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I PROJECT의 실험적 전개, 「READY 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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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mages ⓒ Kagawa Kenji
일본 시코쿠의 북동쪽, 카가와현 다카마쓰시의 언덕 지대에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돌의 성지’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수백 년에 걸친 채석 기술과 독특한 석질로 유명한 ‘아지이시(庵治石)’. 미세한 입자감, 특유의 깊이가 있는 회색결,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색이 거의 없는 성질 덕분에 일본에서는 ‘화강암의 다이아몬드’라 불려왔다. 이 전통적인 재료를 현대 디자인의 언어로 번역하는 스튜디오가 있다. 바로 다카마쓰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AJI PROJECT다. 이들은 석재 장인의 기술과 현대 디자이너의 시각을 교차시키며, 조형물에서 오브제, 생활용품까지 폭넓은 프로덕트를 전개해왔다. 그리고 올해 겨울, 도쿄 미나미아오야마의 갤러리 ‘Information’에서는 AJI PROJECT의 새로운 시도가 공개 되었다.

버려진 조각에서 태어난 조형, READY MADE
AJI PROJECT가 오래전부터 탐구해온 주제는 ‘상품가치를 잃은 아지이시(庵治石)’ 즉, 가공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투리 돌이다. 석재는 절단, 연마, 가공을 거치며 필연적으로 일정량의 버려지는 조각을 남긴다. 완제품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치에서 밀려난 존재들이다. 그러나 AJI PROJECT는 이 형태를 일종의 ‘자연이 만든 조각’으로 바라보았다. 완벽하게 계획된 형태가 아닌, 우연성과 물리적 조건이 만든 윤곽. 이를 조형적 가치로 재해석한 것이 그들의 기존 컬렉션 였다. 이번 전시 는 그 확장의 장이다. 기존의 ‘발견된 조형’에 디자이너의 ‘의도된 선’을 더하여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코쿠요(KOKUYO)의 인하우스 조직인 YOHAK DESIGN STUDIO에서 활동하는 '카나이 아키(金井あき)'와'사사키 타쿠(佐々木 拓)'가 참여했다. ‘KANAISASAKI’라는 이름의 유닛으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두 디자이너는, 섬세한 감성과 유희적 리듬이 공존하는 그래픽·프로덕트 디자인으로 일본에서도 높은 주목을 받아왔다. 그들은 자투리 석재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회상한다. “자연이 만든 조형과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형상이 나란히 존재하는, 묘한 정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형상에 스며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듯 선을 긋고, 때로는 다시 한 번 재단하듯 의도적인 라인을 새겨 넣었습니다.” 이들의 접근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경계의 모호화’다. 남은 석재들은 제품인가, 아니면 조각인가. 자연의 산물인가, 인간의 산물인가. 이 모호한 지점이야말로 그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탐색할 여지를 제공했다. KANAISASAKI는 단재가 가진 우연적 형상 위에 최소한의 인공적 개입을 더함으로써, 사물의 존재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무게라는 조건이 만들어내는 가치의 재구성
KANAISASAKI는 형태뿐 아니라 ‘무게’에도 주목했다. 아지이시는 정교하게 연마되어 제품으로 완성되면 높은 가치를 부여받지만, 남은 석재가 되는 순간 그 가치는 순식간에 무의미해진다. 동일한 물질, 동일한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가공 여부’라는 기준 하나로 가치가 극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두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아지이시는 똑같은 재질과 무게를 지니고 있어도, 다듬어졌는지 아닌지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가치’란 무엇이며, 그 기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 질문을 뒤흔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 문제의식에 따라 KANAISASAKI는 동일한 무게의 돌 조각에 각기 다른 ‘각인’을 새기며 가치가 형성되는 조건을 시각화했다. 이 실험적 접근을 통해 약 50점에 이르는 그래픽과 조형 작업이 탄생했으며, 이는 단재와 제품 사이에 놓여 있는 풍부한 가능성을 드러내는 결과물이 되었다.

단재와 제품 사이—그 사이에 깃든 풍부한 가능성 이번 전시의 매력은, 석재의 무게감·질감과 디자이너의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표현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이질감과 조화를 관객이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재의 불규칙한 측면은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직선·곡선·기하학적 패턴이 가볍게 더해지며 전혀 새로운 오브제로 재탄생한다. 자연과 인공, 발견과 창작, 무게와 선명함 사이의 진동이 이 컬렉션의 중심을 이룬다. 또한 전시된 모든 작품은 단 하나뿐인 오브제다. 현장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작품은 전시 종료 후 배송된다.
아지이시는 한국에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재료지만, 일본 디자인·공예계에서는 매우 상징적인 석재다. 이 프로젝트는 전통적 소재와 현대 디자인 사고가 어떻게 충돌하고, 또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상품 가치를 잃은 자투리 석재(폐기물)의 재해석, 우연성의 조형적 활용, 가치 판단 기준의 재정의라는 키워드는 업사이클·마테리얼 리서치·로컬리티 기반 디자인을 고민하는 학생이나 실무자에게도 흥미로운 레퍼런스가 될 법하다. 돌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무거운 재료가, 어떻게 가벼운 선과 사유를 통해 새로운 존재감을 획득하는지...그 과정이 응축되어 있는 전시이다.
관련 사이트https://www.aji-project.jp/projects/ready_made/
-Tama Art University 정보디자인학과 미디어 예술 학사 졸업
-GARDE Co.,Ltd.(ASIA PACIFIC 사업부 기획개발 본부 플래너)
(현) Apollo&Char Company inc.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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