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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올해의 젊은 디자이너 2025: 엔니 라흐데린네의 현대적 조형 감각

전통과 감각을 현대적으로 엮어내는 디자이너, 엔니 라흐데린네(Enni Lähderinne)

핀란드 ‘Young Designer of the Year 2025’에서 텍스타일-패션 디자이너 ‘엔니 라흐데린네(Enni Lähderinne)’가 2025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공모는 핀란드 박람회 재단(Finnish Fair Foundation)이 후원, 주관하며, 올해로 31회째를 맞았다.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을 두루 갖춘 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수상자는 이후 디자인 포럼 핀란드Design Forum Finland의 ‘젊은 디자이너상’ 포트폴리오에 공식 포함된다.

 

 

 

엔니의 작업은 패션을 기반으로 하되 전통 직조, 러그 제작기법, 주얼리 제작, 재활용 섬유 등을 결합해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가지고 있다. 최근 핀란드 디자인 계에서 두드러지는 ‘손 작업의 귀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이너다. 그녀의 작업은 패션과 공예, 섬유, 조각의 경계를 넘나 들며 ‘몸을 위한 오브제’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한다. 산업화된 패션의 속도와 대비되는, 느리고 물리적인 제작 방식은 오늘날 디지털 환경에서 점점 더 중요한 디자인 감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의 젊은 디자이너 시상식의 주제는 판타지였다. 디자이너는 판타지가 매일의 일상에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Photo: Aava Eronen

 

 

엔니의 작품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촉각적 밀도다. 재활용된 실과 천 조각, 오래된 니트 등을 엮어 만든 직물 표면은 핀란드 전통 러그인 뤼이유(ryijy)처럼 볼륨감이 살아 있고, 소재가 튀어나오거나 거칠게 마감된 부분이 의도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는 깔끔하게 마감된 산업 패션과는 전혀 다른 시각적 언어를 만든다. 그녀에게 재료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 손의 온도가 스며든 감정의 기록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엔니의 작업은 ‘비시각적 미학(non-visual aesthetics)’을 강하게 보여준다. 그녀의 작품은 사진으로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질감, 직조물의 무게가 어깨에 얹힐 때의 감각, 피부에 닿는 온기,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까지, 이 모든 ‘보이지 않는 감각’이 작품의 핵심을 이룬다. 보는 디자인에서 느끼는 디자인으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작품은 시각적 구성 뿐 아니라 촉각과 신체 감각의 층위를 통해 이해된다. 이는 최근 핀란드 디자인 계에서 중요하게 떠오르는 ‘감각적 경험의 회복’이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빈티지 스테인리스 식기로 제작한 쥬얼리 디자인 Photo: Aava Eronen

 

 

이번 수상에서 심사위원단은 “강렬한 콘셉트와 재료 간 대비, 자신만의 미학적 세계를 완성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회 의장인 글로리아 잡지Gloria의 편집장은 그녀의 작업을 “패션의 역사와 핀란드 할머니 세대의 수공예 전통, 그리고 현대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담아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성과 동 시대성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다.

 

한편, 그녀가 구현하는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재활용 섬유를 사용하는 차원을 넘는다. 버려진 재료를 새로운 작품으로 되살리는 과정에서, 각각의 조각이 가진 서사와 정서를 함께 엮어내는 방식은 ‘정서적 지속성(Emotional Sustainability)’의 개념을 전한다. 오래 사용할수록 애착이 깊어지고, 사용자의 기억과 감정이 비로소 디자인의 일부가 되는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개념으로, 엔니의 작업은 이 감정 기반의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엔니 라흐데린네의 알토 대학교 석사 졸업 작품 Photo: Sofia Okkonen

 

엔니의 옷은 몸을 더욱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확장·변형·은폐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니트와 러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직조물은 몸의 형태를 지우거나 새로운 실루엣을 제안한다. 패션이 전통적으로 지향해온 ‘이상적 체형’ 규정에서 벗어나, 몸을 자유롭게 보호하는 조각적 오브제로 기능하는 셈이다. 이는 북유럽 디자인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개인의 자유와 보호’라는 가치로 이어진다.

 

 

 

이번 Young Designer of the Year 수상을 통해 엔니 라흐데린네는 상금 5,000유로, Finnish Fair Foundation이 제공하는 공식 전시 및 홍보 지원, 그리고 디자인·패션 업계 네트워크 확장 기회라는 실질적인 혜택도 얻게 되었다.

 

수상자 엔니 라흐데린네 Photo: Aava Eronen

 


2025년의 핀란드는 ‘부드러움’, ‘시간의 흔적’, ‘손작업’, 그리고 ‘감각적 경험’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디자인을 주목하고 있다. 디자이너 엔니 라흐데린네의 수상은, 전통 기술과 개인적 서사가 어떻게 현대적 감수성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핀란드 신진 디자이너 엔니 라흐데린네의 작업을 통해 현대적 색채·형태·조형 감각을 분석했습니다.

 

서정애(핀란드)
-Aalto대학 Masters of Arts and Design, Product and Spatial Design 졸업
-아에오 AAA 식경험 디자인 컬렉티브 운영
-Juneinwinter 대표 (제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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