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예술의 경계에서, 아카이브와 미래를 동시에 말하는 ‘Golden’

2005년, 스웨덴 브랜드 Acne Studios는 단순한 룩북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아카이브를 지향하는 Acne Paper를 처음 선보였다. 이 매거진은 매호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사진, 글, 에디토리얼, 인터뷰 등을 아우르며, 패션을 둘러싼 심미적이고 지적인 탐구를 이어왔다. 그리고 2025년, 그들의 20주년을 맞이하여 스무 번째 이슈 ‘Golden’이 발간되었다.

이번 이슈는 단순한 기념호를 넘어, 지난 20년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회고적 시선과 함께, 앞으로의 이상을 함께 그리는 제안이기도 하다. ‘황금’이라는 테마는 금속 그 자체를 넘어, 희망, 변형, 빛, 열정, 그리고 인간의 집단적 이상향에 대한 은유로 기능한다. 불확실한 시대에 Acne Paper는 ‘황금’이라는 개념을 하나의 빛으로 제시하며, 그 안에서 인간성과 창조성을 되묻는다.

Acne Paper 'Golden' (출처: Acne Studios)

표지에는 배우이자 모델인 라야 마르티니(Raya Martigny)가 황금빛 페인트를 뒤집어쓴 채 등장한다. 사진은 실베스터 마코(Szilveszter Makó)가 촬영했으며, 이 강렬한 이미지는 이번 이슈의 상징이자 출발점이다. 이 외에도 Sarah Moon & Patti Wilson, Leslie Zhang & Audrey Hu, Julia Hetta, Rafael Pavarotti & George Krakowiak, Paul Kooiker, Vidar Logi, Sharna Osborne 등 세계적인 사진가와 스타일리스트들이 참여해 ‘변화’와 ‘힘’이라는 키워드를 각자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Golden”은 Acne Studios의 2025 봄/여름 컬렉션과 함께 출간되었으며, 뉴욕·파리·밀라노·상하이에서는 금박 팝업 스토어까지 운영된다. 이 팝업 스토어에서는 특별판 구매자에게 아카이브 에디션을 받을 수 있는 ‘골든 티켓’도 랜덤으로 제공된다. 하나의 책이 하나의 이벤트가 되고, 고객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출판을 넘어서 디지털 이후 시대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Acne Paper는 단순한 홍보물이나 룩북이 아니라,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쌓아온 철학과 미적 지향을 축적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트 북 출판은 여러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도 두드러지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로에베는 최근 파리 전시와 함께 아트 북을 출판했고, 샤넬 역시 자사 공방 아틀리에의 디테일을 기록한 책을 발간해 장인 정신을 강조했다. 루이 비통은 매년 세계의 호텔과 레스토랑, 도시를 주제로 한 여행 아트 북 시리즈를 내놓으며 브랜드의 유산을 현대적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모든 시도는 디지털의 피로감이 커진 시대에 오히려 물성 있는 ‘책’이라는 매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Acne Paper 'Golden' (출처: Acne Studios)

결국 ‘Golden’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20년의 궤적을 통해, 앞으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추는 황금빛 등불이다.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이 메시지는, 패션이 단순히 트렌드가 아닌, 시대의 감정과 사고를 담는 그릇임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Acne Paper는 그렇게, 20년 전처럼 지금도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출처: 

https://thefashionography.com/fashion-lifestyle/art-design/acne-paper-issue-20-golden-takes-over-flagships-worldwide/

https://www.acnepaper.com/

https://www.acnestudios.com/uk/en/acne-paper-issue-20/EN0122-000.html?srsltid=AfmBOooysK46_ytMsNxXKuGlkV5pC-qcQBAa_kx2f-lP9ICWz6PW0YAf

황소흠(스웨덴(스톡홀름))

-연세대학교 정보 인터랙션 디자인 학사 졸업

-Umea Institute of Design 인터랙션디자인 석사 졸업

(현) 맥킨지디자인 디지털프로덕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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