아니다. 베타피쉬의 화려한 꼬리가 반사체의 다양한 구조에 투영되며, 시시각각 변하는 예술적 향연으로 펼쳐진다. 어항은 베타피쉬가 살고, 관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공간으로 깊어진다.

흩뿌리는 장치the Scatters tool는 베타피쉬의 형태를 부분적으로 투영해, 예상치 못한 형상을 비춘다. /@Eian Siew

모노리스The Monolith는 주인이 두 손가락으로 손잡이 기둥을 돌리며, 베타피쉬와 놀아줄 수 있는 전신 거울이다. /@Eian Siew

거치대에 세워놓은 인터스케이프 전체 구성물 /@Eian Siew
인터스케이프의 디자이너 에이안슈Eian Siew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에세이를 작성했다. 물고기 한 마리를 위한 프로젝트로 치부하기에는 디자이너의 진지한 고민이 담긴 것이다.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만연하고, 고도화된다. 사람이 아닌 대상을 위한 디자인도 본질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대상과 관점에 변화를 준 디자인 프로젝트가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한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현) PLUS Collaboratives 경험디자이너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의 내용은 designdb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