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이 책 재밌어' 소리가 돌아왔다 — AI 사서 도입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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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거의 상투어가 되었다. 그런데 이 말이 정확한 진단인지는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는 것이 정말 의지나 관심의 문제일까? 아니면 영상과 게임이 촘촘하게 설계해 놓은 즉각적 보상 구조 앞에서, 독서라는 활동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것일까?
생각해보면 독서는 유독 많은 것을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활동이다. 무엇을 읽을지 스스로 골라야 하고, 읽는 내내 집중을 유지해야 하며, 보상은 한참 뒤에야 찾아온다. 반면 디지털 콘텐츠는 다음 영상을 자동으로 틀어주고, 어느 순간에든 즉각적인 자극을 제공한다. 이 구조적 비대칭 앞에서 "왜 책을 안 읽느냐"고 묻는 것은 어쩌면 잘못된 질문일 수 있다. 더 유효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독서가 시작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는가"이다.
최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시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실험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내놓았다. AI 사서 기반 추천 앱 '욘데미(Yondemy)'를 도입한 지 한 달 만에 학교 도서관 대출 권수가 전년 대비 2.4배로 늘었고, 가정에서 책을 전혀 읽지 않던 아이들 중 41%가 전국 평균 이상의 독서량을 기록했다. 기술이 독서를 대신한 것이 아니라, 독서로 향하는 길을 다시 설계한 결과였다.

@Yondemy
‘욘데미(Yondemy)를 표면적으로 보면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이지만 본질은 구조 설계에 가깝다.도서관에 가면 수천 권의 책이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선택 과부하' 현상이다. 욘데미는 이 선택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선택 구조를 재배치한다. 아이의 읽기 수준과 관심사를 파악해, "지금 너에게 맞는 책은 이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수천 권 앞에서 멈추던 아이가, 단 하나의 명확한 제안 앞에서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독서 능력을 키우기 이전에, 일단 책을 손에 집게 만드는 조건을 먼저 설계한 셈이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이 독서를 대체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앱에서 책을 추천받으면, 아이는 실제로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빌려야 한다. 학교 도입 버전에서는 추천 도서의 서가 위치까지 아이콘으로 안내해준다. 사실 앱 안에서 전자책으로 바로 읽히는 것이 더 편리하고 사용 시간도 늘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독서 경험의 완결이 아니라, 물리적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로 만든 것이다. 아이가 도서관에 가고, 책을 직접 손에 쥐고, 사서나 친구와 잠깐 눈을 마주치는 그 과정 자체를 지우지 않기로 한 선택이다.
세 번째는 반복을 만드는 장치다. 배지를 모으고, 레벨이 오르고, 캐릭터와 함께 모험을 이어가는 게임적 요소들이 독서 행동에 연결되어 있다. 이것을 단순히 아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장식으로 보면 놓치는 게 있다. 이 요소들의 진짜 역할은 독서를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리듬 있는 반복으로 만드는 것이다. 습관은 동기 부여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작은 성취감을 느끼며 반복될 때 비로소 몸에 붙는다. 이는 사용자가 게임을 계속하게 되는 구조적 원리를 독서 행동에 맞게 전환해 적용한 설계이기도 하다. 실제로 방학 동안 학교 측의 어떤 독려도 없었는데 전교생의 71%가 스스로 독서 기록을 이어갔다는 결과는, 이 반복 설계가 효과를 냈다는 증거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교실 안에 '책 이야기'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도입 전에는 아이들의 45%가 친구와 책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도입 후에는 "이 책 진짜 재밌어, 읽어봐"라는 대화가 교실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서비스 하나가 개인의 독서 행동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실이라는 공간의 문화를 조금씩 바꾼 것이다.

@Yondemy , AI 사서가 추천하고, 기록하고, 대화하며 읽기를 지속시키는 독서 지원 플랫폼 ‘욘데미’의 인터페이스 화면. 개인 맞춤 추천·읽기 기록·미션·피드백 기능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독서를 이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사례를 들여다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교육 기술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많은 에듀테크 서비스가 '학습 시간 증가'를 성과 지표로 삼는다. 더 오래, 더 많이, 플랫폼 안에 머물게 하는 것. 그런데 욘데미가 보여준 방향은 다르다. 앱 사용 시간을 늘리는 대신, 아이를 도서관으로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대신 경험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기능하도록 배치한 것이다.
독서 습관 형성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환경 조선에 좌우된다. 그리고 좋은 설계는 사람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 이 사례는 그 원리을 교실이라는 실제 공간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Yondemy , (좌) 욘데미 도입 전후 학교 도서관 대출 이용량 비교. 2024년 7월 대비 2025년 7월 대출 건수가 약 2.4배 증가하며, 독서 행동이 개인 의지보다 환경 설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을 보여준다.
(우) 전국 초등학교 1학년 월평균 독서 권수(추정치)와의 비교 그래프. 쓰다초 1학년의 월평균 독서량은 전국 평균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개인화 추천과 반복 설계가 실제 읽기 행동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https://yondemy.wraptas.site/kyoin_free_pj
https://lp.yondemy.com/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영국 왕립예술대학원 제품디자인 석사 졸업
-생테티엔(프랑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스왈로브스키 본사(오스트리아)협업작가
-런던디자인뮤지엄레시던시 작가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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