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의 이력을 기록하는 플랫폼 — matinno가 만드는 도시의 자원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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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inno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곧 자원을 소비하는 행위다. 철근, 콘크리트, 유리, 목재 — 이 재료들은 어딘가에서 채굴되고 가공되어 현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수십 년 후 건물이 해체될 때, 상당수는 다시 쓰이지 못한 채 폐기물이 된다. 건설·건축업이 전 세계 CO2 배출량의 약 37%, 자원 채굴의 약 50%를 차지한다는 수치는 이 구조의 규모를 보여준다.
문제는 재료 자체보다 정보에 있다. 어떤 건재가 어디에, 얼마나, 어떤 상태로 쓰였는지 — 이 기록이 없다면, 해체 후 재사용 가능한 자재를 선별하는 일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결국 비용과 시간이 수지가 맞지 않아 폐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쿄 기반의 스타트업 NewNormDesign이 개발한 플랫폼 matinno는 이 지점에 주목한다. 건재의 환경 평가, 검색, 매칭, 재유통까지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루는 구조로, 건재의 이력을 디지털로 축적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물 단위의 '빌딩 패스포트'를 만들어두면, 훗날 해체할 때 어느 자재를 재사용할 수 있고 어느 부분을 처분해야 하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서큘러 건축이라는 개념은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수년간 논의되어 왔다. '소재 은행으로서의 건물(Building as Material Bank)'이나 ‘머테리얼 패스포트(Material Passport)’ 같은 개념도 그 흐름 안에 있다. 다만 이런 논의가 실제 건설 현장과 이어지려면, 개별 건물 수준의 실천을 넘어 지역 전체의 자원 수급을 조율하는 정보 인프라가 필요하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건재가 언제 해체되고, 어디에서 어떤 자재가 필요한지를 연결해주는 시스템 없이는, 순환은 단편적인 사례에 머물기 쉽다.
matinno가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별 프로젝트의 서큘러 디자인을 수행하는 것 외에, 그 데이터가 쌓여 지역 단위의 자원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한다. 2026년 1월 트라이얼 런칭 이후 약 5톤의 매칭이 이루어졌다는 수치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방향을 보여준다. 만박에서 쓰인 벤치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군마의 장인이 만든 타일이 오사카의 오피스 바닥재에 쓰이는 식의 연결이다.

@matinno
이 플랫폼의 설계의 몇 가지 주목할 부분을 나열해 보자면,
첫째, 환경 평가 지표를 직접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건재명을 입력하면 환경 임팩트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는, 디자이너가 설계 단계에서 건재를 선택할 때 환경 정보를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택의 기준을 바꾸는 데 있어 정보의 접근성은 작지 않은 요소다.
둘째, 마켓플레이스 기능이 재유통을 실제 거래로 연결한다. 잉여 자재를 출품하고 조달할 수 있는 구조는, 순환의 논리를 경제적 거래의 언어로 옮겨놓는다. 이상적인 순환보다 현실적인 인센티브가 작동할 수 있는 틀이다.
셋째, 건재 정보 등록 작업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협력을 구하고 공정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운영 방식이다. 플랫폼의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는 일이 동시에 고용을 만드는 구조로 이어진다.
창업자 파라 타라이에 씨는 회사명 'NewNormDesign'에 대해, 서큘러 디자인을 특별한 장르로 분리하는 게 아니라 설계의 기본 전제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스테이너블'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어지는 상태를 지향한다는 이야기다.
이 관점은 matinno의 목표 설정에도 반영된다. 타라이에 씨는 5년 후 사용자가 충분히 늘면 플랫폼을 무료로 개방하고 싶다고 한다. 설계 사무소, 디자이너, 기업이 공동 소유하는 공공 인프라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상업적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지향하는 이 구상은, 실현 가능성의 측면에서 아직 많은 조건이 필요하지만, 플랫폼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향으로서는 분명해 보인다.

일본이라는 맥락도 흥미롭다. 타라이에 씨는 도시 마이닝(Urban Mining)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곳 중 하나로 일본을 꼽는다. 도시가 압축적으로 조성되어 있고, 건물의 밀도가 높으며, 자재와 시공의 품질 수준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게다가 일본은 자국 내 원자재가 부족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미 쓰인 자재를 다시 활용하는 것이 비용과 자원 양면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월 5,000엔부터 시작하는 이용료에 대해 타라이에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설계 단계에서 건재 데이터를 한 번 등록해두면, 수십 년 후 해체 시점에 드는 조사·견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초기 수고가 나중의 비용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물론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타라이에 씨 본인도 "과제는 전부"라고 표현했다. 마인드셋의 문제, 비용 부담의 문제, 건재 등록이라는 번거로운 첫 단계를 넘어서는 문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가치가 커지는 플랫폼의 특성상, 초기 임계점을 넘기까지가 가장 어렵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제기하는 질문 자체는 간단하다. 건재에 이력을 붙이는 일, 그리고 그 이력이 다음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일 — 이것이 설계의 당연한 과정이 될 수 있을까. matinno는 그 가능성을 조금씩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참고자료
https://matinno.co/
https://www.newnormdesign.com/ja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영국 왕립예술대학원 제품디자인 석사 졸업
-생테티엔(프랑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스왈로브스키 본사(오스트리아)협업작가
-런던디자인뮤지엄레시던시 작가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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