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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Concorde!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나는데 성공한지 백 주년을 몇 주 앞둔 지난 10월 24일, 런던과 뉴욕을 연결하던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의 콩코드기가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영국인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담긴, 비행기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콩코드였던 만큼, 영국언론은 일주일전부터 관련 기사를 크게 다루었고, 콩코드기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하던 수천명의 영국인들은 공항근처에 모여 마지막 착륙모습을 아쉽게 지켜보았다. (이날 콩코드의 마지막 이,착륙장면을 생방송으로 방송한 BBC2는 시간대 사상최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 사진설명 :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뉴욕 공항에 도착했을 때 모습.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콩코드기의 운행중단은, 과학적 업적이 상업적 이해타산과 맞지않아 사라지게 된 안타까운 예를 만들었다. 예상보다 두 배가 넘은 엄청난 개발투자비와 막대한 연료비를 비롯한 유지비 문제, 2000년 7월에 있었던 에어프랑스사의 콩코드 대형참사와, 2001년의 9.11사건 이후 승객의 감소로 인한 항공업계 전반적인 적자문제에 시달린 영국항공은 몇 달 전 콩코드기의 운행중단을 발표했으며, 에어프랑스의 콩코드기는 얼마 전에 이미 운행을 중지하였다.

비효율적인 연료소비와 소음 등 환경 친화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콩코드기가 가지는 매력은 굉장하다. 음속의 두 배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콩코드기는 일반 항공기로 6시간 걸리는 런던-뉴욕 구간 비행시간을 3시간 20분으로 단축하였다. 이는 런던과 뉴욕의 시차를 고려했을 때, 런던에서 오후 5시에 출발한 콩코드기가 뉴욕 현지시각으로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던 시간개념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매력에 착안하여, ‘출발하기 전에 도착하라(Arrive before you leave)’라는 콩코드의 유명한 슬로건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날아가는 새의 모양과 흡사한 기체디자인과 부분별로 절묘한 각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라인 등 콩코드의 매력으로 디자인을 손꼽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콩코드 모습에 반한 계기는 영국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인 2년 전이었다. 석사과정을 했던 브루넬 대학 캠퍼스는 히드로 공항근처에 위치해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라디오로 ‘프랑스 콩코드 참사 후 중단되었던 콩코드기의 운행이 재계 되어 방금 전 출발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후, 빨래하러 가면서(^^;;) 무심코 하늘을 쳐다봤더니, 정말 우-아-한 자태의 콩코드기가 머리위로 막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때 받은 감동이란..


* 사진설명 : 머리위로 지나가는 콩코드기. 제가 찍은 사진은 아니랍니다.



비록 기회가 없어서(?) 콩코드기를 타보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콩코드기로 여행해 본 사람들 말에 의하면,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느낌보다는 일등석으로 기차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고 한다. 우선 내부가 일반비행기에 비해 좁고(최대승객 정원 100명), 비행시간이 짧은 터에, 대부분의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에 설치된 영국항공의 유명한 ‘누워서 잘 수 있는 침대형 의자’가 아닌 일반좌석이기 때문이라고...

콩코드기로 여행하기 위해 왕복 8000파운드(한화로 1500만원 정도)를 지불한 승객들에게 자칫하면 실망을 줄 여지가 있었던 이러한 콩코드의 내부디자인을 개선하려는 영국항공의 시도는 있었다. 지금은 콩코드기의 운행중단으로 실용화되지 못하였지만, 90년대 중반 영국항공은 적어도 2010년까지 현 콩코드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계획으로 한, 14만 파운드(한화로 약 270억원)를 투자한 내부디자인 재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특수 인테리어 재료를 사용하여 기체를 가볍게 하여 연료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콩코드 탑승경험을 재정의(redefine the Concorde experience)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프로젝트는, 테란스 콘란경과 그의 아들 세바스티안 콘란이 운영하는 디자인회사 ‘콘란앤 파트너스(Conran & Parters)’와 제품디자인 회사인 ‘팩토리 디자인(Factory Design)’에게 주어졌다. 이들은 후에 뉴욕 JFK 공항의 콩코드 라운지와 기내 화장실과 포크, 나이프, 음식트레이 등의 기내물품을 디자인하기도 하였다.





* 사진설명 : 새로 디자인된 기내 화장실과 좌석





* 사진설명 : 뉴욕 JFK 공항의 콩코드 라운지, 냅킨홀더



이렇게 디자인된 제품과 아이디어들이 실제 한번도 사용되어보지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하니, 콩코드기의 운행중단 소식만큼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완성된 21개의 기내화장실과 각종 물품들이 항공사 창고 어딘가에 쌓여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콩코드기보다 훨씬 가볍고 연료가 적게 들면서 보다 안전한, 음속보다 10배나 빠른 스크램젯(scramjet) 이라고 불리는 제트 엔진을 2007년 완공예정으로 개발 중이라고 한다. 현재 하루가 꼬박 걸리는 런던과 시드니를 두시간만에 도착 가능하게 하는 이 스크램젯이 상업적으로 운행된다면, 비행기의 인테리어 디자인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신개념의 이,착륙공간 디자인과 우주 도착장이 탄생할 날도 멀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콩코드기의 앞으로의 행보는 아직 논의 중의지만, 타 항공사에 인수되어 재사용되기 보다는, 관련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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