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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혁신사례 / INTERVIEW 3 : 디자인 떠도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가시화 (Visualizine) 시키는 것

세운상가 간판 디자인 레시피, 소셜 아파트먼트 테이블, 플레이스 캠프 제주 등의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지닌 퍼셉션은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클라이언트의 시장 전략을 세우는 ‘컨설팅 전문 기업’ 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그렇다. 한편으로 '퍼셉션이라는 그룹의 정체를 언어로 규정해봤자 싱크로율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집단 지성의 여과를 통해 도출되는 이 회사의 결과물은 늘 무릎을 탁, 치게 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인터뷰를 핑계로 퍼셉션의 수장 최소현 대표의 언어를 들어보고 싶었다. 디자인에는 두 층위가 있다. 보이는 것을 디자인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퍼셉션은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는 데에 특화된 디자이너 집단이 아닐까? 

 

디자인적인 사고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이 책을 펼쳐든 독자들에게 퍼셉션의 프로세스를 정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최소현 퍼셉션 대표 / 2014 은탑산업훈장


Q. 퍼셉션의 발자취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경험기반 디자인’의 컨텍스트에는 ‘삶의 변화’를 유도해내는 울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5~10년 뒤 우리가 살게 될 공간, 어떻게 변화해나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A. 최근에 개봉한 ‘인랑’이라는 영화 보셨어요? 보통 SF 영화를 보면 사람들 생활이 양극화되어 있잖아요. 하얗고 깨끗한 최첨단 기술 기반의 공간과 버려져 있는 아날로그의 공간이 공존하는데, 그 사회가 얼마나 빨리 올까요? 우리는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요? 그 공간이 몇 년이나 갈까요? 그렇게 극단적인 사회를 상상하면 디자이너의 영역이 너무 좁은 것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그 사회가 오는 걸 조금 늦추면 어때?' 라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다양성이 존재하는 한, 더 다양하게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고요. 최근 문화가 발전하면서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카페나 복합문화 공간들이 너무 비슷한 패턴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획일적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을지로를 중심으로 ‘코리안 빈티지’가 조금 살아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유럽이나 브루클린의 카피 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요. 대안공간이란 말이 돌기 시작한지도 오래 되었어요. 하지만 실내를 얼터네이티브하게 지어 놓는다고 해서 그 공간이 대안이 되는 건 아니에요. ‘정말 제대로 된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사용자의 경험을 얼마나 잘 만져주는 공간이냐에 따른 척도로 공간의 성공여부가 갈릴 거예요. 중국의 예를 들어볼까요. 중국이 ‘공간 경험의 제공’이라는 면에서 장점이 있는 게, 초호화 공간과 정말 험블한 공간이 한 도시에 공존해요. 


사람이 그렇잖아요. 
오늘은 고급스러운 곳을 가고 싶지만 내일은 좀 지저분한 곳에 가고 싶기도 하고, 
그런 다양한 감각들을 깨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엔 아직 그런 옵션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해서 공간을 디자인했다기보다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공간들을 자꾸 벤치마킹해서 만들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 곳에 누가 와서 어떻게 즐길까 또 어떤 감정을 느낄까를 고민해야 공간의 다양성이 생겨요. 독자적인 이야기가 들어간 공간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어요.


Q. 리서치를 기반으로 컨셉을 정하신다고 들었어요. 저도 크리에이티브가 꾸준한 결과를 내려면 자료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마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죠. 혹시 조사를 할 때 좋은 자료를 선별하는 기준이나 방법론이 있으신가요?
A. 리서치 중요하죠. 하지만 리서치가 독이 든 성배같기도 해요. 물론 안 할 수는 없는데, 얼마나 깊게 파고들 거냐 그리고 리서치 결과를 얼마나 따라갈 거냐 매번 고민이 많아요. 우리 퍼셉션 같은 경우에는 프로젝트마다 리서치의 비중이 달라져요. 하지만매번 철저한 자료 조사를 선행하기는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로직과 크리에이티브의 균형입니다. 

리서치는 일상의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아카이빙을 해나가는 거죠. 

우리 직원들 메신저 방 중에 ‘인사이트’ 라는 이름의 방이 있어요. 개인시간에 혼자 웹사이트 보다가 좋은 걸 발견하면 그 방에 훅 남기고 사라지는 그런 방이에요. 거기 직원들이 레퍼런스 같은 것을 밤 늦게든 새벽이든 올려놓곤 해요. 제가 직접 만든 방은 아니고 직원들이 직접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공유하다가 어느 날 저를 초대해줬어요. (웃음) 그 방은 물론 의무적으로 초대되어 있어야 하는 방은 아니에요. 밤에 메신저 보는 걸 싫어하는 직원도 있잖아요. 다만 거기에 쌓인 내용 중에 좋은 게 있으면 다음날 출근해서 해당 정보가 필요할 것 같은 팀에게 건네주기도 해요. 
그 방에 있는 디자이너 한 명이 뭔가 올라올 때마다 기록을 해요. 

일상의 노력이 중요하고, 그것이 휘발되지 않도록 계속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퍼셉션의 리서치 방식은 이래요. 직원들이 각자 잘하는 방식으로 리서치를 합니다. 각자 해온 것을 모두 모아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럼 묶이는 지점들이 보여요. 데이터를 봐야 하는 이슈가 있으면 전문가를 찾기도 합니다. 데이터 마케팅, 빅데이터 등을 의뢰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서치 설계입니다. 방법적인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지만 그 전에 설계를 잘 해놓아야 해요. 퍼셉션 안에는 이 ‘설계’에 대한 프로그래밍 툴이 있어요. 각 팀원들이 문항들에 답변을 합니다. 상징가치는 무엇인가? 경쟁사는 어떤가? 고객의 니즈는? 우리는 어떤 포지션으로 가야하는가? 이런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 나면 핵심가치를 도출해내는 웹이 개발되어 있어요.



 

Q. 퍼셉션의 시스템, 기대를 많이 했는데도 기대 이상입니다. 부서나 분야별로 또 개인별로 정말 다른 답변이 나올 것 같습니다.
A. 디자이너들, 영업 분야, 대표가 생각하는 지점이 다 달라요. 그렇게 답변들을 모은 다음에 정상적인 인터뷰를 통해 방향을 좁혀나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팀원들 마음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거기 깃발을 꽂을 수 있어요. 
그때부터 각자 움직이는 겁니다. 그러면 마지막에 딴 소리가 안 나와요. ‘깃발 꽂는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이죠. 

프로젝트에 따라 깊이나 볼륨이 달라질 뿐 이 프로세스는 항상 같아요. 우리가 아는 기존 리서치들은 전문기관에 맡기는 경우가 많잖아요. 앞으로 이것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패턴을 보면서 사용할 만한 것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만 갖추면 됩니다. 그래서 퍼셉션은 고전적인 리서치 기관과는 일을 하지 않아요. 그리고 프로세스의 각 단계마다 핵심질문 (key-question)을 뽑아요. 우리에게, 사회에게, 클라이언트에게 항상 물어보고 다닙니다. 

중요한 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거예요. 
표면적으로 보이는 건 남들도 다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은 뭘까 그 지점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Q. 수도요금 고지서, 세운상가 간판 등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루셨습니다. 초지일관 한 분야만 다루는 것도 어려운데, 퍼셉션의 컨셉은 ‘추상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퍼셉션이 ‘이런 회사다’라고 말해주실 수 있다면?
A. 최근에 어떤 분이 전화로 '소개를 받았는데 퍼셉션의 정체가 뭔가요?'” 라고 물으셨어요.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잠시 답변을 미뤘죠. 나만의 회사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퍼셉션의 정체가 무엇일까? 이야기 끝에 나온 결론을 가지고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디자인 기반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회사다. 클라이언트에 따라 정체가 달라지는 회사다' 라고 답해드렸어요. 저희 클라이언트들은 기존의 조직들에게 의뢰하기엔 좁혀지지 않는 고민들 때문에 퍼셉션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스터 그려주세요’ 가 아니라 ‘비지니스가 이런 상황입니다. 이런 고민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거죠. 그럼 퍼셉션의 답변은 ‘고민이 뭔지는 공감이 가는데 저희도 처음 만나는 영역입니다’라고 대답해드리고 유사한 인사이트를 가졌던 예전 프로젝트를 소개해 드려요. 고객이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보시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서 저희의 진행방식을 살펴보시고, 함께 일하겠다는 확신이 들면 다시 연락주세요'라고 선택의 여지를 드리는 편이에요.


Q. 수도요금 고지서, 세운상가 간판 등은 공공의 영역입니다. 퍼셉션과 공공 프로젝트라니 묘한 궁합이 예상되는데요.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A. 공공 프로젝트는 의지가 중요해요. 돈을 보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수도요금 고지서의 경우 공무원들을 만나서 브리핑을 했는데, 한창 이야기를 하고 보니까 바꿀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어요. 변화를 주려면 인쇄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했던 거죠. 4단계까지 나아가고 싶은데 1단계까지 밖에 수정을 못하는 상황이었죠. 사실 기본적으로 고지서를 받아보는 사람들, 엔드유저가 보고 싶어하는 정보만 남기고 싶었어요. 우리가 고지서를 받아들면, 사실 요금이 얼마 나왔는지만 관심이 있잖아요.  쓸데없는 홍보문구 다 걷어내고, 색약·색맹도 다 볼 수 있는 색들을 사용해 최소한의 컬러로 구분했어요. 세운상가의 경우 상인분들이랑 함께 만든 간판 레시피 얘기를 좀 해볼게요. 제가 2015년에 서울시 공공과제 컨설턴트 멘토로 참여하고 있을 때 ‘세운상가 환경개선’이라는 프로젝트가 떴는데 1순위로 두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나중에 ‘아무도 어렵다고 안 하려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하게 되었죠. 어려운 과제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은 했지만, 대학시절 산업디자인 전공하던 당시 을지로와 세운상가 주변을 매일같이 돌아다니던 기억이 나는 거예요.‘그래 그럼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거죠. 처음 갔더니 ‘에어컨 실외기가 너무 지저분한데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해서 당황했어요. 그래서 ‘다른 고민은요?’라고 물으니 ‘진열도 이상하고 복도도 지저분하다.’ 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창고는 있는지 물었죠. 정리할 수 있는 유효공간이 있어야 정리가 될 텐데 창고도 없대요. 그래서 일단 서울의 중심지에 있는 랜드마크로서 어떤 브랜드 플랫폼이나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죠. 무슨 사업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일단 파악을 해야 하니까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까 

세운상가에서 박사들이 학회를 몇년 간 하고 계시고, 상인회가 움직이고 있고, 청년들도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이 다 함께 만난 적이 한번도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분들을 다 한자리에 모아서 간담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거기서 지켜보고 뭘 도와드릴 수 있을지 말해드릴 수 있겠다고 했죠. 

일단 활동하는 이들을 모아놓은 일. 그게 세운상가 프로젝트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이름을 만들고, 그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함께 움직이자는 제안이 나왔고, 왜 이런 활동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세운상가 간판 레시피’도 만들어졌어요. 모든 간판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 패턴을 만들어 베리에이션을 포함한 지침을 드린거죠. 어르신들이 많아서 한 장짜리 포스터로 만들었어요. 세운상가 프로젝트에서 가장 낯설었던 것은 상인들의 언어로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번 ‘청소합시다. 세수하고 분칠합시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공간을 기획하는 젊은 친구들에게도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여러분의 가치관보다는 사용자를 생각해야한다. 머물 사람들을 경청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세운상가의 경우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세운상가의 역사, 상인들, 방문객들을 많이 살펴보고, 예측하는 게 우선인거죠. 그 이후에야 제 얘기를 할 수 있어요. 점 하나 찍고 이게 내 예술이라 주장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Q. 할리스 ‘빨간문’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할리스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특히 초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A. 할리스는 2012년 여름에 만나서 2015년 가을까지 오래 같이 일했어요. 할리스가 스타벅스보다 먼저 런칭한 거 아세요? 스타벅스를 들여오려고 준비하다가 IMF가 터져서 실패하고, 그걸 준비하던 팀들이 나와서 사자본으로 만든 브랜드가 할리스예요. 주인이 여러 번 바뀌고 브랜드 관리는 덜 되었으나 커피 품질에 대한 관리는 잘 되고 있는 상태였어요. 제가 들어갔을 때는 확 뒤집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판단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기였어요. 원래는 다른 업체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컨설팅을 받고 있었는데. 그때, 할리스에서 의문이 들었다고 해요. ‘다 좋은데, 우리는 사활이 걸렸는데 이 업체가 그만큼 집중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퍼셉션을 찾아오셨더라고요. BI리뉴얼부터 시작했어요. 소비자 조사를 해봤더니 우선 국내에서 3~4위 정도 되는 브랜드 인지도를 가졌는데도 한국 브랜드인지, 외국 브랜드인지에 대한 인식이 불분명했어요. 그리고 상호가 할리스 ‘커피’임에도 시그니처 메뉴가 고구마 라떼였고요. 이미지에 대해 설문해보니 ‘빨간색 동그라미’가 유일하게 고객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더라고요. 

 

고객들에게 기억된 이미지가 그거 하나인데 ‘빨간색’ 하나만은 지켜야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혁신적으로 바꾸고 싶었고, 팀원들이 ‘다 바꾸고 싶어요!’라는 요구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고객들이 기억해주는 게 그거 하난데라는 생각으로 ‘빨간 동그라미’하나 부여잡고 시작했습니다. 빨간색 동그라미 혹은 빨간 왕관만 기억하도록 담백하게 BI를 만들었어요. 컬러칩을 보니까 간판, 웹디자인, 로고 다 다른 빨간색이어서 모두 하나의 빨간색으로 통일을 했어요. 그렇게 패키지를 바꿨는데 매장은 그대로였죠. 직영점, 가맹점, 상권별, 규모별로 베리에이션을 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새로운 숙제였어요, 그래서 2차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를 찾아오는 고객은 누구인가? 매일 물어보면서 우리 고객의 페르소나, ‘고은이’도 만들었어요. 실내공간과 실외공간, 신메뉴, 하다못해 MD까지 ‘고은이’를 위한 것들을 만들어나간 거죠. 빨간문은 워크숍에 들고갔던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어요. 런던 뒷골목 회벽에 빨간 문 하나 있는거 사진이었죠. 사실 여러 레퍼런스 중 하나로 휙 넘겼는데, 대표님이 다시 그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시더니 저렇게 만들자고 하시더군요. ‘뭔가 들어가고 싶잖아’가 이유였어요. 그러더니 다음주에 직접 런던을 가셔서 런던의 빨간 포인트들을 다 사진으로 찍어 오시더라구요. 그렇게 빨간문이 탄생했어요. 여백을 두고 로고도 하얀 바탕으로 바꿨죠. 오로지 빨간 문에만 집중하게 만들었어요. 그 다음 프랜차이즈 최초로 주거지역 매장에 베이비 체어를 놓고, 대학가에는 1인 1조명을 설치하는 등 공간을 만들어나간 거죠. 그리고나서야 시설이 아닌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디자인팀이 만들어졌어요.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할리스 매장들은 그때 만들어진 팀의 결과물입니다. 로컬 브랜드로서 그렇게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빨간 왕관을 유지해온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죠. 관계자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프로젝트였어요.

 

 

Q. 제주도 성산의 ‘플레이스 캠프 제주’도 함께 일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A. 플레이스에 대해서는 일로 연결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여름부터 SNS를 통해 공사 과정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퍼셉션으로 연락이 오셨어요. 처음엔 컨셉이 장황했어요. 

“컨셉이 정확히 뭔가요?” 라고 물어봤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설명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좀 했어요. 


퍼셉션에는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네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돈, 명예, 경험, 즐거움’ 네 기준 중에 두 개 이상이 해당되면 하는 거죠. 


어디에도 네 개 기준을 만족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나만 해당되면 고민하고, 0이면 절대로 안 합니다. (웃음)
플레이스의 경우 3, 4(경험, 즐거움)번이 넘칠 것 같아 하기로 했어요. 
퍼셉션 말고 다른 후보들도 있었는데, 플레이스에는 ‘문제를 제시하고 풀어주는 팀’이 필요하다고 저희를 선택하신거에요. 

오픈 일까지 몇 달 시간이 없더라구요. ‘다 바꿀수는 없겠구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브랜드 메뉴얼부터 다시 만들었죠. BI 등 디테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플레이스란 무엇인가’ 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캠프’라는 개념을 준비하게 되었죠. 이 공간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캠프’로 만들자는 뜻입니다. 우리가 플레이스에 제시한 것들 중 캠프라는 네이밍이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캠프’라는 개념이 생소해서 숙박시설이 진짜 있는지 문의가 왔어요. 그래서 ‘Not Just a Hotel’이라는 문구가 달리게 되었죠. 나머지 문제들은 이전 담당자들의 흔적들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조금씩 바꿔 나갔어요. 작년부터 소화기 변경한 디자인을 신고하면 쓸 수 있게 법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디자인 소화기로 바꾸고, 빨간 소화기는 동네 소방소와 연계해서 지역사회에 기부를 했죠. 카달로그가 아닌 브랜드 스토리북을 만들고 싶다는 오더가 있어서 ‘플레이서(스텝)들이 본 플레이스’, ‘플레이어(고객)들이 본 플레이스’ 두 권으로 나뉜 아카이빙 북을 만들었어요. 대표님이 거기 손편지를 써서 재방문 고객들과 스텝들의 부모님들께 보내드리기도 했고요.




Q. 퍼셉션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A. 디자이너가 잘할 수 있는 건 
떠도는 생각을 언어로 잘 정리해서, 혹은 가시화해서 
우리의 고객들에게 '여기는 이런 곳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는 아티스트형 디자이너, 컨설턴트형 디자이너, 모더레이터형 디자이너 세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첫번째는 다 아시죠? 
두번째는 그림만 그려주는 게 아니라 문제 들어보고 뭔가 결과물을 주는 디자이너. 
세번째는 현재 상황에서 메타포를 읽어내서, 같이 이야기를 모아주고 나가는 방향을 가시화시켜주고,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디자이너예요. 
퍼셉션의 디자인 팀은 컨설턴트형과 모더레이터형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티스트형은 늘 최후에 섭외합니다. (웃음)


Q. 팀원이나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 있으시다면?
A. 퍼셉션 내부에 ‘소몰영추’라는 말이 있어요. 

1. 소통 내외부의 소통이 필수. 그저 그림만 그려주는 디자인은 하지 않는다.
2. 몰입 개인의 몰입도 중요하지만 팀의 몰입이 더 중요하다. 일할 때도 몰입하고 놀 때도 몰입한다.
3. 영감 매일의 영감, 일상에서의 영감을 추구한다.
4. 추진 실제로 실행, 추진할 수 있느냐. 

이 덕목들에 딱히 순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모든 퍼셉션의 멤버는 '소몰영추'를 탑재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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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ㅣ 한국디자인진흥원, 「제조기업 디자인 혁신사례 30선, 가장현실적인 디자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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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셉션 #브랜드디자인 #디자인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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