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작동하는 것에는 보여줄 아름다움이 있다— 일본 문구 브랜드 코쿠요 'TRANSPARENT MECH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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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구를 대개 결과로 판단한다. 종이가 깔끔하게 묶였는지, 풀이 고르게 발렸는지는 따져도, 그것이 어떤 작동 원리로 이뤄지는지는 굳이 묻지 않는다. 궁금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잘 만든 제품일수록 작동하는 부분을 매끈한 외피 뒤로 감추고, 사용자에게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결과만 쥐어 준다. 그렇게 기구를 숨기는 것이,오랫동안 산업 디자인의 기본 문법이 그랬다.
일본 대표 문구,오피스 가구 기업 코쿠요(KYKUYO)가 최근 선보인 신시리즈 'TRANSPARENT MECHANISM(트랜스페어런트 메커니즘)'은 그 문법을 뒤집는다. 감추는 대신 드러내고, 결과 대신 과정을 보여준다. 대상이 된 것은 바늘 없이 종이를 묶는 스테이플러 '하리낙스', 가위와 개봉용 커터를 한 자루에 통합한 휴대 가위 '하코아케', 테이프 풀 '닷라이너' — 세 가지 모두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다. 시리즈는 이 익숙한 도구들의 몸체를 투명 수지로 바꿔, 그동안 보이지 않던 내부 기구를 그대로 노출한다.

발상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문구의 고기능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코쿠요는 제품에 담긴 기구와 기술 그 자체에 볼 만한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기능을 가리는 외피를 걷어내고, 작동 원리를 관찰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즉 기능을 디자인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런 접근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계식 시계에는 무브먼트를 일부러 드러내는 '스켈레톤'의 오랜 전통이 있고, 1990년대 전후의 투명 가전과 게임기, 손목시계는 한 시대의 미감을 만들었다. 다만 그것들이 대개 '속이 비쳐 보이는 신선함'에 머물렀다면, TRANSPARENT MECHANISM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안이 비쳐 보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느 부품이 어떤 순서로 맞물려 하나의 동작을 완성하는지—그 과정을 눈으로 따라 읽게 하는 데 초점이 있다. 투명함이 질감이나 스타일이 아니라, 작동을 설명하는 정보로 쓰인 셈이다.
그 차이는 마감의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몸체에는 단순한 투명 플라스틱이 아니라 옅게 색을 더한 수지를 쓰고, 유리에 가까운 질감으로 다듬어 내부 구조를 또렷이 부각하면서도 정제된 인상을 남긴다. 가동부에는 포인트 컬러를 입혀, 어느 부위가 실제로 '일하는' 곳인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색상은 화이트, 블랙, 레드, 그린의 네 가지로 전개된다. 기능을 노출하되 정보로서 정리해 보여준다.


제품별로 보이는 풍경도 제각기 다르다. '하리낙스'에서는 종이를 묶는 순간 내부 기구가 어떻게 연동되는지가 시각적으로 드러나고, '하코아케'에서는 슬라이드 조작에 따라 모드가 전환되는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갈 수 있다. '닷라이너'는 풀을 당길 때 기어가 회전하는 모습을 소리와 함께 관찰할 수 있어, 늘 숨어 있던 메커니즘이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된다. 익숙하게 쓰던 도구가 한순간 '들여다보는 대상'으로 바뀌는 경험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투명화가 기능상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속이 보인다고 종이가 더 잘 묶이거나 가위가 더 잘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내부를 드러낸 선택에는, 잘 만든 것을 감추기보다 정직하게 펼쳐 보이겠다는 태도가 깔려 있다.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과정을 매끈한 표면 아래로 숨기는 시대에, 손의 안쪽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시도는 그래서 더 또렷하게 읽힌다.
결국 TRANSPARENT MECHANISM이 제안하는 것은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이다. 일상의 도구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하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에 눈길을 머물게 한다. 기능을 숨기지 않고 디자인으로 옮겨낸 이 시리즈는, 담백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잘 작동하는 것은, 굳이 감출 이유가 없다.
https://www.axismag.jp/posts/2026/06/712707.html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영국 왕립예술대학원 제품디자인 석사 졸업
-생테티엔(프랑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스왈로브스키 본사(오스트리아)협업작가
-런던디자인뮤지엄레시던시 작가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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