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튼(Manhattan)은 서쪽의 허드슨강과 동쪽의 이스트강에 둘러싸여 있고 뉴욕시의 5개 구 가운데 가장 작지만 세계적인 도시로서 중심부 역할을 하고 있다.
시내의 거리는 동서남북으로 뻗은 도로로 잘 정비되어 있고, 브로드웨이(Broadway)가 대각선을 이루며 가로질러 북으로 통하고 있다.
이 브로드웨이가 지나는 42가와 7애비뉴를 중심으로 타임스퀘어(Times Square)라 부르는데, 이 거리에는 뮤지컬을 비롯한 쇼 관련 극장이 많으며, 특히 이 부근의 극장가만을 브로드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899년 오스카 헤머슈타인이 이곳에 최초로 극장을 세우면서 브로드웨이 공연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하며 타임스퀘어와 인근 지역은 공연장, 극장, 상점, 뉴스 가판대, 술집, 음식점 등이 집중되어 있는 미국에서 가장 번화한 미국 문화의 중심지라 불린다.

이 타임스퀘어에는 일반인들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일정기간 대중에게 노출되어 볼 수 있는 옥외광고(Outdoor Advertising)의 하나인 빌보드(Billboard)의 천국을 이룬다.
미국 옥외광고협회에서는 옥외광고업계에서 마련한 규격에 적합한 포스터나 간판 등을 옥외매체로 인정하는데 광고의 중요 4대 매체인 TV, 라디오, 신문, 잡지 뿐만 아니라 이젠 맨하튼에서는 차체 외관을 완전히 덮는 시내버스 광고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버스 정류장, 택시의 캡, 공중전화 부스, 휴지통에 이르기까지 보행자들은 이제 시내 어디를 걷든지 거리의 광고와 마주치고 있고 기차를 타고 출퇴근 하는 통근자들, 자가 운전자들까지도 도로변에 세운 빌보드 광고를 접한다.

광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옥외광고는 B.C 3000년경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거대한 오벨리스크에 법이나 계약을 명시해 그것을 알리기 위해 사용했고, 이집트 상인들은 돌판위에 판매할 물건들을 명시하고는 길가에 세워두어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 후 종이의 발전 그리고 1450년에 구텐베르크(Gutenberg)의 인쇄술의 발명과 1796년 석판인쇄술(lithography)의 발전으로 옥외광고의 범주는 한층 넓어져 양질의 광고디자인으로 발전한다.

180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는 광고주들이 말에 전단지나 현수막을 달고 악단이나 서커스 단원들이 막 도착했음을 알리는 목적으로 광고가 사용되었지만 이것은 번거롭고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점차 사라졌다.

전단지(bill)를 나무판(wooden boards)위에 부착해서 사용했다는 뜻에서 생긴 빌보드(Billboard)의 기원은 1835년도 Jared Bell이 제작한 서커스 포스터(약 3x2m)로 기록되어 있다.
이 시대는 서커스와 극장이 주된 광고주였으며 광고주들은 1867년, 이미 빌딩옆이나 나무로 된 공공 울타리에 스페이스를 빌려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 당시 빌보드를 세울 때 보드를 일정 기간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임대 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미국에서의 최초의 기록이다.
그리고 1900년에는 포스터를 세울 구조물의 크기가 규격화 되었다. 1900년대에는 켈로그(Kellogg), 팔모빌(Palmolive), 코카콜라(Coca-Cola)와 같이 큰 회사들이 전국적으로 빌보드 광고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1914년에는 유럽 정세의 긴장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1919년까지 빌보드 광고는 군대에 참여를 종용하거나 자유를 내세운 애국심을 부추기는 광고가 많이 나오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빌보드 광고는 더 성숙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은 자가용을 갖기 시작해 자동차 광고는 빌보드 확장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1920년대 후반까지 빌보드는 대대적으로 사용되었고 담배광고뿐 아니라 라디오, 축음기, 가스레인지, 냉장고 등을 포함해 광고주들은 소비자들이 새 상품을 사도록 만들었다. 같은 아이템에 많은 새 브랜드가 쏟아져 나왔고 이를 팔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성 광고를 벌여 나갔다.

1945년 이후의 빌보드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적인 디자인이 보이게 되었다. 상업미술과 순수예술은 많은 아이디어를 교환했고 상업미술은 광고에 순수미술을 사용해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재생산했다.

1950년대는 파리로부터의 예술경향이 뉴욕으로 급속히 들어와 자유스럽고 추상적인 실험적인 표현이 상당수 눈에 띄게 되었다.

광고주들은 신규 부유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성적인 암시를 이용하여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광고에서 여전히 섹스는 외설스럽지만 최대의 마케팅 효과를 거둔다. 1960년대 섹스의 표현은 더욱 에로틱해졌다.

새로운 성에 대한 관대함은 미국사회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1950년대가 가족의 시대였다면 1960년대는 독신 라이프스타일의 시대가 되었다.
이혼율은 폭등했고 커플들은 결혼의 속박을 피하기 위해 동거를 선택한다.
이러한 경향을 설명해 주는 이 시대의 빌보드 표현은 친숙한 가족적인 안락한 이미지를 배제하며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고 멋진 모델이 많고 중년층이나 어린이 모델은 일시적으로 드문 현상을 보인다.

소비자 지향의 1970년대는 물질만능주의의 도래를 알리는 예고가 되었다. 빌보드 표현에 있어 판매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즐기는 인물은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고 초현실주의적인 디테일만이 보이게 되었다. 모델없이 상품 그 자체로 판매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빌보드 아트에 영향을 준 시초가 된 미니멀리즘(최소한주의, Minimalism)과 컨셉츄얼(개념주의, Conceptual)예술은 70년대와 80년대의 중요 요소였다.
미니멀리즘은 사물의 가장 중요한 엘리먼트나 필수적인 외관만 남겨주고는 생략하는 예술의 한 경향이며 컨셉츄얼리즘은 미니멀리즘적 요소에 심지어는 추상적인 시각적 사고(thought)까지 끌어 내도록 한다.

1990년경까지는 대부분의 빌보드는 합판(plywood)에 손으로 직접 그린 것들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페인트는 바래고 나무는 갈라지기도 했지만 오늘날은 수작업으로 해왔던 빌보드 광고업계를 디지탈 기술이 바꾸어 놓았다.
구시대적인 광고 화가들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고 합판은 사라졌고 내구력 있고 어떤 크기로든 자를수 있는 화학 비닐(vinyl)이 쓰이게 되었다.
거대한 그래픽이 더 빠르게 낮은 비용으로 제작될 수 있게 되었고 디지탈 인쇄가 한결 신뢰할 수 있게 재생 해내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빌보드는 이를 매체로 하여 대중들에게 판매를 위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빌보드는 다른 매체와는 달리 대중들이 지나다니는 특정 지역에서 장기적인 반복적 소구로 효과적인 공략을 할 수 있다. 또한 밤에는 조명을 사용 했을 때 주목률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반면에 설명적인 광고 표현에는 제약이 따르고, 같은 광고라 해도 주위 경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단점이 있으며 다른 한 편에서는 지나친 빌보드 광고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빌보드 광고에 제한을 두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곳 타임스퀘어에서 본 빌보드는 크기도 스타일도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걸로 보인다.
이는 세계 여러나라의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뉴욕이라는 지역적 특성답게, 그리고 해마다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기에 빌보드라 해도 한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타임스퀘어 지하철역은 (내가 나간)출구로 나서자 마자 브로드웨이 연극을 광고하는 대형 빌보드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 빌보드 바로 아래에는 지하철 갈아타는 역임을 알려주는 숫자와 알파벳으로 된 지하철 노선과 정차하는 버스번호를 볼 수 있는데 이 빌보드는 쇼 광고와 함께 뉴욕시내 대중교통인 Metro사의 광고가 섞여 제작되어 있다.
최고의 뉴욕 뮤지컬. 이를 관람하러 가기 위해서는 메트로 카드(시내 지하철과 버스승차 겸용 카드)가 최고의 길임을 카피는 말하고 있다. 지역적 특징을 잘 잡아 이 곳의 분위기답게 잘 제작되었다.
이곳엔 이같은 연극, 영화, TV 쇼에 대한 광고용 빌보드가 눈에 많이 띄며 많은 브로드웨이 극장은 이름은 없고 지금 공연중인 유명한 뮤지컬 작품 빌보드 광고만을 커다랗게 부착해 놓아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에는 전체적으로 디지탈 시대를 잘 반영하는 대형 전광판 빌보드가 눈에 많이 띈다.
방송국을 광고하는 TV 모니터와 그 아래 전자 테이프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이나 뉴스 정보를 쉴새없이 보여주고 다른 건물의 전자 테이프에서는 월가의 주식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크기는 말할 것도 없고 동영상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으로 보행자들의 시선을 붙든다.

의류업계의 빌보드는 예상하듯이 여성이나 남성 모델을 기용해 실사 인쇄방식으로 잡지에서 보는 사진광고가 그대로 거리에 나앉은 듯이 보인다.

버드와이저 광고는 모델없이 상품자체와 브랜드만을 보여주며 이 역시 전광판을 사용해 동영상으로 시선을 끈다(1999년부터 담배광고는 더이상 빌보드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빌보드와 간판은 건물전체를 아예 감싸는 엄청난 크기가 많은데 은행의 간판까지도 이곳에선 엄청난 규모와 화려한 불빛으로 거리를 빛낸다.
작은 빌보드나 간판은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상점의 간판이라도 대형화 시켜 로고만을 사용한다든가 해서 빌보드 광고의 효과를 낸다.

평면적인 것들을 벗어나 입체적인 조형물들도 종종 보이는데 기업의 대표적인 상품을 대형화시켜 상점 건물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기업의 특징을 나타내는 조형물을 세우기도 한다.
예를 들면 커피샵을 알리기 위해서는 건물위에 리얼한 김이 나는 따끈한 한 잔의 커피잔을 부착 시킨다든지, 또는 당신이 꿈꾸는 집이 무엇이든간에 우리는 당신을 위한 융자금을 가지고 있다라는 광고카피와 함께 일반인에게 친근한 동화 '재크와 콩나무'에서 튀어 나온 듯한 녹색의 나무위에 아담한 집 한 채를 설치하고는 돈을 융자해 주는 기업임을 우회적으로 알린다.

광고 제작물들은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6초안에 그 아이디어가 파악되도록 해야 한다는데 이 곳에서 보는 빌보드들 중 어떤 것들은 이를 잘 따르고 있는 듯 보인다.
색상은 대범하며 각 엘리먼트는 빌보드 크기 비율상 크게 자리하고 있고 메인 이미지와 헤드라인 혹은 메인 이미지와 로고만을 사용해 대부분 엘리먼트들이 3개를 넘지 않아 비주얼적으로 아주 간결하다.

사진에서는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지만 모델은 백인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흑인 모델과 동양인 모델도 많이 보이는데 이것 역시 지역적 특색인 둣 싶다.
그리고 광고의 서체는 산세리프(sans-serif)체의 볼드(bold)체를 많이 사용해 주목율이 높고 멀리서도 잘 보이며 캡션(설명문)을 넣은 광고는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하긴 보행자들이 길을 걸으며 언제 캡션을 읽겠는가?

빌보드는 대중들에게 정보를 보급하며 그 시대의 대중적인 문화와 변화하는 사회적 추세를 잘 반영한다.
물론 많은 양의 빌보드는 도심의 자연스런 미를 해칠 수 있다. 그러나 빌보드 앞을 지나는 전세계의 여행객들 혹은 그 도시의 시민들에겐 도시의 미술과 문화 등 사회학 전반에 있어서 광범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역사를 따라 내려온 수작업된 오래된 방식들은 수천 년의 전통을 반영하며 그것은 오늘날 살고있는 이 시대의 잡지, TV,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뿐 아니라 패션,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등과 같은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

빌보드는 각 나라별로, 지역별로 특정한 대중들에게 소구하기 위해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법칙은 동일하다.
그것은 결국 광고의 기본과 동일한 것으로 간결하게, 분명하게, 눈에 띄게 제작하는 것이다.

타임스퀘어에는 거대하고 양적으로도 많은 수의 광고가 동시에 존재하긴 하지만 이들 모두가 가장 뉴욕적인 모습으로, 미국 문화의 중심지임을 빌보드가 대변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