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하얀밤, Nuit Blan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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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7.10.31 작성자 이선정(mari97) 조회수8190

Nuit Blanche. 직역을 하면 "하얀 밤" 이 되겠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밤을 지새운다는 뜻으로 Nuit Blanche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한가지 뜻이 더 있다. 바로 매년 10월 첫째 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파리 곳곳에 설치된 현대미술 작품을 밤새워 감상할 수 있는 파리시의 예술행사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 해에 한 번 파리 시민들과의 약속, 이날만큼은 파리 거리거리가 환하게 빛을 밝히고 관객들을 기다린다.

벌써 여섯 번째를 맞는 파리 하얀 밤 (Nuit Blanche) 행사는 현대미술과 공연들이 극장이나 전시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거리 곳곳에 설치된다. 파리는 거리를 무대로 이용하거나 기존의 공공건물 시설을 활용한 예술 행사들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 자체의 크기가 서울 영등포구 크기만 하다고 하니 거리 축제를 계획하고 조직하는데 용이하다. 거리는 네온사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소음이 적기 때문에 특히나 하얀 밤 (Nuit Blanche) 과 같은 행사는 예술의 도시 파리의 성격을 제대로 살린 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녁 7시면 까페나 레스토랑을 빼고는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아 적막하기까지 한 파리의 거리들이 이날 하루만큼은 빔프로젝터나 LED 등을 이용한 예술 작품들로 불을 밝힌다. 여기저기서 나누어 주는 하얀 밤 행사 (Nuit Blanche) 안내서를 들고 이 골목 저골목 산책하며 현재 유럽에서 활동 중인 현대예술가들의 작품들을 하나씩 발견해 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작품들은 건물 벽 혹은 내부 등에 다양한 형태로 설치되는데 이미 아름다운 파리의 건축, 도시 경관과 새롭게 어우러져 또 다르게 변신한 파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파리지엔들에게는 이미 한 해에 한 번 기다려지는 약속이 되어버린 하얀 밤 (Nuit Blanche) 행사는 파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추억이 돠어왔다. 모든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이날 하룻밤만큼은 대중교통 이용또한 무료이다. 이미 이웃의 여러 나라들은 하얀 밤 (Nuit Blanche) 행사를 벤치마킹해 시도하고 있고 시민들의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특별히 이번 해 로마와 파리 하얀 밤 행사 (Nuit Blanche) 는 수년째 콜롬비아 게릴라 FARC에게 납치되어 아직도 인질로 잡혀 있는 잉그리드 베탕꾸르 (Ingrid Betancourt) 라는 여기자의 구명 운동도 함께 이루어져 그 의미를 더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