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Laboratory - 일본의 전통 입욕 문화를 '퍼스널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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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온천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토지(湯治)' 문화가 이어져 왔다. 단순히 피로를 푸는 것을 넘어 일정 기간 온천지에 머물며 몸의 균형을 되찾고 마음을 돌보는 생활 방식으로, 오랫동안 일본인의 삶 속에 자리 잡아온 치유 문화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바쁜 도시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이러한 전통은 점차 일상에서 멀어졌고, 온천 역시 여행이나 휴식의 특별한 경험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일본에서는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다. 도쿄 시부야구에 문을 연 '토지 Laboratory(湯治 Laboratory)'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곳은 1962년 창업 이후 60여 년 동안 온천 입욕제를 연구해온 '영비너스약품공업(ヤングビーナス薬品工業)'이 선보인 첫 직영 매장으로, 단순히 입욕제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개인의 취향과 컨디션에 맞는 입욕 경험을 제안하는 퍼스널 웰니스 플랫폼을 지향하며, 오랜 입욕 문화를 오늘날의 소비 방식과 서비스 경험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공간 디자인은 MHAA건축설계사무소, 브랜드 로고는 EDING:POST가 맡았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라는 철학을 공간과 시각 언어 전반에 담아내며, 전통적인 입욕 문화를 현대적인 리테일 경험으로 재해석한다.


'오늘의 목욕'을 디자인하다
가장 큰 특징은 입욕제를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은 자신의 취향은 물론 그날의 몸 상태와 기분에 맞춰 입욕제를 직접 조합하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목욕 시간을 완성해 간다. 브랜드는 이를 단순한 제품 구매가 아닌 '오늘의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목욕을 설계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새롭게 선보인 입욕제 'YUYAKU'는 여러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물의 성질과 향, 색을 자유롭게 조합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먼저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는 염화물계, 목욕 후 산뜻한 느낌을 주는 황산염계, 매끄러운 촉감이 특징인 탄산수소염계 등 원하는 온천수 타입을 선택한 뒤, 물의 투명도와 점성까지 세밀하게 조절한다. 여기에 10여 가지 이상의 향과 색을 더하면 조합은 100가지 이상으로 확장된다. 같은 사람이라도 계절이나 컨디션, 기분에 따라 필요한 목욕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매일 다른 목욕을 선택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서비스로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매장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토지 Laboratory에서는 입욕제를 눈으로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선택한다. 패키지나 제품 설명만으로 판단하는 일반적인 리테일과 달리, 매장에는 손을 물에 담가 촉감과 향을 확인할 수 있는 '테유(手湯)'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고객은 자신이 조합한 입욕제를 실제 물에 풀어본 뒤 물의 질감과 향을 직접 확인하고 최종 선택을 할 수 있다. 또한 온천 소믈리에가 고객의 취향과 컨디션을 상담하고 적합한 조합을 추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몸 상태를 함께 살펴보며 그날 가장 적합한 입욕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이 공간의 핵심이다. 즉, 토지 Laboratory는 상품을 진열하는 매장이 아니라 상담과 체험, 개인 맞춤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한 리테일 공간을 구현하며, 입욕제를 고르는 순간부터 사용하는 과정까지 모두 하나의 서비스로 디자인했다.

브랜드는 '목욕'이라는 일상의 행위를 계절과 감각을 즐기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공간 안에 함께 담아냈다. 매장에서는 계절탕에 사용하는 제철 식물과 과일도 판매한다. 겨울철 유자를 띄워 즐기는 유자탕처럼 일본에는 계절의 식물과 과실을 목욕에 활용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토지 Laboratory는 이러한 전통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제철 식재료를 욕조에 띄워 향을 즐기거나 식탁에서 맛보는 등 계절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향과 색을 직접 조합해 자신만의 입욕 아이템을 만드는 워크숍을 운영하고,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오리지널 테누구이(일본식 수건)와 일러스트레이터 구로다 기요시(黒田潔)의 굿즈도 선보인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향을 고르고 만들고 사용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설계해 목욕이라는 행위를 보다 풍부한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웰니스 시장에서는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보다 사용자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머무는가가 브랜드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토지 Laboratory 역시 입욕제와 계절 식재료, 워크숍, 굿즈를 하나의 브랜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목욕을 단순한 위생 행위가 아닌 감각과 계절, 문화를 함께 즐기는 시간으로 제안한다. 이곳에서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제품 한 가지가 아니다. 자신의 몸 상태와 감정, 그리고 그날의 기분에 맞춰 완성하는 하나의 입욕 방식이다.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이 아니라, 선택하고 체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전 과정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삼은 것이다. 전통적인 '토지(湯治)' 문화를 현대적인 서비스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 웰니스 산업이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입욕제를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목욕'이라는 일상의 행위를 하나의 디자인 경험으로 재구성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기존 웰니스 브랜드가 제품의 기능과 효능을 중심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면, 토지 Laboratory는 상담하고, 체험하고, 조합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서비스로 설계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입욕제 한 봉지가 아니라 '오늘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목욕 경험'인 셈이다.
최근 일본의 리테일 디자인은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토지 Laboratory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랜 전통문화인 '토지'를 현대적인 개인 맞춤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브랜드 경험으로 재해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과거의 문화적 자산을 현대적인 서비스와 리테일 디자인으로 연결함으로써, 전통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오늘날의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브랜드 자산으로 확장했다. 이는 오래된 문화를 현재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디자인적 해법을 제시한다.
관련 사이트
https://www.gqjapan.jp/article/20260715-toji-laboratory-news
-Tama Art University 정보디자인학과 미디어 예술 학사 졸업
-GARDE Co.,Ltd.(ASIA PACIFIC 사업부 기획개발 본부 플래너)
(현) Apollo&Char Company inc.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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