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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에서 배우는 디자인 이야기 1

벼룩시장에는 벼룩을 파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어지간한 것들은 다 벼룩시장에서 찾을수 있다. 날씨좋은 토요일 오전이면 누구나 집에서 쓰던 물건, 오래되어 쓰지는 않지만 버리긴 아까운 물건, 지하실이나 다락에 쌓여있던 물건, 옷들을 주섬주섬 싸가지고들 나와 파는 장터가 벌어진다. 필요한 물건은 싼 값에 구하는 재미, 흥정하는 재미, 물건을 놓고 그 사연을 묻고 듣는 사람들, 아는 사람들 만나러 오는 이들 등으로 벼룩시장은 북적된다.

얼마전에 이런 벼룩시장에서 벼룩이 아닌 개구리 한 마리, 아니 개구리 모양으로 된 바구니(그릇)를 하나 “건졌다”(벼룩시장식 표현법). 오래전에 여행 기념품으로 사온 아프리카의 케냐 물건을 몇 개 추려와서 파는 사람에게서 산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정체를 알수 없이 이상한 생김새에 호기심에 이끌렸는데 다시보니 개구리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바나나 잎처럼 넓고 부드러운 잎으로 바구니(그릇)를 짜다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귀도 붙이고 손과 발도 만들어내고 해서 정작 물건을 담는 바구니 부분은 개구리 입 속이 된다.
손과 발을 앞으로 나란히 모으로 깍지까지 낀 이 개구리 바구니는 마치 커다란 입을 벌리고 웃는 개구리 같아 볼 때 마다 웃음이 나온다. 호두라도 몇알 넣어주면 좋아할텐데...

이 바구니(그릇)를 보기전까지 바구니의 생김새, 즉 바구니 디자인이란 담는 부분과 손잡이가 있는, 손잡이의 형태가 조금 달라지고, 담는 용기 부분이 동그랗거나, 네모지거나, 깊거나 얕거나, 짜임 조직에 변화를 주어 무늬를 넣거나 그런 줄만 알았다.

약간의 손놀림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진 이 개구리를 보면 이 그릇을 짠 사람의 유머감각과 상상력 그리고 창의력, 독특한 감각이 배어나온다.
가장 원초적인 디자인 개념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정형과 습관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 즉 모든 예술의 기본적인 입장이 디자인의 창의성에도 해당되겠다.

실제로 몇 년전에 빌러로이 앤 보흐(Villeroy & Boch)사에서는 개나 고양이 등 동물모양을 간략화 한 형태의 도자기 세트를 내어 놓기도 하였다.
자기라는 재료의 특성과 고급품의 이미지에 알맞게 매우 깔끔하고 정돈되고 직선과 기학학적 형태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과장된 모습의, 그러나 미소를 머금게하는 그릇들이었다.

아프리카의 개구리 바구니 그릇이나 이 자기 디자인 사이에는 재료와 재료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 선과 감각에서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동물의 모습에서 형태를 만들어낸 그 아이디어는 별 다를바가 없어 보인다.


또 다른 벼룩시장 “전리품”인 와인 온도계.

이것은 와인의 온도를 재는 온도계인데 누군가가 평범한 온도계에다 엄청나게 커다란, 재료낭비적인 나무옷을 만들어 주었다. 빨간 꼭지가 달린 온도계를 넣고 닫으면 마치 검정 생선모양으로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를 알수 없게 만든다.

이 온도계가 재미있는 것은, 과장된 크기로 부풀린 온도계 집의 모양도 모양이지만 젖혀지는 뚜껑의 장석이 더 눈을 끈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다는 표시가 되어 있는 이 놋쇠 장석은 이 온도계집 바깥쪽에 장석의 흔적을 남기지 않게 들어가 있다.
특히 부드러운 동작으로 뚜껑부분을 90도 각도를 완전히 제칠수 있게 되어 있는 점에서 사소한 물건 하나에 들어가는 정성이 만들어내는 질을 알수 있다.

일반적으로 벼룩시장에서는 이처럼 뜻밖의 물건을 마주치기 때문에 머리를 식히는 아이디어 사냥터로 안성마춤이다.
벼룩시장에서는 현재 많이 사용되는 물건뿐만 아니라 소위말해 한물 간 이미 사용된 물건들을 접하게 된다. 이런 물건들에서는 물건이 사용되어 마모되는 흔적도 알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형태, 고장이 나지 않는 몇 십년전 기계, 반대로 고장나기 쉬운 부분, 좋은 재료, 뛰어난 재료마감상태, 절약 등에 대해 알게 된다.


특히 요즘 유행한다는 레트로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직접 제공해 주는 곳도 사실은 이런 벼룩시장이다.

물론 지난 시절의 삶의 모습들에 대해서는 책이나 박물관이라는 기구를 통해서도 접할수 있지만 물건을 손으로 만지면서 이리저리 둘러볼수 있는 벼룩시장은 이들보다 좀 더 직접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분해하고 해체해서 그 구조의 비밀을 캐어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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