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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이태리 지하철에서 찾은 디자인



이태리에서 5년 가까이 생활하다 보니 이것 저것 한국과 다른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것이 한국에 들어온다면… 혹은 이 시스템이 한국에도 있는가 등. 그래서 인지 내가 보면서 느낀 것들이 한국에 있는 여러분들에게 조금 이나마 이태리 디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태리 생활 속 디자인을 찾아서’라는 기획연재를 계획했다.

나는 이태리에 유학오기 전 직장에서 일본에 출장을 간 일이 있다. 출장 목적은 일본 가구박람회를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개인적 사정으로 같이 간 그룹에서 떨어져 혼자서 박람회장을 찾아가는 일이 생겼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같은 박람회 참관단으로 온 캐비닛 제조업체 사장님을 만났었다.
박람회장이 아닌 동경 한복판에서 사장님을 만난 이유인 즉, 매년 일본 박람회를 보러 오시는 관계로 박람회장에서 보는 것들이 본인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또 전시장에 전시된 물건들은 시제품에 앞서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일본 캐비닛 시장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 사장님은 이러한 문제를 직접 풀기 위해 일본 시내를 돌며 직접 자신의 눈으로 일본 캐비닛 시장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사장님의 답변이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으나 현재 이태리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진정으로 우리가 외국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를 느끼게 해 그 당시 사장님의 말씀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


일상에서의 디자인,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일지 모르나 디자인에 있어서 진실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사용하는 사물에서 문제점을 찾고 그 제품의 변천사를 보면서 보다 나은 디자인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코너를 통해 어떠한 디자인의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이태리에서 어떤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방법에 있어 우리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제시함으로써 이태리의 생활 속 디자인의 실체와 현실을 말하고자 한다.
처음으로 내가 생각한 생활 속 디자인은 바로 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하철에 대한 것이다.
밀라노 지하철을 통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울 점과 사용방법에 있어서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앎으로써 이태리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됐으면 한다.




* 밀라노 지하철 노선도


밀라노의 지하철은 크게 1호선(빨간색), 2호선(녹색),3호선(노란색)으로 나누어지며 이 밖에 밀라노 시내에서 북부 밀라노를 기차노선으로 연결해 주는 빠싼테(Passante)가 있다.


* 사진설명 : 1964년 처음 1호선이 완공됐을 당시의 전동차


밀라노의 경우 밀라노 운송 회사인 아티엠(ATM:AZIENDA TRASPORTI MILANESI)이 처음으로 1964년 1호선 운행을 시작했으며, 1969년에 2호선, 1990년에 3호선이 완공돼 현재까지 운행되고 있으며 향후 4,5호선 계통을 계획하고 있다.

시설에 있어서 밀라노의 지하철은 서울에 비해 관리나 서비스에 있어 질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면에서 훨씬 앞선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예는 아티엠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장애인들에 대한 시설설명을 자세하게 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요즘 들어 한국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이 만들어지고 공공건물이나 시설디자인에 있어 이 항목이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사용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태리에서의 장애인들에 대한 생각은 사회뿐만 아니라 학교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항으로 취급하고 있다. 한 예로 2년 전 학교 워크샵에서 장애인을 위한 사물 디자인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베네치아에서 온 장애인 교수님의 강의 였다. 하반신 불구인 교수님은 베네치아에서 건축을 가르치며 장애인을 위한 건축을 연구하시는 분이셨다.
수업 중 이 분이 한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애인을 보통사람처럼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만약 디자인하는 사람이 장애인을 특정인으로 생각하고 디자인 한다면 장애인들한테 더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말로는 쉬운 거 같으나 무척 어려운 사항중의 하나이다.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가장 편하면서도 일반인들에게는 거부감을 주지않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이것이 바로 그 당시 워크샵의 주제 였던 것 이었다.
이러한 과제를 통해 학계는 장애인 문제를 연구하고 사회는 이것을 바탕으로 구현함으로써 집 안에 머무는 장애인들에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 사진설명 : 전동차내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안전고리


* 사진설명 : 지하철내 장애인을 위한 이동시설로 엘레베이터, 장애인 전용 승강기


이러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작지만 지하철 역 곳곳에서 매우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일반인들도 이러한 시설을 당연시 한다. 지하철 전동차에 있어서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의 전동차를 새롭게 리노베이션하여 필요 없는 개발비를 줄이고 이용객들에게는 새 제품과 같은 기분을 줌으로써 상호 간에 실리를 추구한다.
특히, 전동차 내부 안전시설에 있어서 편리함과 이해성을 높여 디자인 한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나는 유학초기 한국에 있을 당시 타던 편안한 지하철에 대한 그리움에 빠지고는 했다. 왜냐하면 이태리 지하철은 큰 소음과 냉난방 시설 문제로 인해 항상 불만을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도 한국에서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은 후, 이태리 지하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태리 지하철이 서비스 시설에 있어서 불편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쉽게 표시된 탈출 방법과 조작이 간편한 비상 탈출용 손잡이 등이 마련되어 있어 만약 이태리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면 과연 똑 같은 결과를 초래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상용 손잡이 디자인이 조금은 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해가 쉽고 사용하기 편리한 사용법과 응급상황시 대처 방안 등이 잘 표시되어있다.
또 손잡이의 위치에 있어서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위기상황에서 대처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 사진설명 : 구 모델 전동차의 내부모습. 내부전체가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조체는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다.


* 구형 전동차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새 전동차의 내부모습. 기존 구형전동차와 달리 실내를 회색과 마젠타를 사용해 구조물과 실내를 구분해 놓았다.


* 사진설명: 신 모델 전동차의 외관 디자인. 전동차가 1호선 색상인 빨간색으로 채색이 되어 있다. 신형 전동차는 기존 전동차에 비해 빨간색의 명도를 높여 보다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사진설명: 각각의 문 양 옆 상단에 응급상황 발생시 전동차 문을 열수 있는 손잡이와 경보를 알리는 손잡이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구분되어 있고 사용설명이 써 있어 응급상황 발생시 대처가 용이하다.


* 사진설명: 각각의 전동차 문 옆에 위치한 응급상황 대처 방법 설명서는 그림과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 처음 전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


* 사진설명 : 문 창문마다 붙어있는 경고 메시지로 문에 기대거나 내릴 시 전동차와 역사이의 공간을 주의하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 사진설명: 각 역마다 배치되어 있는 응급상황 설명서로 역 내부에서 응급상황 발생시 대처방법 및 탈출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 사진설명: 이태리의 경우 전력이 생산량이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해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사용자가 하단에 있는 발판에 올라갔을 때에만 운행하도록 해 미 사용시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다.

* 사진설명: 에스컬레이터 사용시 안전수칙을 그림을 통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 사진설명: 지하철 입구의 모습으로 상단에 있는 빨간색 박스에 표를 찍어야 통과 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방식에서 점차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표 검사 시스템을 바뀌어가고 있다.


* 사진설명: 밀라노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하철 표로 우측부터 1주, 1회(70분 동안), 하루(24시간)를 사용할 수 있다.


* 사진설명: 두오모 성당에 있는 지하철 입구로 상단에 위치한 M자는 지하철을 뜻하는 메트로폴리타나(METROPOLITANA)의 약자이다.
처음 이태리에 와서 생긴 에피소드중 하나가 길에 있는 M자를 보고 맥도날드 표시인줄 오인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처음 연재가 시작된 ‘이태리 생활 속 디자인을 찾아서’ 지하철 편을 통해 우리는 과연 디자이너로서 장애인들을 위해 얼마만큼 생각을 해보았으며, 또 미적 추구를 앞세운다는 명목아래 디자인 근본 자체를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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