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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동물원 가는 길을 쉽게 알려주기이다.


"디자인은 동물원 가는 길을 쉽게 알려주기이다."

이말은 9월8일부터 10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익시드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학생들과의 인터뷰 시간에 디자이너의 과제란 어떤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페터 라케(Peter Raake)의 대답이였다.

모노(mono)사의 스푼세트인 ‘모노-아(mono-a:알파)’로 유명한 페터 라케는 디자이너의 과제는 베를린 동물원 역 앞의 자동승차권 발매기를 나이많은 노인도 쉽게 사용할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디자인의 의미와 개념을 좁고 때로는 너무 꿈과 이상만 키워서 매일매일의 일상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어떤 특별한 것으로 보는 학생들의 기대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말이다.

* 페터 라케가 디자인한 모노사의 스푼 mono-a, 1959년.

* 레터 라케가 디자인한 트랜지스터 라디오 그라찌아(Grazia), Graetz사, 1961년.

* 페터 라케가 디자인한 종이 가구

* 페터 라케가 디자인한 종이 가구


동물원 가는 길을 제대로 알고 알려줄수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기본자세라는 이말은 디자인 대상, 마케팅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기 쉬운 노인과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다루기 쉬운 기구나 사물을 만들어내는 자세를 말해준다.




* 사진설명 : 독일 어느지역 차표 자동판매기. 13개의 단계를 거쳐야만 표를 살수 있다. 또 각 단계마다 여러개의 선택 사항중에서 고민을 해야하며 지폐를 넣을 경우 수많은 시도를 해야만이 표를 살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각종 컴퓨터 관련 박람회나 디자인 상 공모전이나 졸업작품전을 살펴보면 컴퓨터 기능의 한부분을 떼어낸 제품들, 즉 인터넷 라디오, 인터넷(디지털) 텔레비젼, 테블릿 피씨, 인터넷 전화 등이 눈에 많이 뜨인다.

이렇게 컴퓨터 기능의 한부분을 떼어낸 제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결국은 쓰레기(가 될 물건)의 확대 재생산”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수도 있지만, 실제로 나이가 든 사람들이나 장애인들은 가장 단순해보이는 “더블클릭” 조차 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컴퓨터를 쓰려면 빠른 손가락 움직임으로 마우스를 두 번 연달아 두드려 주어야만 하는데,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은 이 두 번의 손놀림 사이의 시간이 너무 길어 컴퓨터가 더블클릭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불편들은 바로 이 ‘동물원 가는 길 쉽게 알려주기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수 없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노인이나 장애인,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이렇게 기능의 한부분을 떼어내어 쉽게 다룰수 있는 제품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라케가 말하는 디자이너의 과제란 이들을 위해 항상 새로운 물건을 따로 만들어 내는 것, 멋진 스타일링의 제품 만들기가 아니라, 처음 어떤 제품을 구상할 때 부터, 이런 사용자들도 가장 쉽게 사용할수 있도록 만드는 자세를 말한다.

올해 작고한 루시우스 부르크하르트(Lucius Burckhardt)도 그의 유명한 저서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에서 사회디자인, 디자인의 사회적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즉 디자이너는, 편리를 위해 양파를 까는 기계를 발명했지만 결국은 이 기계를 제대로 청소하는데 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사물을 만들기 보다는 친구나 손님과 어울려 요리준비를 하면서 즐겁게 양파를 깍을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이번 익시드 발표자인 슬라보예 지젝의 네가티브 스페이스에 대한 의미와 통하는 면도 있다. 그 이전에 이미 노자는 ‘흙으로 그릇을 빚으면 그 빈 곳이 쓰임되고, 집에 문이나 창을 내면 빈 공간이 그 쓰임이다. 고로 사물의 존재는 이득이 되나 사물의 비존재는 유용하다’ 라는 말을 전한다.

결국 미래를 주도할 디자인 개념은 사물 그 자체뿐만 아니라 사물이 놓여지는 공간, 쓰여지는 상황, 그리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을 더 중요시 하는 것에 있다 할수 있다. 즉 원자재를 아끼고 제품의 가지수를 무작정 늘리지 않으면서 사회의 소외계층을 고려하는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 어려움과 수고스러움이 바로 디자이너들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P.S. 베를린의 기술 박물관에서는 10월5일까지 ‘사용을 위한 디자인-페터 라케의 디자인 50년’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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