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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의 피난처가 된 섬, 발리사리_헬싱키 아트 비엔날레 2025

 

헬싱키 도심에서 배를 타고 불과 20분 남짓. 바다를 건너 도착한 발리사리(Vallisaari) 섬에선 숲과 해안, 오래된 군사 요새의 흔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특별한 공간에서 열리는 헬싱키 아트 비엔날레(Helsinki Biennial) 는 이제 핀란드를 대표하는 국제 현대미술 행사로 자리 매김했다.

발리사리 섬에 들어가는 곳의 배 선착장. 사진출처: 서정애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비엔날레는 2025년 6월 8일부터 9월 21일까지 열리며, 발리사리 섬 뿐만 아니라 헬싱키 시립미술관(HAM) 과 헬싱키 시 중심의 에스플라나디 공원까지 전시 무대를 확장한다. 큐레이터 블랑카 데 라 토레와 카티 키비넨은 이번 전시를 “Shelter: Below and Beyond, Becoming and Belonging”(“피난처: 아래와 그 너머, 존재로 되어감과 소속됨”)이라는 주제로 기획했다. 피난처란 단어를 단순히 인간을 보호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비인간적 존재·지역 공동체와 관계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다.

 

 

발리사리에는 25점의 작품이 설치 되어있다. 섬에서 걷고 멈추며 마주하는 작품들은 자연 속에 스며든 인간의 흔적과 책임을 곱씹게 한다. 하루 종일 섬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전시를 관람 했다기 보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탐구하는 사유의 여정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다.

 

 


에르네스토 네토(Ernesto Neto)의 SaariBird (2025) 사진출처: HAM 미술관

브라질 출신 작가 에르네스토 네토(Ernesto Neto)의 SaariBird (2025)작품은 섬의 숲과 바람, 바다 새를 떠올리게 하는 유기적 구조물로, 관람객의 오감을 열어낸다. 나무 기둥과 돌을 지지대로 연결된 유기적 니팅 구조물이 바람과 빛, 새의 노랫소리에 반응하며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호흡한다. 관람객은 나무 피리와 타악기로 새 소리를 내며, 발리사리의 자연과 어우러져 감각적 몰입을 선사했다.

 

 


아나 테레사 바르보사(Ana Teresa Barboza), Interwoven Stories (2025) 사진출처: HAM 미술관

자작나무 껍질을 직조와 바느질로 만들어진 대형 텍스타일 작업은 인간과 자연, 기억과 땅을 하나로 엮어낸다.

 

 

한스 로젠스트룀(Hans Rosenström), Tidal Tears (2025) 사진출처: HAM 미술관

섬의 해안에 설치된 사운드 작업. 밀물과 썰물, 파도의 울음소리가 합쳐져 관람객을 바다의 리듬 속에 잠기게 한다. 자연의 순환과 인간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사라 비야를란드(Sara Bjarland), Stranding (2025) 사진출처: HAM 미술관

청동으로 제작된 좌초된 튜브형 돌고래 조각은 바닷가에 버려진 고무 튜브 장난감을 닮았다. 해양 오염과 소비 사회의 잔해를 예술적 언어로 직시하게 한다.

 

 

 



올라퍼 엘리아손(Olafur Eliasson), Viewing machine (2001/2003) 사진출처: HAM 미술관

기하학적 거울 구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작품. 바다 옆에 놓인 이 조형물은 관람객이 자신과 주변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또한 HAM 시립미술관에서는 15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Flowers that Bloom Tomorrow (2011)작품은 초현실적인 꽃의 형상이 터널처럼 펼쳐져, 미래의 생태와 인간 존재의 불안한 희망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작품은 쿠사마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반복을 통해 관람객을 몰입시킨다.

 


사진출처: HAM 미술관

 

 

핀란드 소수민족인 사미(Sámi) 예술가 옌니 라이티(Jenni Laiti) 와 칼-요한 우치(Carl-Johan Utsi) 의 영상 작업은 원주민 문화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강렬하게 전한다.


사진출처: HAM 미술관

 

 

잉겔라 이르만(Ingela Ihrman), The Giant Hogweed (2020)작업은 북유럽에서 번성한 외래종 큰멧돼지풀을 거대한 인형 설치로 재현한다. 아름답지만 위협적인 식물의 양면성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균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진출처: HAM 미술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에스플라나디 공원 역시 비엔날레의 또 다른 무대다.

 


사진출처: HAM 미술관

여기서 칼레 함 & 자밀 카망거(Kalle Hamm & Dzamil Kamanger) 는 곤충을 위한 쉼터를 전통 직물 패턴과 결합해 선보였고, 제럴딘 하비에르(Geraldine Javier) 는 시민들과 함께 만든 ‘나무 보호 부적’을 설치하여 공동체와 자연이 연결되는 순간을 이끌어냈다.

 

사진출처: HAM 미술관

 

 

 

예술이 제안하는 피난처

헬싱키 아트 비엔날레의 의미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폐쇄된 군사기지가 열린 예술의 섬으로 변모한 발리사리, 시민들이 오가는 공원, 그리고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이 동시에 열린 무대가 되었다. 이 세 장소는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피난처”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기후 위기의 시대, 우리가 어디에서 그리고 누구와 함께 살아남고 공존할 수 있을지를 묻는 예술적 대화다.

 

“예술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발리사리에서의 전시는 단지 전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함께 체험하고 성찰하는 장이 된다.” 큐레이터의 이 말처럼, 헬싱키 아트 비엔날레는 관람객들에게 예술을 ‘보는 것’에서 ‘살아내는 것’으로 확장하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

서정애(핀란드)
-Aalto대학 Masters of Arts and Design, Product and Spatial Design 졸업
-아에오 AAA 식경험 디자인 컬렉티브 운영
-Juneinwinter 대표 (제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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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비엔날레 #아트비엔날레 #비엔날레 #헬싱키여행 #헬싱키여름 #핀란드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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