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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거장 NIGO가 제안하는 패밀리마트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

 

All Images ⓒ FamilyMart Co.,Ltd.

NIGO와 원더월이 설계한 패밀리마트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 ‘FAMIMA PARK AZABUDAI’

일본의 편의점은 오랫동안 속도와 효율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제한된 면적 안에 식품과 생활용품, 각종 서비스를 촘촘하게 배치하고, 누구나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표준화했다. 어느 지역에서든 익숙한 동선과 상품 구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일본 편의점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편리함이 이미 일상이 된 지금, 편의점은 다음 단계의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구입하는 장소를 넘어, 방문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을까. 매장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발견과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을까.

패밀리마트는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Next FamilyMart Project’를 시작했다. 창립 45주년을 맞아 기존 편의점의 틀을 다시 살펴보고, 새로운 매장 경험과 상품, 공간 디자인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는 HUMAN MADE의 창립자이자 KENZO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NIGO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해 주목을 모았다. 스트리트 패션에서 출발해 럭셔리 브랜드와 글로벌 기업의 크리에이티브 영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온 그가 새롭게 선택한 무대는 일본의 대표적인 생활 인프라인 편의점이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인 ‘FAMIMA PARK AZABUDAI’가 2026년 7월 도쿄 아자부다이에 문을 열었다. 패밀리마트가 선보인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NIGO가 전체적인 브랜드 방향과 세계관을 이끌었으며 건축과 인테리어, 매장 디자인에는 가타야마 마사미치가 이끄는 원더월(Wonderwall)이 참여했다. 패밀리마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고급스러운 편의점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본 편의점이 50여 년간 축적해온 합리성과 기능성을 유지하면서도, NIGO의 문화적 감각과 원더월의 공간 설계를 더해 사람들이 ‘편리해서 들르는 곳’이 아닌 ‘일부러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FAMIMA PARK AZABUDAI는 기존 편의점의 편리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주먹밥과 도시락, 음료, 생활용품 등 일상적으로 필요한 상품을 갖추고 24시간 운영되는 일반 점포의 기능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그 위에 발견과 체류, 브랜드 경험이라는 새로운 층위를 더했다. 편리해서 잠시 들르는 장소에 머무르고 둘러보는 시간을 더함으로써, 편의점의 역할을 한 단계 확장한 것이다. 가타야마 마사미치는 일본 편의점이 축적해온 합리성과 기능성을 존중하면서도, 그 너머에 있는 즐거움과 풍요로움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아자부다이 힐즈와 인접한 가미야초역 앞이라는 입지도 이러한 시도와 맞닿아 있다. 업무시설과 주거, 상업 공간이 밀집하고 해외 방문객의 비중도 높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최대 5개 언어로 응대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마련했으며, 외관 역시 기존 편의점의 직선적인 박스 형태에서 벗어났다. 곡선형 파사드에는 미장 마감재인 모르텍스를 적용하고, 넓은 유리면을 통해 내부 풍경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했다. 옥상에는 숲을 연상시키는 녹지를 조성했으며, 그 위에 NIGO와 함께 개발한 FAMIMA 공식 캐릭터의 대형 입체 사인을 배치했다. 지상에서는 건물 모서리의 상징물로, 주변 고층 건물에서는 옥상 정원 위에 떠 있는 그래픽 아이콘처럼 보이도록 설계해 보행자와 도시의 시선을 함께 고려했다.

 


 

매장 내부는 입구의 원형 집기를 중심으로 양쪽 진열대와 후면의 키오스크형 계산 공간까지 한눈에 들어오도록 시야를 열었다. 원형 집기에는 한정 상품과 시즌별 주요 제품을 팝업스토어처럼 전시해 방문자의 기대감을 높였으며, 일부 선반은 일반 점포보다 약 15cm 높게 제작하고 내부에 거울을 적용해 실제보다 깊고 넓은 인상을 만들었다. 전자레인지와 쓰레기통, 계산대, 의류 판매 공간 등은 매장의 네 모서리에 기능별로 나눠 배치해 중앙부의 동선과 시야를 정돈했다. 이처럼 서비스 설비를 흩어놓지 않고 영역별로 묶으면서 다양한 상품과 시설을 유지하되 시각적 혼잡은 줄였다. 패밀리마트는 이를 통해 VMD를 단순한 상품 진열이 아닌 매장 전체의 경험으로 확장했다. 입장부터 상품 발견과 선택, 결제에 이르는 흐름을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하고, 유리 파사드 앞에는 좌석을 마련해 상품을 구입한 뒤 잠시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원더월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FAMIMA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변화시킬 것과 지켜야 할 것”,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편의점” 등 여덟 가지 디자인 스테이트먼트를 설정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품과 이미지, 공간적 장치를 곳곳에 배치해, 편의점을 “우연히 마주치면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편의점 안에 들어온 패션 부티크

매장 한쪽에는 패밀리마트의 자체 브랜드 ‘컨비니언스 웨어(Convenience Wear)’를 위한 숍인숍 공간이 마련됐다. 컨비니언스 웨어는 패션 디자이너 오치아이 히로미치와 공동 개발한 브랜드다. ‘좋은 소재, 좋은 기술, 좋은 디자인’을 콘셉트로 양말과 티셔츠, 속옷, 생활 잡화 등을 선보이며 ‘편의점에서 옷을 산다’는 새로운 소비 문화를 제안해왔다.

FAMIMA PARK AZABUDAI에서는 이 브랜드를 편의점 상품 코너가 아닌 하나의 패션 매장처럼 구성했다. 시즌별 전체 상품과 사이즈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으며, 브랜드 최초로 피팅룸을 도입했다. 전신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터치패널과 전담 직원도 배치해 소재와 착용감, 사이즈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비주얼 패널과 플래그십 스토어 한정 상품을 함께 전개하면서 패션 브랜드의 세계관도 한층 선명하게 드러냈다. 편의점 진열대 일부에 의류를 배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는 편의점이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엇을 판매하는가뿐 아니라, 그 제품을 어떤 맥락과 분위기 안에서 소개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다룬 사례다.

 

 

건물 옆에는 외부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FAMIMA STAND’가 자리한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커피와 차, 핫스낵을 구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판매 창구를 마련했다. 주변에는 공식 캐릭터를 형상화한 벤치를 배치해 작은 공원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출퇴근길에 음료를 구입하거나 산책 도중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새로운 이용 장면을 제안한 것이다. 이 공간은 매장 이름에 포함된 ‘PARK’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편의점의 경계를 건물 내부로 한정하지 않고 거리와 연결하면서, 판매 공간의 일부를 도시의 휴식 장소로 확장했다.

편의점은 일반적으로 상품을 구입한 뒤 곧바로 떠나는 장소로 인식된다. 반면 FAMIMA PARK AZABUDAI는 체류를 허용하고, 상업 공간과 공공 영역의 중간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었다.옥상 녹지와 외부 스탠드, 캐릭터 벤치가 연결되면서 건물 자체도 하나의 작은 도시 풍경으로 작동한다. ‘파크’라는 이름을 장식적인 콘셉트로만 사용하지 않고, 공간의 이용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아자부다이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상품과 서비스

FAMIMA PARK AZABUDAI는 공간 디자인뿐 아니라 상품 구성에서도 지역의 특성을 적극 반영했다. ‘도시형 델리카’ 코너는 도심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20~40대를 주요 이용자로 설정해 채소와 자연 치즈,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고려한 식재료를 사용했으며, 마라탕과 라이스 샐러드 등 현대적인 식생활을 반영한 메뉴를 선보였다. 커피는 2016년 월드 브루어스컵 우승자인 가스야 데쓰와 공동 개발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을 준비했고, FAMIMA STAND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차와 밀크티, 과일 티 등을 제공하며 기존 편의점과는 다른 카페 경험을 제안했다. 단순히 메뉴의 품질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자부다이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식사하고 휴식하는지를 분석해 상품과 서비스를 함께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점포 디자인과 상품 구성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한 것이다.

 

'편리한 곳'에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완성된 미래형 편의점을 제시하기보다, 앞으로의 편의점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FAMIMA PARK AZABUDAI. 그동안 편의점은 표준화된 공간과 운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어느 지역에서나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지만, 그만큼 매장마다 고유한 경험을 만들기에는 한계도 있었다. 패밀리마트는 이러한 틀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다. 건축과 공간 디자인, VMD, 패션, IP, 식음료, 야외 공간을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통합하며,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매장을 고급화하거나 화려하게 꾸미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와 공간, 콘텐츠를 함께 경험하는 목적지형 리테일로 편의점의 역할을 확장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곳에서 선보인 공간 구성과 VMD, 상품, 캐릭터 IP 등은 향후 전국 패밀리마트 매장에도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결국 FAMIMA PARK AZABUDAI는 하나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넘어 일본 최대 편의점 네트워크의 미래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이자,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어디까지 문화적 경험을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강지연(일본(도쿄))
-Tama Art University 정보디자인학과 미디어 예술 학사 졸업
-GARDE Co.,Ltd.(ASIA PACIFIC 사업부 기획개발 본부 플래너)
(현) Apollo&Char Company inc.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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