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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의 세 얼굴 - 이명균씨 편

공예가는 교차로에 서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차들만큼이나 많은 생각들이 공예가의 머릿속을 지나갈 것이다.

공예가라는 말이 함축하고 있는 여러 직업을 생각해 본다. 예술가, 산업디자이너, 기술자. 생산직 근로자, 이론가..... 먼저 공예가는 미적인 것을 만드는 점에서는 예술가이다. 하지만 그것이 쓰임새 있는 물건이라는 점에서는 산업디자이너이고, 직접 생산하는 점에서는 생산직 근로자이다.
그리고 제품을 만드는 직접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기술자이다. 그리고 유통에까지 관여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한 작가의 작품을 얘기할 때, 그것이 공예품이라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도 작가의 의도와 배경에 따라서 그 성격이 여러 가지이다.

이번에 소개할 도예작가는 이명균씨이다. 1990년에 예문방을 설립하였고, 94년 동아공예대전에서 입선, 99년 엑스포 생활도자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명지대 산업대학원을 수료하였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본인과 부인 두 분만 작업하는데, 그 많은 도자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놀랍다. 공예가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예문방의 도자기를 작업의 경향을 세 부분으로 나눈 다음 각각을 대변할 수 있는 세 작품을 뽑아보았다. 한 공예가가 성격이 다른 각각의 작업을 어떻게 조절하고 공예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첫째, 생활자기를 보자.
예문방에서 주로 생산하는 생활자기는 다기인데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의 다기의 특징은 대량생산하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라는 데 있다.

물레에서 작업하기에 무난한 형태이고 간결한 대나무잎 문양과 청화안료도 손이 적게 가고 불량률이 적다. 게다가 쉽게 싫증나지도 않는다.
대량생산해야 하는 저가의 생활자기 디자인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더 작품성(?)있는 다기를 제쳐두고 이 다기를 예로 든다. 작가 자신은 다기를 만드는데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디자인과 재료의 개발 외에도 물레성형 기술의 향상이 작업에 끼치는 바는 크다.
만약 가격이 낮아진다면 그만큼 도예가의 작업량은 늘어나고 가능하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것이 생활자기작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작가는 기능이 향상된 만큼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도예가에 대해 말할 때 생활자기를 가장 먼저 얘기하는 것을 독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생활자기란 것은 가격에 맞추어 생산하기 마련이고 또 작가의 조형능력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예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대표작으로 생활자기를 꼽지는 않는다.
하지만 순수미술에서의 작가를 생각해 보자. 흔히 <모나리자>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는다. 그 이유는 작가의 조형능력이 가장 잘 발휘되었고 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예가에게 대표작은 무엇일까? 위의 기준에서 생각한다면 작가의 조형능력이 가장 잘 발휘되고 또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작품이 되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공예품은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필자가 읽은 공예가에 대한 평론은 조형만을 강조하는 글들이었다. 그러한 방식이 문제가 없다면 공예와 순수예술을 따로 놓고 다룰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공예가 순수 조형예술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있다. 도예가에 대해 얘기할 때 생활자기를 먼저 거론하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다완은 차도구의 일종인데 가루차인 말차를 마시는 그릇이다. 정호다완은 일본식 이름인 이도(井戶)다완을 한문 그대로 읽은 것이다. 정호다완은 분청사기가 만들어지던 시기와 비슷한 연대이고 경남 해안 지방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기원을 제기라고 보는 제기설, 막사발이라고 보는 잡기설 등이 있다. 대다수가 일본으로 건너가 무인들의 차도구로 애용되었으며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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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전통자기의 재현이다.
이명균 씨는 정호다완* 을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작가의 정체성을 이루는데 중요한 부분이고 스스로 체계적인 이론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상업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고 구체적으로는 일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상업적인 면에서 본다면 생활자기와 조형도자의 중간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 도자를 제대로 소화하고 현대적으로 적용한다면 외국에 나가서도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었다.
그러니까 전통의 재현은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 자신의 것으로 소화되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도자를 하는 작가와 다른 점은 전통의 재현이 필수적이고, 그것의 바탕이 없는 작업은 시대의 조류에 따라 생겼다가 없어지고 만다는 작가의 생각이다.
아직 작업이 많이 진전된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면서 필자에게 위의 다완을 건네주셨다.

일단 작품에 대한 평을 해야 하겠는데 어떤 기준이 있을 수 있을까? 작가의 의도로 보자면 전통의 재현에 얼마만큼 가까이 갔는가가 기준이 될 것이다.
몇몇 작품을 기준으로 두고 형태, 색상, 무게, 질감 등을 고려하여 얼마나 ‘비슷’한가를 보는 것이다. 비슷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똑같이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호다완에 대한 미학적 기준을 일본인들이 세워놓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정호다완의 재현은 그 기준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작가는 일본인의 기준에 의한 재현에는 회의적이었다. 전통 도자기의 재현에 대한 것은 복잡한 문제이다. 이것은 이후의 지면을 빌어서 다루고자 한다.

셋째는 조형작업이다.
작가는 위의 벼루와 같은 조형작업을 순수한 유희라고 말하고 시간 날 때마다 부담 없이 작업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서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위의 사진은 조형적으로는 용의 얼굴과 거북이 몸의 모양이고 용도는 벼루이다. 실제로 작가가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쓰임새는 부차적인 것이라는 것을 작품에 들인 공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생활자기, 그리고 정호다완 재현의 작업 속에서 감춰져 온 작가의 조형의지가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업의 중요도에서는 이런 류의 작업보다 정호다완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음을 대화 중에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조형작업도 쓰임새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고 기본적인 조건만 부여하면 그 용도는 쓰는 이가 결정하도록 해도 된다는 작가의 말이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쓰임새라는 것은 조형에 있어서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영감이 될 수도 있다.

무한정의 자유를 가지고 있는 순수조형예술가와는 달리 공예가는 기능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인다. 그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는데, 이명균씨는 그러한 제약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작업을 안배하여 작업을 하는 것은 도자기의 전통이라는 과거, 생활로서의 현재, 그리고 작가가 꿈꾸는 작업의 미래를 모두 염두에 둔 것이다.

필자의 글에서 처음에 이명균씨를 다룬 것은 그의 작업을 평소에 좋아하고 있었다는 점도 있지만 생활자기 생산자로서의 도예가의 역할을 비중 있게 다루고자 함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작업할지, 공방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묻는 도예작가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여러 대안 중 모범적인 답안으로 제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도예가가 작업할 때 겪는 어려움과 현실과 해법의 모색을 예문방의 작업을 통해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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