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AI, 로봇이 하나가 된 ‘스스로 움직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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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mages ⓒ 株式会社MW
우리는 이미 스마트홈에 익숙하다. 스마트폰으로 조명을 켜고, 외출 중에도 에어컨을 조절하며, 음성으로 가전제품을 작동시킨다. 집 안의 기기는 빠르게 똑똑해졌지만, 정작 우리가 생활하는 ‘집’의 형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최근 AI와 로보틱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 질문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화면 속에서 정보를 제공하던 AI가 현실의 공간을 인식하고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확장되면서, 기술을 담는 그릇이었던 건축 역시 변화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0일, 일본의 스타트업 MW는 도쿄 도요스에서 열린 브랜드 발표회 ‘MW “Living Home” Launch’를 통해 차세대 주택 프로젝트 ‘MW Living Home’의 전체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MW가 내건 슬로건은 ‘100년 만에, 집이 바뀐다(100年ぶりに、家が変わる。)’. 건축과 소프트웨어, AI, 로보틱스를 하나의 주거 환경 안에서 통합해 집 자체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스마트홈이 가전과 각종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이를 보다 편리하게 조작하는 데 집중했다면, MW의 접근은 조금 다르다. 완성된 집에 기술을 하나씩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AI와 로봇이 함께 작동하는 것을 전제로 건축을 설계한다. MW는 이를 ‘Living Home’, 말 그대로 ‘살아있는 집’이라 부른다. 더 많은 기기를 갖춘 집이 아니라, 기술과 건축의 관계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다.

집이 느끼고, 생각하고, 움직인다
MW가 제안하는 Living Home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주변 환경과 사람의 상태를 감지하는 ‘지각(Perception)’, 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지능(Intelligence)’, 그리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신체(Embodiment)’다. 사람이 눈과 귀로 주변을 느끼고, 머리로 상황을 판단한 뒤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집에도 비슷한 구조를 부여한 것이다. 먼저 집 곳곳에 설치된 센서는 사람의 움직임과 수면 상태, 온도와 습도 등 공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한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집의 두뇌 역할을 하는 ‘MW Intelligence’로 전달된다. AI는 거주자의 행동과 상황을 이해하고, 생활 패턴에 맞춰 주거 환경을 조정한다. 판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역할은 주택 로봇 ‘MW bot’이 맡는다. 침구를 정리하거나 세탁물을 다루고, 식사 후 남은 물건을 정리하는 등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을 대신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센서와 AI, 로봇은 각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MW Living Home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들을 별개의 기기로 두지 않고 하나의 공간 안에서 연결된 시스템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홈에서는 사람이 기술을 작동시키는 주체였다. 스마트폰 앱을 열거나 음성으로 명령해야 집이 반응했다. 반면 MW가 그리고 있는 집은 주변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필요한 행동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람이 집을 조작하는 것에서, 집이 사람의 생활을 이해하는 것으로. 스마트홈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사람을 닮은 로봇 대신, 집의 일부가 된 로봇
MW Living Home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택 로봇 ‘MW bot’이다. 최근 로봇 산업에서는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이 활발하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와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신체를 닮은 형태는 분명 장점이 있다. 하지만 MW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MW bot은 두 발로 집 안을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가 아니다. 로봇팔을 갖춘 본체가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갠트리형 구조를 사용한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별도의 ‘Nest’에 수납되고, 집안일이 필요할 때 공간으로 나온다. 이러한 형태에는 주거 공간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로봇이 좁은 복도와 가구 사이를 이동하려면 적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면적이 제한적인 일본의 도시형 주택에서는 로봇 한 대가 차지하는 공간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계단이나 단차에서 넘어지거나 사람과 충돌할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반면 천장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 사람이 사용하는 바닥을 차지하지 않는다. 넘어질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이동 범위 역시 건축 단계에서 미리 계획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에 비해 이동의 자유도는 제한적이지만, MW는 주거 환경에서 필요한 안전성과 효율, 공간과의 조화를 우선했다. 여기서 질문은 로봇의 성능을 넘어 공간으로 향한다. 로봇이 인간의 집에 적응해야 할까, 아니면 로봇과 함께 살아갈 집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해야 할까. MW가 선택한 것은 후자에 가깝다. 기존 주택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하는 대신, 로봇의 이동 경로와 수납 위치, 작업 환경까지 건축과 함께 설계한다. 로봇을 독립된 가전제품이 아니라 주방이나 배관, 조명처럼 주택을 구성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을 닮는 것이 반드시 가장 좋은 로봇 디자인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한 결과가 MW bot의 형태로 이어졌다.

기술과 함께 변화하는 건축
MW Living Home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기술을 건축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MW의 공동창업자이자 Chief Architect인 마쓰다 요시키(松田仁樹)는 도쿄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OMA New York과 닛켄세키(日建設計)를 거쳐 자신의 건축사무소 YMA를 설립했다. 건축가가 기술 개발이 끝난 뒤 이를 공간에 적용하는 역할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초기부터 건축과 기술을 함께 설계한다는 점은 MW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방향은 MW가 제시한 ‘MW 건축의 5가지 원칙(MW建築5つの原則)’에서도 드러난다.
・Timeless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하는 소재와 공간을 의미한다. 오래됨을 단순한 노후화로 보지 않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공간의 매력으로 받아들인다.
・Updatable 생활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는 공간이다. 하나의 형태와 용도에 고정하지 않고, 거주자의 삶이 달라지면 집 역시 그에 맞춰 변화할 수 있도록 한다.
・Fluid 특정한 용도에 얽매이지 않는 공간 구성을 뜻한다. 거실, 주방, 작업실처럼 공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보다 움직임과 연속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Biophilic 건물이 자리한 땅의 역사와 생태계, 자연환경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원칙이다. 자연을 장식적인 요소로 끌어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사람의 감각이 열리는 공간을 지향한다.
・Integration 기술을 별도의 장치로 드러내지 않고 건축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개념이다. 센서가 공간을 감지하고 AI가 이를 이해하며 로봇이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주거 환경 안에서 연결된다.
이 다섯 가지 원칙은 미래주택이라고 해서 기술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오래 사용할수록 깊어지는 건축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어떻게 하나의 집 안에 공존시킬 것인가라는 고민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MW Living Home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Updatable’과 ‘Integration’이다. 집은 일반적으로 설계와 시공이 끝나고 입주하면 완성된다. 이후 가족 구성이나 생활 방식이 달라져도 구조를 바꾸려면 상당한 공사가 필요하다. 반면 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 AI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 MW는 이처럼 서로 다른 속도로 변화하는 건축과 기술을 하나의 집 안에서 함께 움직이게 하려 한다. 구조벽을 외곽에 집중시켜 향후 내부 공간을 변경하기 쉽게 만들고, MW Intelligence와 MW bot 역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전제로 한다. 가족이 늘어나거나 아이가 성장하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거나 노년기에 접어드는 등 삶의 변화에 맞춰 공간과 기술이 함께 달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을 구입하는 순간을 완성으로 보는 대신, 시간과 생활에 따라 계속 달라질 수 있는 환경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업데이트’는 소프트웨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집 전체를 하나의 제품처럼
MW가 Living Home을 ‘주택 프로덕트(住宅プロダクト)’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접근과 연결된다. 일반적인 주택이 건축과 설비, 가전, 소프트웨어를 서로 다른 단계에서 조합한다면, MW는 건축 설계부터 AI와 로봇 개발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한다. 센서가 어디에 놓일지, 로봇이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 AI가 어떻게 공간과 사람을 인식할지까지 집을 설계하는 조건에 포함된다. 그 목표는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이 집안일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 MW bot은 사람이 없는 공간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침구 정리나 세탁, 식사 후 정리와 같은 반복적인 일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술을 눈에 띄게 드러내기보다 생활의 뒤편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은 개발 단계다. 현재 MW bot은 트레일러하우스에서 가사 작업을 시연하는 프로토타입이며, MW는 2027년 자율제어 로봇을 적용한 목조주택 데모를 거쳐 2028년 MW bot 탑재 주택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택 환경에 특화된 로봇 AI 연구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NEDO가 추진하는 ‘GENIAC’에도 채택됐다. 완성된 건축에 기술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과 집을 설계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MW Living Home을 단순히 ‘AI가 들어간 미래주택’으로 보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놓치기 쉽다. MW가 제안하는 변화는 새로운 기능을 얼마나 많이 넣을 수 있는가보다 기술이 달라졌을 때 공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가깝다. MW bot이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을 닮은 로봇을 기존 집 안에 들여놓는 대신, 천장과 벽면을 이동하도록 만들고 그 동선까지 건축과 함께 설계했다. 로봇의 형태를 먼저 정한 뒤 공간에 넣은 것이 아니라, 주거 환경에서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를 고민한 결과 로봇의 형태가 달라졌다. 집을 ‘Updatable’한 환경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같은 흐름에 있다. 사람의 생활은 달라지고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그렇다면 그 둘을 담는 공간 역시 처음 모습 그대로 유지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MW Living Home은 아직 개발 과정에 있다. 실제 생활 속에서 AI와 로봇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할지, 오랜 시간 사용하는 주택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어떻게 함께 유지하고 업데이트할지는 앞으로 검증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MW가 던지는 질문은 흥미롭다. 사람과 AI, 로봇이 함께 생활하는 시대의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AI가 화면을 벗어나 현실의 공간에서 직접 보고, 판단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디자인해야 할 대상도 달라진다. 제품이나 화면만이 아니라 AI가 활동하게 될 공간과 사람의 생활 방식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MW Living Home은 아직 그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완성된 집에 기술을 하나씩 더하는 대신, 처음부터 기술과 함께 살아갈 공간을 고민한다는 발상의 변화는 분명하다. 어쩌면 앞으로 달라지는 것은 집 안의 기기가 아니라, 우리가 ‘집’을 디자인하는 방식 자체일지도 모른다.
관련 사이트
https://mwhome.design/company/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05.000182267.html
-Tama Art University 정보디자인학과 미디어 예술 학사 졸업
-GARDE Co.,Ltd.(ASIA PACIFIC 사업부 기획개발 본부 플래너)
(현) Apollo&Char Company inc.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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