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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읽는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

2026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열린 4월, 밀라노는 다시 한 번 전 세계 디자인의 흐름이 교차하는 장소가 되었다.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모여드는 이 도시에서 브랜드들은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철학과 세계관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번 밀라노에서 핀란드 디자인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읽힌다. 하나는 경험과 감각을 확장하는 방식,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물질과 시간에 깊이 뿌리를 둔 접근이다.

 

 사진: 마리메꼬 

꽃으로 만든 장면: 마리메꼬의 경험 디자인

 

마리메꼬는 밀라노 도심에서 'Osteria Fiori di Marimekko'라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브랜드를 꽃을 경험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컨셉으로 하나의 ‘경험’으로 확장했다. 텍스타일 설치와 정원, 그리고 미식 요소가 결합된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사람들이 머물고 감각하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사진: 마리메꼬 

 

 
 
사진: 마리메꼬 

특히 꽃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모티프는 시각적 패턴을 넘어, 공간 전체를 구성하는 언어로 작동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에르야 히르비의 패턴은 직물과 테이블웨어, 그리고 공간 연출로 이어지며, 방문객이 ‘패턴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사진: 마리메꼬 

 

여기에 헬싱키 레스토랑 Maukku와 셰프 모드 사독이 참여해 미각과 후각까지 확장된 감각을 제공하면서, 디자인은 더 이상 보는 대상이 아니라 ‘머무는 경험’으로 변화한다.

 

 

 

 

 

나무의 시간: 니카리가 보여주는 진지한 태도


사진: 니카리 

 

한편, 니카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밀라노에 접근한다. 화려한 설치 대신, 그들은 여전히 ‘재료 자체’에 집중한다.

 2026년 니카리가 선보인 신제품 중 하나인 아카데미아 라운지 의자는 기존 다이닝 체어를 확장한 라운지 체어로, 솔리드 오크와 패브릭을 결합한 구조를 가진다. 이 의자는 알토대학교 출신 디자이너 듀오 Kaksikko의 작업에서 출발했으며, 셰이커 스타일의 미니멀리즘, 일본 디자인 전통, 그리고 핀란드 목공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곡선으로 뒤로 흐르는 다리와 넉넉한 비례는 단순한 형태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그것은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고려한 디자인이며, 사용자의 몸과 환경에 천천히 적응하는 가구다.

 

 


사진: 니카리  


사진: 니카리  

이와 함께 디자이너 요안나 라아이스토의 센테니얼 테이블은 핀란드 디자인이 물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준다. 이 테이블은 100년 이상 자란 나무를 사용하며, 균열과 옹이, 벌레 자국 같은 흔적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요소들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재료가 살아온 시간을 드러내는 중요한 특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름 ‘백년의 Centenniale’ 역시 이러한 시간성을 강조하며,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사용될 수 있는 물건으로서의 의미를 담는다.

 

 

 

 

 


사진: 니카리  

니카리가 이번 밀라노에서 선보인 또 하나의 중요한 시도는 심버 Shimber와의 협업이다. 심버는 헬싱키 기반의 소재 기업으로, 100% 바이오 기반 코팅을 개발하고 있다.

 

이 소재의 특징은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빛의 움직임을 구조적으로 조절하는 데 있다. 나무 표면에 미세한 구조를 형성해, 보는 각도와 빛의 변화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나비의 날개와 같은 자연의 구조색에서 착안한 방식이다.

 

니카리는 이 기술을 적용한 Biennale 스툴을 한정판으로 선보이며, 전통적인 목재 가구에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표면은 핀란드 디자인이 기술을 드러내는 방식이 얼마나 절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6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소개된 두개의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는 두 가지 상반된 방식으로 읽힌다.

 

하나는 마리메꼬처럼 경험과 감각을 확장하는 방향, 다른 하나는 니카리처럼 재료와 시간에 깊이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두 접근은 결국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바로 ‘사람과의 관계’를 디자인한다는 점이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디자인이 넘쳐나는 시대에, 핀란드 디자인은 여전히 느린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물건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 그 조용한 질문이야말로,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 남는 인상을 만든다.

 

서정애(핀란드)
-Aalto대학 Masters of Arts and Design, Product and Spatial Design 졸업
-아에오 AAA 식경험 디자인 컬렉티브 운영
-Juneinwinter 대표 (제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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