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만박 파빌리온: 폐기 대신 전환을 선택한 공공시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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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콘크리트로 짓는 순환의 건축: 만박 파빌리온이 오키나와 중학교로 이어지는 과정
엑스포 폐막 이후 대규모 임시 구조물의 처리 문제는 늘 골칫거리였다. 단기 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건축물이 행사 종료 후 어떤 경로를 밟는가는 도시공간 관리와 자원순환 측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온 구조적 문제다. 파리 만국박람회(1889)의 에펠탑처럼 영구 기념물로 전환된 예외적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의 엑스포 건축물은 철거되거나 사후 활용 방안이 불명확한 채 남겨져왔다. 일본 사회 역시 오사카 엑스포를 계기로 이 논쟁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그니처 파빌리온중 하나인 '이노치 메구루 모험(生命めぐる冒険)'이 채택한 방식은 기존 관행과 구별된다. 총 57개로 구성된 모듈 유닛 중 15개가 오키나와현 나카구스쿠촌의 중학교 정비 사업에 전용되는 이 계획은, 단순한 자재 재활용이 아니라 만박 공간의 건축적 경험을 지역 공공시설로 이식하려는 시도다. 건축가 오노데라 쇼고가 설계 초기부터 구상한 '해체 전제 설계(Design for Disassembly)'가 실질적 이축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은, 일본 건축업계가 직면한 재사용 장벽을 우회하는 하나의 방법론을 보여준다.
재사용을 전제로 한 설계의 전환점
오노데라 쇼고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재사용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실패다.”라는 열의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반년 남짓한 축제를 위해 대규모 건축 자원이 투입되는 관행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된 태도였다. 일본 건축 시장에서는 신축이 재사용보다 경제적이고 절차가 간단하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이축이나 전용을 지원하는 법적 기반도 충분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재사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체·운반·재조립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프로세스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모듈 간 연결은 용접 대신 볼트 체결 방식이 채택되었고, 한 변 2.4m의 정육면체라는 제조·운송 기준에 맞는 규격이 설정되었다. 다섯 개를 연결하면 40피트 컨테이너 크기와 일치하도록 설계해, 중국 공장에서 사키시마 야적장까지의 해상 운송과 만박 회장까지의 육상 운송을 모두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이후의 경로’를 고려한 설계 전략이 구체적으로 구현된 결과다.

단순한 규칙이 만드는 복합적 구조
모듈의 형상은 외관상 무질서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30도 기울여 2점으로 연결한다"는 단일 원칙을 통해 작은 셀들이 서로 밀고 당기며 거대한 '입체 아치'구조를 형성했다. 이는 기둥 없이 내부 공간을 확보하는 구조적 이점을 제공했고, 회랑처럼 이어지는 동선은 방문객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유도했다.
구조설계를 담당한 가네다 야스히로는 여러 모듈 덩어리를 하나의 단위로 설정해 구조 해석을 수행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했다. 전시 계획과 비용 조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도 모듈 단위로 요소를 추가하거나 제거할 수 있어, 최종 형태는 다양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연하게 조정되었다. 이는 임시 건축물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두께를 가진 콘크리트 패널 샘플. 표면은 물결치듯 굴곡이 있고 미세한 홈이 더해져 있어, 냉각 효과도 겸하고 있다.
@photo: Office Shogo Onodera
해수 100% 콘크리트: 재료 기술의 전환점
파빌리온에서 가장 실험적인 요소는 해수를 100% 반죽수로 사용한 콘크리트 패널이다. 기존 철근 콘크리트는 철근 부식 문제로 인해 해수 사용이 어려웠으나, 오키나와에서 개발된 HPC®(하이브리드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 Hybrid Prestressed Concrete)는 탄소선을 긴장재로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오노데라와 제작팀은 이 기술을 응용해 해수 사용 가능성을 실험했고, 필요한 강도와 안정성을 검증한 뒤 실제 시공에 반영했다.
해수 사용은 여러 측면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40mm 두께의 얇은 패널은 경량화로 운송 효율을 높였고, 일반적으로 2주가 걸리던 초기 강도가 몇일 내에 확보되면서 시공 과정도 단축되었다. 담수 정제에 드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또한 HPC®는 40mm까지 얇게 주조가 가능하다. 이 해수 기반 콘크리트는 향후 재료 생산·운송·시공 전반에서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오키나와로의 전환: 공간 경험을 확장하는 공공성
오키나와 중학교로의 전환은 단순한 부재 재활용을 넘어 공간 경험을 새로운 공공성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다. 나카구스쿠촌의 중학교 정비 사업은 SPC 구성 기업인 구니바구미·고쿠켄과 오노데라 건축설계사무소가 협력한 PFI 방식으로 추진되었고, 이로 인해 일반적인 공공사업보다 유연하고 도전적인 계획 제안이 가능해졌다.
모듈은 신축되는 지역연계실 주변에 분산 배치되어 학생과 지역 주민이 통과하거나 머무는 그늘과 공간을 만든다. 오키나와의 강한 일사를 고려하면 이러한 음영은 단순한 형태적 요소를 넘어 기능적 역할을 한다. 만박 현장에서 방문객이 모듈 사이를 지나며 경험했던 ‘공간적 리듬’이 새로운 장소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동선이 구성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건축물이 이전 장소의 기억을 품은 채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스며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분산적 재사용을 통한 제도적 변화의 가능성
오노데라는 회기 중 여러 차례 만박 회장을 방문해 재사용에 관심을 보인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에 설명을 이어왔다. 이번 오키나와 전환은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사례다. 오키나와 외에도 일본 각지에서 세 개 단위 또는 단일 모듈을 활용한 재사용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러한 분산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재사용은 일본 건축 환경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지금까지 재사용이 정착되지 못했던 구조적 제약 속에서도, 작은 규모의 활용 사례가 누적되면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 토대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스포를 계기로 한 건축물 재사용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 시장 논리에 따라 신축이 더 저렴하고 빠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기에 재사용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편익의 구조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초기 부담을 누가 감당하고, 장기적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라는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판단을 넘어선다. 이는 자원순환 체계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며, 필요하다면 세제나 인센티브 등 제도적 조정을 통해 재사용이 경제적으로 불리하지 않도록 만드는 방향도 검토되어야 한다. 결국 재사용은 개별 프로젝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자원 이용 방식의 재편과 직결된 과제이기도 하다.
순환하는 건축으로의 전환
'이노치 메구루 모험'의 전환은 재사용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자원 순환과 공공성 확장, 그리고 건축적 경험의 연속성을 지향하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체까지를 하나의 시간축으로 바라보는 접근은 앞으로의 공공건축이 지향해야 할 방향 중 하나다.
건축은 단순히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와 자연 속에서 순환하는 과정이다. 이 파빌리온이 오키나와 학생들의 일상 속에 들어가는 순간, 만박 건축은 '폐기' 대신 '순환'이라는 다른 미래를 보여주는 선례가 된다. 이러한 시도가 향후 공공건축물 재사용을 촉진하고 건축 산업의 자원 순환 체계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https://mag.tecture.jp/feature/20251119-139057/
2025 오사카 만박 파빌리온의 ‘재전환 전략’을 중심으로 공공시설이 폐기 대신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확장되는지 분석했습니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영국 왕립예술대학원 제품디자인 석사 졸업
-생테티엔(프랑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스왈로브스키 본사(오스트리아)협업작가
-런던디자인뮤지엄레시던시 작가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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