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Contre Design (디자인에 맞선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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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7.10.31 작성자 이선정(mari97) 조회수8273

전시회 포스터

단어 사용에 유난히 민감한 프랑스인들에게는, "DESIGN" , "DESIGNER" 라는 단어의 사용 범위에 대한 논란은 60년대를 지나 80년대 포스트 모더니즘 쇼크 시대를 거치며 종종 프랑스 예술계의 쟁점이 되어왔고 그 논란은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가 "그래픽" "인테리어" "건축" "제품" "의상"라는 단어에 "디자이너" 라는 말을 붙여 그래픽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심지어 건축 디자이너 라는 말로 "디자인" 이라는 단어를 글로벌하게 사용한 지 오래인 것에 반해, 그들에게 "디자인" 이라는 단어는 그 카테고리 안에 아직도 오브제, 가구 정도의 의미만을 포함할 뿐이다.

프랑스인들은 제품이나 가구 디자인에, "디자인" 혹인 "디자이너"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외에 분야에서는 그라피스트 (그래픽 디자이너), 악쉬떽뜨 (건축가), 스띨리스트 (의상 디자이너) 등의 단어 사용을 선호해 은연중에 제품이나 가구 디자인 외의 분야들을 확실히 따로 나누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프랑스는 제품디자인 분야가 다른 분야들에 비해, (영국이나 이탈리아 그리고 북유럽 등 다른 주변 유럽 국가들보다) 전통적으로 약하다는 말을 교수님께 들은 적이 있는데 (장식이나 문양 등은 프랑스에서 강한 분야이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00디자이너 라는 명칭보다는 분야별로 존재하는 기존의 명칭으로 불리워지기를 선호하는 듯 하다.

이번 Grand Palais 그랑빨레 전시가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Design Contre Design (디자인에 맞선 디자인) 이라는 색다른 주제와 예전과는 다른 전시 카테고리 분류 때문이었다. 오브제나 가구를 시대별이나 작가별 혹은 예술운동 별로 분류, 계획한 전시가 아니라 "디자인" 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쓰며 그 큰 맥락 안에 형태, 건축, 스타일, 환경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다양한 디자인 분야들과 연계시키는 노력을 했다하여 필자는 ""프랑스도 드디어 공식적으로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사용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구나"" 생각 했었고 프랑스 친구들 또한 전시를 보기 전에는 같은 기대를 했었다. 색다른 형식으로 디자인에 대한 소분류를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 듯 했던 이번 Design Contre Design (디자인에 맞선 디자인) 에 큰 기대를 하고 전시장을 방문했으나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산업혁명부터 현재까지의 집안 가구들의 다양한 디자인들을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되기는 하였으나 획기적인 전시 제목이나 새로운 시도의 흔적이 보였던 카테고리 분류방법 변화에 비해, 역시나 전시물품들이 모두 가구였던 것을 보고 ""역시나 아직도 인가…"" 하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디자인을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는 한눈에 유명한 가구들을 볼 수 있어 좋은 전시가 되었을지 모르겠으나 디자인을 전공하는 여러분들은 혹 파리를 방문할 일이 있더라도 추천할만 한 전시는 못된다는 것이 솔직한 개인적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