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환원형 묘지의 실험, '오색대 메모리얼 파크'
분야
등록일
작성자
조회수332
All images ⓒ key operation 市川靖史, 高野友実
죽음은 대개 도시의 가장자리에 놓인다. 일상과 분리된 채, 시야에서 멀어지고 관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일본 가가와현 오색대에 자리한 오색대 메모리얼 파크의 한 묘원은 이러한 관념을 조용히 비켜간다. 이곳의 수목장은 고인을 안치하는 장소라기보다, 자연의 시간 속을 천천히 거닐며 기억을 되새기는 숲에 가깝다.
‘숲의 묘원, 이야기를 나누는 산책로(森の墓園「語らいの小径」)’라 이름 붙은 이곳은 공간 설계 그룹 키 오퍼레이션(Key Operation)이 맡았다. 2021년 1기 공사를 시작으로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성됐으며, 현재 총 979기의 묘소가 마련돼 있다. 규모는 분명하지만, 이 공간을 특징짓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배치 방식과 풍경의 결이다. 이 묘원은 죽음을 다루는 공간의 형식을 조용히 바꾸고 있다.

수목장은 유골 주변의 나무를 묘표로 삼아 고인을 기리는 장례 방식이다. 자연림 전체를 묘지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고, 마을과 맞닿은 산림에 유골을 안치한 뒤 식재를 이어가며 숲의 생태계로 되돌려 보내는 형태도 있다. 반면 일본에서 확산된 일반적인 수목장은 공원 화단처럼 정돈된 묘역 중앙에 상징적인 나무를 심고, 그 주변 구획에 유골을 안치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자연을 차용하되 관리와 경계가 분명한 구조였다.
오색대 메모리얼 파크는 이러한 전형에서 한 걸음 물러선다. 계획지는 전망이 트인 묘원 북측 지역으로, 과거 산림을 개간해 묘지와 화장장이 들어서 있던 자리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위에 또 다른 시설을 덧붙이기보다, 한때 사라졌던 숲의 결을 복원하는 방향을 택했다. 되살린 숲 사이로 완만한 산책로를 놓고, 방문자는 그 길을 따라 자연의 흐름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 아래를 걷다 보면, 이곳에서의 추모는 특정한 의례라기보다 일상의 움직임에 가까워진다. 멈춰 서서 고개를 숙이기보다, 걷는 동선 안에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오색대의 수목장은 죽음을 한 지점에 고정하지 않고 자연의 시간 속에 풀어놓는다.

산책로는 직선 대신 물길처럼 부드럽게 굽이치며 이어진다. 그 흐름은 반도처럼 돌출된 공간과 섬처럼 분리된 영역을 만들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매장 공간이 배치된다. 길을 따라 걷는 경험 자체가 묘원을 구성하는 장치가 된다. 부지 전반에는 느티나무와 참나무, 흰참나무 같은 교목을 중심으로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단풍나무와 매화, 벚꽃, 산딸나무, 금목서 등이 심어졌다. 발밑에는 산야초가 자라며, 이 숲이 고정된 배경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장소임을 드러낸다. 합사 공간에는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가 사랑했던 다테관석(伊達冠石)의 거석이 놓였다. 인위적인 기념비 대신 자연의 질량이 공간의 중심을 이룬다. 이 묘원은 특정 이용자만을 위한 폐쇄된 장소가 아니다. 다른 구획의 방문객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숲으로 계획됐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에서도 드문 ‘자연 환원형 묘지’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납골실을 두지 않고, 분골한 유골을 삼베에 담아 산책로 인근 지중에 직접 매장한다. 유골은 토양 속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고, 이후 인산칼슘의 형태로 주변 수목의 양분이 된다. 지상에 심어진 나무는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구며 자란다.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매장된 이들의 존재 역시 숲의 일부로 스며든다. 이곳에서 죽음 이후에 이어지는 것은 '관리'라기보다 '공존'에 가깝다.
이 방식은 가족 단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자녀가 없는 부부나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이들, 혹은 사후에 묘 관리 부담을 남기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약 30년의 시간이 지나 자연으로 환원된 뒤, 이 숲은 다시 다음 세대를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최근 수목장에서는 관리비 없는 영대공양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는 일정 기간 후 토양을 파내 합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로 합사를 하지 않는 영구 사용은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오색대 메모리얼 파크는 자연의 순환 구조 위에 운영의 순환을 겹쳐 놓는 방식으로 숲과 묘원이 함께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오색대 메모리얼 파크의 ‘숲의 묘원’은 죽음을 자연의 일부로 되돌려 놓는다. 이곳에서 묘지는 끝이 아니라 순환의 한 지점이 된다. 걷는 길 위에서 고인을 떠올리는 시간은 특정한 의식에 머물지 않고, 풍경과 겹쳐진 일상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 묘원이 제시하는 것은 새로운 장례 방식 그 자체라기보다, 죽음을 담아내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태도다. 관리의 대상으로 분리된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고 자라나는 숲으로서의 공간. 이곳에서 죽음은 종결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생태적 과정으로 편입된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묘지와 장례 공간 역시 더 이상 고정된 형식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국 또한 기존의 묘지 문화와 유휴 공간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오색대 메모리얼 파크의 수목장은 그 가능성 중 하나를 보여준다. 죽음을 숨기거나 과도하게 기념하지 않고, 삶이 이어지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겹쳐 두는 방식. 걷고, 머물고,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이 묘원은 장례 공간이 도시와 자연, 그리고 다음 세대와 맺을 수 있는 또 다른 관계를 조용히 드러낸다.
관련 사이트
https://www.keyoperation.com/archives/projects/goshikidai-f-cemetery/
https://mag.tecture.jp/project/20260130-trail-of-conversation/
-Tama Art University 정보디자인학과 미디어 예술 학사 졸업
-GARDE Co.,Ltd.(ASIA PACIFIC 사업부 기획개발 본부 플래너)
(현) Apollo&Char Company inc.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의 내용은 designdb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