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포장

10호. 1972.10.31.

한국디자인포장센터

[수상]

포장은 사치인가

이경성 홍익대학교 미술관장

며칠 전, 그러니까 추석 전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가까운 의사 친구한테서 보내온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신세계 백화점 포장지로 곱게 단장한 선물이었다. 집 식구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면서도 내가 보기 전에는 끌러 볼 수도 없고 해서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있었다. 나는 그 선물 뭉치를 가져오라 하여 우선 포장지를 끌르고 그 속에 포장을 열고 해서 그 속에서 양말 몇 켤레를 꺼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집사람은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양말 값보다 포장 값이 더 비싸겠다고 빈정댄다. 사실 그럴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와 같이 값들이고 공들인 그 포장은 풀어진채 버림을 받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집사람 말대로 포장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양말 한 켤레를 더살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집사람 말이 옳단 말인가. 즉 포장은 한낱 치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러니까 동란 직후 양품점에서 물건을 사면 신문지에다 싸 주고 그것을 받는 우리들도 아무 느낌도 없이 그 일을 당해 냈다. 지금도 시장의 반찬가게 같은 곳에서는 왕왕 신문지에다 싸서 주는 수는 있어도 대개의 상점에서는 특수한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다. 제 아무리 내용물이 좋아도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포장디자인이 좋지 않으면 그만큼 좋게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더구나 대량소비시대로 접어들어 공급자와 수용자의 유통과정이 시간적으로 속도를 요하는 현대생활 속에서는 소비자가 판단하기 좋고 하기 좋은 조건으로 포장디자인을 고안해 내야 되는 것이다. 물자가 딸릴 때에는 소비자는 죄악이 되는 수가 있다. 그러기에 전체주의 국가 같은 곳에서는 포장은 불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가 미덕으로 되고 소비자가 왕이라고 하는 대량소비사회에서는 상품의 개성을 표시하는 포장디자인은 무엇보다 필요한 심리요건이다. 무엇을 살까 망설이고 있는 소비자에게 이것을 사라고 권유하고 살까 말까, 망설이는사람에게 구입한다는 신념을 불러 일으키는 데 결기가 되는 것이 포장디자인이다. 이 디자인 심리는 따지고 들어가면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심미나 애미와 직결된다고 볼 수가 있다. 한 때 세계시장에서 한국상품이 몰리는 이유가 물건의 질보다도 그의 디자인 특히 포장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이 무역진흥공사의 디자인전문위원으로 있었던 1960년대 초기에는 그와 같은 수출상품의 포장디자인의 문제는 당장 해결을 요하는 당면과제였었다.

그러기에 얼마 있다가 디자인센터가 생기고 그것도 디자인포장센터라고 구체적으로 국가 정책을 내걸고 나오지 않았던가. 과연 디자인센터가 생기고 나서 우리 나라의 수출상품의 디자인은 좋아졌고 국제시장에서의 그의 초라한 모습이 불식되었는지는 몰라도, 국내시장의 상품이 많이 개랑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이와 같은 포장디자인의 개량은 업자들의 각성도 각성이려니와 대학 교육에 있어서도 포장디자인이 비약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국전 공예부나 대학미전 그리고 상공미전 등에 출품된 그래픽 디자인이나 패키지 디자인 부문이 얼마나 변했는가 하는 것을 보면 잘 알 것이다.

이른바 순수미술이라는 그림과 조각 등이 별다르게 진전되지 않은 것에 비하면 디자인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디자인이 갑자기 발전된 밑바닥에는 외국디자인이 직접 간접으로 자극을 주었다는 것을 잊을 수가 없다.

이른바 외래품이라고 해서 단속의 대상이 되는 외국상품은 무조건 우리나라의 소비자와 생산자의 눈을 훈련시키고, 그 눈요기는 대담한 모방으로 번져 초기에는 직접적인 모방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그 모방을 바탕으로 하는 창작으로 확대되어 갔다. 그래서 국내산업에 정비례하면서 한국의 포장디자인은 놀라울만큼 변모되어 갔다. 그러나 아직도 선진국의 그것에 비해서 결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첫번째 것이 아이디어이고 둘째 번의 것이 인쇄술이다. 아이디어의 빈곤은 우리나라 디자인계가 전반적으로 모방의 단계에서 독보의 단계에 들의문제도어가고 있는 만큼 미래를 기대할 수 밖에 없고 인쇄술의 지금은 기술적인 면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점이 있어도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거는 수밖에 없다.

* 디자인포장 10호(1972.10) 중 127페이지 발췌

목차

권두언; 총력수출을 위하여

제2차 세계신장회의 및 세계포장전,

세계포장 Contest 참가보고

제5차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마아케팅 대회 참관기

우리나라 문양 ①; 한국 전통문양 자료의 연구

우리나라 주화인안의 변천과 분석

우리나라 우표국안의 변천과 분석

현대 커피 컵 디자인의 변천 과정

광고시평; 매체와 스폰서의 륜리적 책임

환경디자인과 비쥬얼 디자인

Package Design 9 Checklist (II)

Visualization 과 삼포준작

해외 디자이너소개 ②; ALAN ALDRIDGE

공업디자인실무 ②); 경영과 공업디자인

용어해설 10; 디자인 용어

스위스의 민중운술

색채학 노오트 ④; 색채는 감정을 보유한다.

보호포장에 력점을 두어야 할 한국기업

수상; 포장은 사치인가.

일본 디자인 · 포장 유관기관 실태조사보고

마아케팅전략 2; 통조림 제품의 상품화 계획

자료 애드센터방식 ④); 마아케팅 및 광고의

기획제작신가격기준표

공업화 촉진과 신장진흥

아시아시장의 수출상품 수용자세

특강; 골판지 기업경을 위한 계교관리(2)

르뽀; 한국의류수출조합을 찾아서

르뽀; 테이프생산의 거봉 대일화학(주)

PR지의 사명과 디자인포장

디자이너 등록자 명단 ②

재단법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 심볼마크 해설

I . DESIGN과 PACKAGING의 첫머리 글자이며 소문자인 d. p를 결합시켜 생산제품의 공업디자인과 제품 판매를 위한 상업디자인, 안전유통을 위한 포장 계획은 서로가 긴밀한 관계와 조화가 필수적인 요소임을 상징하였으며, 재단법인 한국디자인포장선터는 수줄 증대와 수줄상품 고급화의 일선에서 항상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요지의 내용임.

2. 색채는 엄숙, 정숙을 나타내는 검정색과 승리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을 선택하여 조용하며 영원한 발전을 상징함.

* 16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