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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에 세워진 럭셔리 호텔 - Capella Kyoto

교토 히가시야마구 고마츠초(東山区小松町)는 교토에서도 드물게 관광 요소와 생활의 전선이 분리되지 않은 지역이다. 가부키를 비롯한 전통 예능, 오래된 사찰, 그리고 골목을 따라 이어진 일상이 오랜 시간 한 장소 안에서 맞물려 왔다. 이 밀도 높은 도시 환경 속에 2026년 봄, 럭셔리 호텔 < 카펠라 교토-Capella Kyoto >가 들어선다. 이 호텔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고급 호텔의 일본 상륙’이라는 뉴스 때문만은 아니다. 그 출발점이 100년 넘게 지역과 함께해온 초등학교 부지라는 사실, 그리고 이 장소를 다루는 방식이 오늘날 도시 재생의 방향을 조용히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All images ⓒ Masaki Hamada(kkpo)

 

폐교 부지에서 시작된 호텔 프로젝트

카펠라 교토가 들어서는 부지는 과거 '신미치 초등학교 (新道小学校)'가 있던 자리다. 이 초등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기억이 축적된 장소였다. 아이들이 뛰놀던 교정, 지역 행사가 열리던 공간, 일상의 리듬이 오랫동안 반복되던 생활의 중심이었다. 최근 일본에서도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학교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태도로 개발을 할 것인가. 카펠라 교토는 이 질문에 대해 '기억을 전제로 한 재편'을 선택했다. 이 프로젝트는 NTT 도시개발이 추진하는 지역 재개발의 일환으로, 인접한 미야가와초 가부렌조(가부키 공연 연습장)와 함께 지역 전체의 환경을 정비하는 흐름 속에서 기획됐다.

 

 

쿠마 겐고가 선택한 해답은 ‘현대의 마치야’  

이처럼 민감한 장소의 건축을 맡은 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쿠마 겐고였다. 그는 늘 건축이 주변보다 앞서 드러나기보다, 환경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카펠라 교토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그가 내세운 건축 콘셉트는 ‘현대의 마치야(町家)’, 즉 교토 상점가에 남아 있는 전통적인 주거·상업 건축의 공간 논리를 오늘의 도시 조건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건물은 지상 4층 규모의 저층으로 계획됐다. 교토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호텔처럼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방식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대신 골목의 높이와 거리의 리듬, 보행자의 시선에 맞춘 스케일을 유지하며 주변 환경과의 연속성을 우선시했다.

호텔로 진입하는 동선 또한 전형적인 ‘호텔 입구(Entrance)’를 강조하지 않는다. 좁은 골목을 연상시키는 접근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건물에 들어선다기보다 한 동네 안으로 스며들어가는 듯한 감각에 가깝다. 건물의 중심에는 중정이 배치됐다. 이는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니라, 과거 초등학교가 지니고 있던 ‘열린 중심’을 현대적으로 치환한 장치다. 중정 한가운데에는 옛 교정에 있던 벚나무가 남아 있어 공간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쿠마 켄고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 장소에 새로운 ‘기념비’를 세우기보다는, 지역과 이어져온 시간을 담아낼 그릇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내 공간에서도 이와 같은 태도가 이어진다. 객실과 공용부에는 목재, 와시(和紙), 옻칠 등 일본 전통 소재가 사용됐다. 장식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 되었고, 재료의 질감과 시간성이 전면에 드러난다. 특히 일부 공간에는 과거 소학교에서 사용되던 목재와 조명이 재사용됐다. 이는 친환경적 선택이기 이전에, 도시의 기억을 물성으로 남기는 방식이다. 호텔이라는 비일상적 공간 속에서도, 이 장소가 과거 누군가의 일상이었다는 사실이 감각에 남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또 하나의 배경에는, 카펠라 호텔 그룹이 도시와 관계 맺는 방식이 있다. 카펠라는 아시아 각지에서 호텔을 ‘머무는 장소’로만 만들기보다, 그 도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창으로 기능하도록 설계해 왔다. 화려한 아이콘을 앞세우기 보다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과의 거리 설정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왔다. 카펠라 교토는 이러한 태도가 일본이라는 맥락 안에서 처음 시험되는 사례다. 일본에서의 첫 도시형 호텔인 만큼, 이곳은 관광객만을 위한 고립된 공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 문화를 전시하거나 소비하는 대신, 그 흐름 속에 잠시 참여하는 방문자를 위한 장소로 설계됐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치가 숙박객 전용 문화 프로그램 ‘카펠라 큐레이트’다. 미야가와초의 오차야(お茶屋:Tea House)에서 마이코의 환대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옻칠과 킨츠기(金継ぎ), 전통 게타 제작 워크숍 등은 모두 지역 장인과 그들이 축적해온 시간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곳에서의 경험은 연출되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문화의 리듬 안에서 조심스럽게 열려 있다.
 


  



카펠라 교토는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도, 새로운 랜드마크를 선언하는 건축도 아니다. 사라진 초등학교라는 빈자리를 어떻게 도시 안에 다시 엮어 넣을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해 건축과 브랜드, 지역이 함께 속도를 조절하며 답한 사례에 가깝다. 기억을 지우지 않고 기능을 갱신하는 방식, 드러나기보다 스며드는 태도는 오늘날 도시 재생이 취할 수 있는 하나의 정제된 방향을 보여준다.

 

이 지점은 비단 교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학령 인구 감소와 함께 폐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그 부지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이미 현실적인 도시 과제가 되고 있다. 효율과 수익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소들이, 각 지역에 남아 있다. 카펠라 교토는 그러한 장소를 대하는 하나의 참고점으로 읽힌다. 무엇을 새로 지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먼저 묻는 태도. 도시는 그렇게, 조용히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카펠라 교토 (Capella Kyoto) 프로젝트 개요

위      치:  일본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고마쓰초 

부지면적:  약 4,000㎡ (지역시설 일부 포함) 

연 면 적:   약 15,700㎡ (호텔 약 15,500㎡ / 지역시설 약 200㎡) 

      모:  지상 4층 · 지하 2층 

객 실 수:   89실 

사 업 주:   NTT도시개발 호텔 

      영:   NTT도시개발 호텔 매니지먼트 호텔 

      영:   카펠라 호텔 그룹 

설계·감리: 다이켄 설계 

디자인 감독: 쿠마켄고 건축 도시 설계 사무소 

인테리어:   Brewin Design Office (싱가포르) 

      공:   구마가이구미 · 후루세구미 공동기업체 

      공:   2025년 9월 

      업:   2026년 봄 (예정)
 


관련 사이트
https://capellahotels.com/jp/capella-kyoto

https://www.nttud.co.jp/news/detail/id/n26281.html 

강지연(일본(도쿄))
-Tama Art University 정보디자인학과 미디어 예술 학사 졸업
-GARDE Co.,Ltd.(ASIA PACIFIC 사업부 기획개발 본부 플래너)
(현) Apollo&Char Company inc.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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