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을 재정의하다: 크래프트 온천의 농축된 온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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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uro
온천 에스프레소라는 발명
일본 열도에는 약 2만 8천 개의 온천 원천이 흩어져 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온천 자원을 보유한 나라지만, 이 풍부함은 늘 특정한 장소에 묶여 작동해 왔다. 온천은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고, 원천을 떠난 온천수는 이동과 보관 과정에서 성분이 희석되며 효능이 약화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크래프트 온천은 온천을 다루는 방식을 다르게 설정한다. 천연 온천 성분을 최대 1만 배까지 농축한 원액 형태로 만들어, 운송과 저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원액을 물에 희석하면 다시 온천이 된다. 특정 지역이나 대규모 설비에 의존하지 않아도, 온천의 감각과 성분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양이 아니라 밀도다. 물의 부피가 아니라 성분의 응축을 통해 온천을 다룬다는 점에서, 크래프트 온천은 ‘온천 에스프레소’에 가깝다. 온천은 더 이상 그 자리에 고정된 자연물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불러올 수 있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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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으로서의 온천
창업자는 상사와 외국계 증권사에서 석유 트레이딩을 담당하며 에너지 자원의 흐름을 다뤄왔다. 원유와 가스가 채굴지에서 소비지로 이동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의 변환이 그의 일상이었다. 그러던 그가 유치(湯治), 즉 일정 기간 온천에 머물며 심신을 회복하는 일본의 전통 요법을 경험하게 되면서 온천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본에는 풍부한 온천 자원이 존재하지만, 그 소비 방식은 대부분 현지 입욕에 한정되어 있다. 장소에 도착해야만 접근할 수 있고, 그 효능 역시 그 자리에서만 온전히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는 자원으로서의 활용 범위가 극히 제한된 상태였다. 에너지 자원의 이동과 전환을 다뤄온 그에게 이 구조는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그가 떠올린 비교 대상은 LNG였다. 천연가스를 액화해 부피를 줄이고, 장거리 운송과 저장을 가능하게 만든 방식처럼, 온천 역시 성분을 농축해 운반할 수 있다면 전혀 다른 활용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온천을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다루어질 수 있는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2013년 10월 회사를 설립했고, 이후 실험과 개발을 거쳐 2025년에는 르 푸로에서 온천자원청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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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원리의 재현
온천은 시간의 산물이다. 지표의 빗물과 눈이 지하로 스며들고, 마그마에서 발생한 가스가 섞이며, 지중의 암반이 오랜 세월에 걸쳐 광석을 용해한다. 나트륨, 칼슘, 황과 같은 성분들이 지하수에 녹아들면서 온천수가 형성된다. 크래프트 온천이 주목한 것은 이 느린 축적의 메커니즘이다.
화강암 속 광석, 특히 흑운모와 같은 광물을 미세하게 분쇄해 천연 온천수에 투입한 뒤, 고압솥에서 교반과 여과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등 천연 미네랄 성분이 분리·추출된다. 추출된 성분을 다시 온천수와 혼합해 농축액을 만든다. 자연 환경에서 수만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화학적 작용을 공정 단위로 분해한 셈이다.
온천수는 전기분해를 통해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나뉜다. 산성 온천수에 광석을 투입하고, 온도와 기압을 조정하며 교반을 반복해 성분을 추출한다. 이 일련의 공정을 수행하는 플랜트는 지역 단위로 설치 가능한 규모로 설계됐다. 온천 원천이 존재하는 장소라면 어디든 동일한 방식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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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적용
크래프트 온천은 특정 공간이나 사용 방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농축된 온천 성분은 여러 형태로 전개되며, 그중 하나가 미네랄 미스트 시설 TŌJI SPA다. 이 공간은 크래프트 온천을 미스트 형태로 분사해 온천 성분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한다. 온천 성분은 농도가 높을수록 삼투압 원리에 의해 흡수율이 높아지고, 수분 입자가 미세할수록 체내 전달이 용이해진다. 미스트화된 온천 성분은 피부와 호흡을 통해 비교적 효율적으로 흡수되며, 신체 이완을 유도한다.
가정용 제품군도 폭넓다. 입욕제는 욕조에 희석해 사용하고, 온천 미스트 장치는 실내 공간에 온천 성분을 분무한다. 음용 크래프트 온천은 탄산음료와 멀티미네랄 음료 형태로 제공되는데, 온천을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기존의 온천 경험과는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온감 바디시트 유루마루다. 이 제품은 ‘JAXA’의 ‘Think Space Life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채택되어 개발되었다. 시트로 신체를 닦으면 시간이 지나며 체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특성을 지닌다. 입욕이 불가능한 우주 환경에서 신체를 청결하게 유지하면서 온천과 유사한 감각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이후 이 기술은 지상으로 확장되어 의료 현장, 요양 시설, 재난 대피소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일상 속에서 신체 회복을 보조하는 도구로도 자리 잡고 있다.

@le-furo
https://le-furo.com/craft_onsen/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영국 왕립예술대학원 제품디자인 석사 졸업
-생테티엔(프랑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스왈로브스키 본사(오스트리아)협업작가
-런던디자인뮤지엄레시던시 작가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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